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국내 최대 아연제련소로 명성이 자자한 영풍석포제련소(이하 석포제련소). 제련소가 자리한 경북 봉화군은 영풍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석포제련소로부터 받는 영향이 크다. 지역 경제 및 인근 주민들의 생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 봉화군의 경제를 좌지우지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렇다 보니 영풍이 제련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어떤 불법 행위를 자행하더라도 이를 입 밖에 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지역의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석포제련소가 지역의 환경을 완전히 망가뜨리고 주민들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수년째 제련소 가동 중단 및 폐쇄를 위해 영풍과 맞서 싸우고 있다. 허나 공화국이라는 수식어답게 영풍의 만행이 수면 위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석포제련소는 버젓이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투데이신문>은 총 6편에 걸쳐 석포제련소의 어두운 민낯을 파헤치고자 한다.

<연재 순서>

① 봉화군은 어쩌다 중금속에 점령됐나
② 영남인의 물그릇 ‘안동댐’도 중금속 비상

③ 하늘·땅·물 어느 하나 성한 게 없다
④ ‘환경이냐, 생계냐’…깊어만 가는 주민 갈등의 골
⑤ 허술한 관리·감독 솜방망이 처벌까지…영풍 ‘환피아’ 논란
⑥ “카드뮴 공장 폐쇄” 영풍에 부정 여론 여전…해답은 ‘장항제련소’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국내 최대 아연 제련 사업 기업이자 갖가지 비철 금속을 생산 및 판매하는 영풍석포제련소(이하 석포제련소).

고순도의 아연과 황산카드뮴, 황산동, 환산망간 등을 생산한 석포제련소는 2007년 기준 국내 아연 총수요 43만5776t 가운데 80%를 영풍에서 공급했을 정도로 그 생산능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알려진 기업이다. 2012년 기준 생산량만 해도 아연괴 35만t, 황산 60만t, 인듐 30만t 등에 달한다.

국내 최대 제련소, 세계 4위라는 왕좌에 오른 영풍 뒤에는 많은 희생이 감춰져 있다.

석포제련소에서 배출하는 하루 평균 폐수량만 해도 1400여t. 뿐만 아니라 비산먼지 및 황산화 물질 등 연간 발생하는 대기오염 물질 43만t, 카드뮴과 황산 등 9가지의 유독성물질, 지정폐기물 8종 및 일반폐기물 11종 등 오염물질이 석포제련소로부터 발생되고 있다.

낙동강 최상류에 위치한 석포제련소는 태풍이나 집중호우 등 자연환경에 의한 환경오염에 취약한 산악지형에 둘러싸인 계곡형태의 지형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대기오염 물질이 넓게 확산되지 못하고 인근 산이나 토양에 흡착돼 소목과 토양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또 불법폐기물을 매립해 성토한 하천부지에 공장을 건설했기 때문에 나오는 침출수와 황산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수 등에 의한 심각한 수질오염도 피하지 못한다.

실제 석포제련소 및 낙동강 주변 환경영향조사를 통해 공장부지 및 인근지역이 중금속 함유 토양이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고 수질오염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한 사실이 드러났다.

환경단체와 인근 주민들이 석포제련소의 책임 촉구 및 공장 폐쇄를 아우성치고 있다.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공동대책위 신기선 공동집행위원장 ⓒ투데이신문

오염 규모조차 알 수 없는 토양

2014년 6월 30일 봉화군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석포제련소의 토양오염에 관한 신고가 접수됐음을 인지하고 다음달 2일 합동단속에 나섰다.

제1공장의 원광석 보관장과 제3공장의 동스파이스 보관장의 토양시료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중금속 오염정도는 토양환경보전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최소 3배에서 최대 81배가량 초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같은 해 7월 23일 봉화군의 지시로 이뤄진 석포제련소 토양정밀조사 결과에서는 중금속 오염정도가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최대 414배 초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석포제련소가 제1공장과 제2공장의 토양오염 사실을 자신신고하면서 추가로 실시된 토양정밀조사에서도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최대 71배 초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환경부가 2015∼2016년 석포제련소 주변지역 환경영향조사의 일환으로 제련소 반경 4km 이내 농경지 등 총 448지점(101만7241㎡)을 대상으로 비소, 구리, 납, 아연, 카드뮴 등 토양오염물질 5개 항목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그 결과 기준초과토양은 70만8980㎡으로, 이는 축구장 100배 크기에 준하며, 부피는 44만8000㎥으로 레미콘 차량 7만4000대 분량이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카드뮴 기준치 초과 지점이 59곳, 납 9곳, 아연 129곳, 비소 271곳, 구리 2곳으로 확인됐다.

석포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 제련소의 오염기여도를 산정해보니 오염유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기준초과 토양총량 약 90%는 자연배경에 의해, 나머지 10%는 제련소가 원인으로 드러났다.

다만 2항목 이상의 중금속 기준을 초과한 복합오염지역에 대해서는 제련소 기여도가 평균 52%까지 급격히 상승했다.

공대위 신기선 공동집행위원장은 “당시 조사를 위해 배당된 용역비가 제련소 주변 4km였다”며 “실질적으로 그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지에 대한 조사는 별도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투데이신문
지난해 봉화군과 대구지방환경청, 한국환경공단이 석포제련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합동점검 결과 ⓒ투데이신문

중금속에 점령된 낙동강 水
水·土 오염 못지않은 대기

오염된 물을 낙동강으로 흘려보내는 탓에 제련소 일대는 토양오염뿐만 아니라 수질오염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 지난해 석포제련소가 정화 처리되지 않은 오수 약 70t을 낙동강으로 무단 방출시킨 행위가 적발됐다.

