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국내 최대 아연제련소로 명성이 자자한 영풍석포제련소(이하 석포제련소). 제련소가 자리한 경북 봉화군은 영풍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석포제련소로부터 받는 영향이 크다. 지역 경제 및 인근 주민들의 생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 봉화군의 경제를 좌지우지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렇다 보니 영풍이 제련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어떤 불법 행위를 자행하더라도 이를 입 밖에 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지역의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석포제련소가 지역의 환경을 완전히 망가뜨리고 주민들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수년째 제련소 가동 중단 및 폐쇄를 위해 영풍과 맞서 싸우고 있다. 허나 공화국이라는 수식어답게 영풍의 만행이 수면 위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석포제련소는 버젓이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투데이신문>은 총 6편에 걸쳐 석포제련소의 어두운 민낯을 파헤치고자 한다.

<연재 순서>

① 봉화군은 어쩌다 중금속에 점령됐나
② 영남인의 물그릇 ‘안동댐’도 중금속 비상
③ 하늘·땅·물 어느 하나 성한 게 없다
④ ‘환경이냐, 생계냐’…깊어만 가는 주민 갈등의 골

⑤ 허술한 관리·감독 솜방망이 처벌까지…영풍 ‘환피아’ 논란
⑥ “카드뮴 공장 폐쇄” 영풍에 부정 여론 여전…해답은 ‘장항제련소’

석포제련소에서 유출된 폐수 <사진 제공 =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 공동대책 위원회 임덕자 공동집행위원장>
석포제련소에서 유출된 폐수 <사진 제공 =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 공동대책 위원회 임덕자 공동집행위원장>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영풍석포제련소(이하 석포제련소)는 2013년 이후 5년간 위반한 환경법 건수는 46건에 달한다. 제대로 된 환경법이 없던 1970년 제1공장이 준공된 이후 50여년이란 시간까지 감안한다면 그 건수는 수십배에 달할 것으로 추측된다.

석포제련소가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제3공장 불법건축이 적발되면서다. 이는 석포제련소의 대표적인 불법 만행이기도 하다.

환경부 산하 환경보건기술연구원의 토양정밀조사, 한국환경공단의 석포제련소 주변지역 환경영향조사 등을 통해서도 석포제련소의 민낯은 끝없이 드러났다. 2018년에는 봉화군과 대구지방환경청 한국환경공단 등의 합동점검을 통해 7가지의 물환경보전법 및 폐기물관리법 위반 사실이 적발됐다. 이 일로 결국 석포제련소는 20일 조업정지를 명령받았다.

그러나 영풍은 조업정지는 이행할 수 없다면서 과징금으로 갈음해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조업정지는 집행 정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영풍은 책임을 통감하기는커녕 제련소 직원과 협력업체 및 주민의 생계를 들먹이며 조업정지 및 공장 폐쇄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석포제련소는 그간 황산 탱크로리 전복사고, 황산누출사고, 산업폐기물 불법매립사건, 저수조 폭발사고 등 다양한 환경오염 논란에 휩싸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풍은 국내 최대 아련 생산 기업으로 승승장구했다.

그 배경으로 전직 고위 공무원을 사외이사로 임명하는 등의 민관유착, 이른바 환피아(환경부와 마피아를 합쳐 이르는 준말)이 의혹이 제기됐다. 

재3공장 폐수 배출구
재3공장 폐수 배출구  <사진 제공 =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 공동대책 위원회 임덕자 공동집행위원장>

수년째 자행하는 환경법 위반

석포제련소의 파장은 2017년 제3공장이 설립이 최종적으로 승인되면서 시작됐다.

제3공장은 2005년 연간 대기오염물질이 2t 이상 10t 미만으로 발생하는 제4종의 소형 대기배출사업장으로 설립신고됐다.

그런데 2013년 8월, 3공장은 그동안 연간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이 80t 이상에 달하는 특정대기유해물질 1종 사업장으로 불법 설립돼 가동돼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영풍은 오염물질 산정 잘못에 따른 실수라고 해명했다.

결국 봉화군청은 불법건축물 철거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석포제련소는 이행강제금 14억600만원으로 이를 대신했다. 이후 석포제련소는 이행강제금을 물었으니 양성화를 시켜달라고 요구했고 봉화군은 이를 승인했다.

제3공장이 위치한 부지는 분지형태이기 때문에 제련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갇혀 주변지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애초에 보전산지이자 하천침수지로 애당초 철도용지로는 허가가 불가능한 지역임에도 이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앞선 편에서도 언급됐지만 2014년 6월 30일 봉화군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석포제련소의 토양오염에 관한 합동 점검을 실시한 결과 제1공장의 원광석 보관장과 제3공장의 동스파이스 보관장의 중금속 오염정도는 토양환경보전법령에서 규정한 토양오염우려기준을 3배~81배가량 초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같은 해 7월 봉화군의 지시로 이뤄진 석포제련소 토양정밀조사 결과에서도 중금속 오염정도가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최대 414배까지 초과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석포제련소의 자진신고로 추가로 실시된 제1공장과 제2공장의 토양정밀조사에서도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최대 71배 초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에는 배출허용기준의 10배가 넘는 불소와 2배가 넘는 셀레늄을 함유한 폐수가 유출되기도 했으며, 불소처리공정 침전조 배관 수리 과정에서 0.5t의 폐수를 공장 내부 토양에 유출한 사실 등도 적발됐다.

