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5·18은 계획된 시나리오였다’ 기자회견
김용장 “광주시민 폭도로 몰아 강경진압…고도의 공작”
허장환 "전일빌딩 사격, 헬기가 ‘호버링 스탠스’로 사격”

1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5·18은 계획된 시나리오였다’ 기자회견. Ⓒ투데이신문
1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5·18은 계획된 시나리오였다’ 기자회견.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환씨가 광주를 방문해 시민들에 대한 사살명령을 내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미 육군 501정보여단 광주파견대에서 25년간 군사정보관으로 재직한 김용장씨는 1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5·18은 계획된 시나리오였다’ 기자회견에서 “전두환은 1980년 5월 21일 정오를 전후로 K57(광주 제1전투비행단)에 와 비행단장실에서 회의를 열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이어 “당시 회의 참석자는 정호용 특전사령관, 이재우 505보안부대장과 불상자 1명 등 4명가량이었다”며 “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르지만 오후 1시 도청 앞에서 사살이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전두환의 방문 목적은 사살명령이라고 추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발포명령’이라는 표현에도 “발포명령과 사살명령은 완전히 다르다. 발포는 상대방이 총격을 가할 때 방어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두환은 헬기를 타고 왔기 때문에 비행계획서가 분명 공군에 남아있을 것”이라며 “당시 공군 보안부대원 중에는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일부 극우세력이 주장하는 ‘북한군 침투설’에 대해 “전두환이 만든 허위 날조”라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군 600명이 광주로 왔다는 것은 미국의 정보망이 완전히 뚫렸다는 얘기나 다름없다”면서 “당시 한반도 상공에서 2대의 군사첩보위성이 북한과 광주를 집중적으로 관찰했다. 600명의 북한군이 미군의 첨단 감시망을 피해 들어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씨는 자신이 보고서를 작성한 사항이라며 광주 시내로 침투해 시민 행세를 했던 사복군인 ‘편의대’에 대해 증언했다.

김씨는 “편의대는 5월 20일쯤 약 30~40명이 성남에서 C-130 수송기를 탁고 K57 광주비행장으로 왔으며 격납고 안에 주둔하면서 민간인 버스를 타고 광주 시내로 침투했다”면서 “이 첩보를 입수한 뒤 격납고로 찾아가 눈으로 재차 확인해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특수군이 했다는 방화, 총격, 장갑차 탈취 등 일반 시민이 했다고 보기 어려운 극력 행위들은 ‘편의대’가 선봉에서 시민들을 유도하거나 직접 벌인 소행이라고 추정한다”며 “유언비어 확산도 이들이 시민으로 위장해 벌인 공작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광주시민들을 폭도로 만들어 강경진압의 빌미를 만들기 위해 전두환의 보안사령부가 고도의 공작을 펼친 것”이라며 “이들의 실체가 밝혀진다면 광주의 모든 의문이 풀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에 따르면 그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제1전투비행단에 주둔한 주한미군 501여단에서 근무한 유일한 한국인 정보요원이다. 그는 당시 40건의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이 중 5건이 미 백악관으로 보내졌다.

김씨는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에 시신 소각, 헬기 사격, 광주교도소 습격, 공수부대원들에 의한 성폭행 등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계엄군의 헬기 사격에 대해 “5월 21일 낮 전남도청 주변에서 UH1H 소형 헬기에서 M60으로 사격했다고 보고했다”며 “5월 27일 광주천 상공에서 위협 사격을 했다고도 보고했다”고 밝혔다.

미 육군 501정보여단 광주파견대에서 25년간 군사정보관으로 재직한 김용장씨(위)와 5·18 민주화운동 당시 505보안부대 수사관으로 근무했던 허장환 전 국군보안사령부 특명부장(아래)이 1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5·18은 계획된 시나리오였다’ 기자회견에서 증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미 육군 501정보여단 광주파견대에서 25년간 군사정보관으로 재직한 김용장씨(위)와 5·18 민주화운동 당시 505보안부대 수사관으로 근무했던 허장환 전 국군보안사령부 특명부장(아래)이 1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5·18은 계획된 시나리오였다’ 기자회견에서 증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505보안부대 수사관으로 근무했던 허장환 전 국군보안사령부 특명부장도 참석해 증언했다.

허 전 부장도 전두환의 사살명령에 대해 “사격을 직접 목도했다”며 “앉아쏴 자세의 사격은 절대 자위적인 것이 아니다. 전두환이 사살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안사가 광주를 평정한 뒤 가장 급박하게 한 일이 자행한 범죄를 숨기기 위한 기구를 만드는 일”이라며 “그것이 511 분석대책반이었으며 후에 511 연구회로 개칭됐다”고 말했다.

허 전 부장은 전일빌딩의 헬기사격과 관련해 “도청을 은밀히 진압하러 가는 과정에서 건물에 시민군 저격병이 있다는 첩보를 듣고 헬기로 저격병을 저격하는 작전을 구상했다”며 “호버링 스탠스(헬기가 한 자리에 멈춰 비행하는 것)로 사격했다”고 밝혔다.

희생자 시신 소각에 대해 허 전 부장은 “시민 사살자 중 간첩을 가려내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당시 공수부대는 가매장 위치를 좌표로 표시해 보고했고 간첩을 찾기 위해 이를 재발굴해 전부 지문을 채취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신을 다시 묻을 수 없어 통합병원에서 이를 소각했다”며 “시신이 많아 감당할 수 없어 김해공항으로 옮겨 해양 투기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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