이와 관련해 그해 2월 24일부터 28일까지 봉화군과 대구지방환경청, 한국환경공단이 석포제련소를 대상으로 합동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총 7가지 물환경보전법 및 폐기물 관리법 위반 사실이 밝혀졌다.

합동점검 결과 석포제련소가 배출한 폐수에서는 배출허용 기준치 3 mg/L이하보다 10배가 넘는 29.20 mg/L의 불소가 검출됐다. 불소는 살충제나 쥐약의 주원료로 사용될 만큼 강한 독성물질로 알려졌다.

또 셀레늄도 기준치인 0.1 mg/L 이하의 2배가 넘는 0.210 mg/L가 초과로 검출됐다.

아울러 부유물질이 배출허용기준의 2배, 아연 6배, 카드뮴 1.1배, 비소 1.2배, 철 1.3배가 초과로 검출됐다.

이 밖에도 수질자동측정기기 취수구에 퇴적물이 유입되는 것을 방치해 정상적으로 측정되지 않도록 한 ‘수질자동측정기기 관리기준 위반’, 방지시설에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최종방류구를 거치치 않고 배출 등의 위반 행위도 적발됐다.

같은 해 7월 31일 제2공장 하천 주변 4개의 집수정 및 2군데의 하천수의 시료를 채취해 비교·분석한 결과에서는 집수정 1, 2에서 고농도의 아연과 카드뮴이 검출됐다.

집수정 1에서는 아연 30.062 mg/L·카드뮴 0.431 mg/L, 집수정 2에서는 아연 99.190 mg/L·카드뮴 0.529 mg/L가 검출됐다. 집수정 3과 집수정 4에서는 각각 아연이 0.031 mg/L, 0.542 mg/L씩 검출되고 카드뮴은 확인되지 않았다.

집수정의 고농도 아연과 카드뮴 검출은 석포제련소의 폐기물 최종처분장의 침출수 유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2016년 일본 도쿄농공대 와타나베 이즈미 교수가 환경단체의 요구로 실시한 안동댐 주변 환경 조사에서도 중금속 오염 사실이 확인됐다.

와타나베 교수는 안동댐 주변의 진흙을 중심으로 수질 및 농지의 토양과 낙동강 상류 양원에서 집단폐사한 민물고기를 분석했다. 중금속 34개 원소를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 주로 카드뮴, 비소, 셀렌, 납, 아연, 망간 등이 극히 고농도 오염이 관측됐다. 수질과 주변의 토양에서도 카드뮴, 비소, 셀렌을 중심으로 한 오염이 관측됐다. 집단 폐사한 민물고기에서도 카드뮴, 셀렌, 망간 등의 중금속이  고농도로 검출됐다. 와타나베 교수는 결과를 종합해 낙동강 유역 특히 안동댐 주변은 매우 심각한 중금속 오염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도 대기오염에 따른 산림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석포제련소 주변 산림피해는 3등급이다. 심각성은 수년 전부터 제련소 인근의 소나무숲 집단 고사현상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산림피해 원인으로는 아연 제련과정에서 발생하는 아황산가스 등을 산림 훼손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산림청은 산림 피해 원인을 규명하고자 서울대·공주대·고려대 산학협력단과 공동조사단을 꾸려 제련소에서 배출하는 아황산가스로 인한 산림피해 여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영풍제련소 공장 내부 ⓒ투데이신문
작업이 진행 중인 영풍제련소 ⓒ투데이신문

책임회피 급급한 영풍

당시 봉화군수는 앞서 언급됐던 토양정밀조사결과를 바탕으로 2015년 4월 13일과 7월 22일 석포제련소 측에 원광석 보관장과 동스파이스 보관장 토양 중 2만2450㎡에 대해 2017년 3월 31일까지 토양환경보전법에서 정하고 있는 토양정화업자를 통한 오양토염 정화작업을 실시할 것을 명령했다.

또 제1공장과 제2공장의 3만500㎡ 토양에 대해서도 같은 해 6월 30일까지 같은 작업 시행을 명했다.

그러나 석포제련소는 토양정화명령을 이행하지 않다 기한이 가까워지자 일부 굴착가능 물량에 대해서만 토양세척에 의한 정화공법을 실시하고 굴착이 불가능한 공장건물 및 도로 하부는 오염확산 방지 대책을 실시하겠다는 내용의 계획서를 봉화군에 전달했다. 그러면서 정화공사 규모 및 정화공법 등을 이유로 부득이하게 정화기간을 각각 2년씩 연장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봉화군수는 이를 거절했고 2017년 5월 2일 석포제련소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이 석포제련소 토양오염에 관한 자료를 공개해줄 것을 청구해 봉화군수가 이를 허락하자 석포제련소는 이에 대해서도 같은 해 9월 25일 행정소송을 냈다. 결국 토양오염 정보공개결정은 집행이 정지된 상태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지난해 3월 경북도지사가 봉화군과 대구지방환경청, 한국환경공단 등의 합동점검결과를 토대로 7가지 물환경보전법 및 폐기물관리법 위반사실에 대해 석포제련소 측에 20일 조업정지를 명령했다.

석포제련소는 이에 불복하며 같은 해 4월 24일 중앙행점심판위원회에 경북도지사를 상대로 조업정지명령을 이행 대신 과징금으로 갈음해달라는 내용의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그러나 해당 심판은 기각 조치됐다. 그러나 영풍은 행정소송까지 내는 끈질김을 보였다. 때문에 현재 조업정지명령은 집행정지로 유지된 채 재판이 진행 중이다.

끝을 알 수 없는 영풍과의 길고 긴 싸움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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