[현장취재] ‘한국 간호사의 노동실태와 과제’ 토론회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한국 간호사의 노동실태와 과제’ 토론회 모습 ⓒ투데이신문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한국 간호사의 노동실태와 과제’ 토론회 모습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국내 간호사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노동실태에 대한 문제제기가 꾸준히 이어지는 가운데 이들의 노동실태와 과제에 대해 살펴보는 토론회가 열렸다.

국제간호사의 날을 기념해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한국 간호사의 노동실태와 과제’ 토론회에서는 먼저 현장 간호사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노동실태에 대한 증언이 나왔다.

지방중소병원의 한 간호사는 “대학병원도 마찬가지겠지만, 중소병원의 인력문제는 더 심각하다. 인력이 부족해 1년 내내 상시모집이고, 병동을 폐쇄하기도 하며, 통합간병을 하고 싶지만 실행하지 못한다”며 “듀티(근무)별 인력은 넉넉하게 배치하지 못해 퇴사자나 병가, 임신 등 변수가 발생하면 노동강도는 더욱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인력부족, 높은 노동강도, 트레이닝의 어려움 등으로 많은 간호사가 오래 버티지 못하고 더 편한 곳으로 이직한다”며 “간호사는 천사라고도 하고, 3D업종이라고 한다. 간호사를 꿈꿔왔을 때와 현실은 많이 차이 있다. 의료시장은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많은 근로자들이 병들어있다”고 전했다.

상급종합병원의 한 20년차 간호사는 병원에서 1~2년차 의사들의 오더를 경력 간호사들이 걸러내 주길 바라고, 약사가 해야 할 복약지도도 간호사가 하는 등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해서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하려면 전 병동 다 적용해 달라. 간호사들 간의 갈등을 조성한다”며 “보호자가 상주하면 안 되다보니, 상태가 시시각각 변하는 중환자는 (해당 병동에) 입원을 안 시킨다. 그래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층 말고 다른 병동의 중증도가 올라갔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같은 간호사들의 노동환경과 노동실태에 대해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고형면 연구교수는 “육체, 정신, 지적,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가운데 병원에서 조직적으로 분업이나 협업을 위해 수행해야할 노동은 떨어지게 된다”며 “결국 의사의 업무를 지원하는 활동, 처방에 의한 환자 교육, 안내 등 간호사들이 해야 할 이상의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런 것들이 불가피하게 초과노동을 강화시키고, 노동강도나 소진, 배제 등의 문제들을 야기시키고 있다”며 “감당하기 힘든 분들은 어쩔 수 없이 이직하게 되고, 그 빈자리에 노동력이 충만한 신규인력을 배치하는 일들이 반복적으로 악순환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의 타이틀 상 수급에 좀 더 방점을 두는 건 맞지만, 적어도 3교대 간호사의 삶의 질이나 인권 등에 대해 충분히 보장하는 차원에서의 제도 변화를 추구하려는 법제도가 아니라면 수급체계를 개선해도 이 문제는 재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대한간호협회 병원간호사회 박영우 회장은 간호사의 노동환경과 처우개선을 위한 제언으로 “의료법에 최소 수준의 간호사 배치수준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보건당국은 이에 대한 법 준수여부를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선 병동 내 간호사의 배치수준을 강화해야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의료법에 규정된 간호사 최소배치 수준과 간호관리료 차등제 기본등급을 일치시키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강력한 처벌과, 반대로 간호사를 추가 채용하는 경우엔 상응하는 합당한 가산을 부여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병원 내 간호사 확보라는 정책 목표를 실효성 있게 달성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직접 인건비 지원, 수가 신설 등 인센티브 형식으로 돼 있는 간호사 근무환경개선과 관련해서도 “인센티브 지급방식의 정책은 단기적으로 정책 목적을 달성할 수는 있으나, 간호사 수급불균형에 따른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장기적인 종합대책 마련의 필요성과 함께 ▲간호전담부서 설립 ▲신규간호사 이직방지를 위한 정책 ▲표준임금가이드라인 수립 ▲정책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 등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부 측 관계자들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실효성을 갖추기 위한 하위법령을 준비하고 있으며, 인력 지원을 위한 전반적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손호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이 문제들이 간호인력 만의 문제도 아니고, 의사인력, 환자의 안전, 국민 비용부담 문제 등이 다 연결돼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면서도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그런 문제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고, 인력 부분에 대해 제대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지금 보건부에서 해당 법 시행을 위한 하위법령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 과장은 “(해당 법이) 실효를 갖출 수 있으려면 병상, 의료인력, 전달체계 문제 등을 포함해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며 “법 시행과 그에 따른 실태조사를 종합해 인력을 지원하기 위한 전반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편도인 근로감독기획과장은 “병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근로감독을 체계적으로 해나가겠다”며 “오는 7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이 근로기준법에 규정돼 시행되게 된다. 저희도 현장에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해서 좋은 일터가 조성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할 생각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마 올해 하반기에는 이 부분에 대해 근로감독 등이 집중적으로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 과정에서 저희가 노조 등과 많은 부분에 대해 얘기하면서 사례나 협조할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 강구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