그렇게 영풍이 2013년 이후 5년간 위반한 환경법 건수는 46건이다.

영풍의 만행은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봉화군과 대구지방환경청 한국환경공단 등의 합동점검에서 7가지의 물환경보전법 및 폐기물관리법을 위반한 사실이 밝혀졌다. 석포제련소는 20일 조업정지를 명령받았지만 영풍은 과징금으로 갈음해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내면서 집행 정지를 유지하고 있다.

또 지난달 17일부터 19일까지 3일에 걸친 환경부의 석포제련소를 지도·점검에서도 폐수 배출·처리 시설 부적정 운영, 무허가 지하수 관정 개발·이용 등 6가지 관련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련소 폐수 배출시설에서 아연·황산 제조 과정 중 폐수가 넘쳐 유출됐으며, 유출된 폐수를 적정 처리시설이 아닌 빗물 저장소로 이동할 수 있도록 별도 배관이 설치돼 있었다. 또 폐수가 넘치게 될 경우에 별도의 저장탱크로 이동시킨 후 빗물 저장소로 옮길 수 있도록 별도의 배관을 뒀다.

이 밖에도 공장 내부에 지하수 관정(우물) 53개를 허가받지 않고 개발해 사용했으며, 빗물로 작동하는 비점오염저감시설은 계곡수와 지하수를 끌어들여 공업용수로 활용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부 는 경북도에 폐수 관련 위반사항에 대해 행정처분 할 것을 의뢰했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지난 13일 석포제련소 측에 폐수 관련 위반 2건에 대해 각각 3개월과 30일, 총 4개월의 조업정지 처분을 사전 통지했다. 사실상 2건의 위반사항은 조업정지 10일에 해당한다. 그러나 앞선 조업정지 20일 처분을 가중해 이 같이 결정한 것한 것으로 전해졌다. 

석포제련소 가동이 중단될 경우 업계와 지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클 수밖에 없고, 다수의 협력업체는 문을 닫는 지경에 이를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이 같은 우려 속에 영풍은 27일 경북도에 이번 조업정지 행정처분에 관한 공식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대응을 본격화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석포제련소는 지금까지 각종 신고 미이행과 방치, 허용기준초과, 미준수, 신고 누락, 폐수방류며 등이 적발되며 수십차례 과태료, 과징금, 고발, 개선명령, 고발 속에서 불법사업자임이 드러났다”며 “정부에서 토양과 대기 등 오염매체별로 개별적인 조사를 벌일 것이 아니라 석포제련소를 대상으로 통합환경조사를 시행하고 석포제련소의 불법시설에 대해 낱낱이 그 죄목을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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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뒤봐주기, 환피아 의혹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실에 따르면 2012년 이후 환경부와 경북도는 폐수 공공수역 유출, 특정 유해물질 공공수역 유출, 배출허용기준 초과, 수질 TMS 관리기준 위반 등 석포제련소의 총 16건의 엄중한 위반사항을 적발해냈다. 그러나 부과된 과태료는 고작 700만원이었다.

또 해당 기간 중 11건의 고발조치도 이뤄졌지만 징역형이 선고된 경우는 단 한 번뿐이며, 대부분 약식기소에 따른 벌금형으로 매듭지어졌다. 벌금도 2500만원의 솜방망이 수준으로 그쳤다.

봉화군에서도 토양, 비산먼지 등과 관련해 총 18차례에 걸친 지도점검을 실시했지만 결과는 위반사항이 없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숱한 석포제련소의 불법 행위에도 허술한 관리·감독과 솜방망이 처벌로 대응하는 당국의 태도에 일각에서는 뒤를 봐주는 ‘환피아’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석포제련소를 포함한 영풍그룹의 회전문 인사의 뒤봐주기 논란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법무부 고용노동부, 환경부 장관 출신을 포함해 국무총리실, 국세청, 서울지검, 공정거래위원회 등 분야에 관계없이 전직 고위공무원들이 영풍그룹의 사외이사로 임명됐다.

국내 30대 기업의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율은 평균 43%인데 반해 영풍그룹은 2배에 달하는 80%에 가깝다.

그중에서도 주목받는 인물들이 있다. 영풍그룹의 사외이사를 9년이나 지낸 장성기 이사는 환경부 경인지방환경청장 출신이다. 또 12대 환경부 장관을 지낸 이규용 전 장관은 6년간, 주봉현 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은 4년간 영풍그룹의 계열사 중 하나인 고려아연의 사외이사직에 올랐었다.

이 밖에도 이채필 전 노동부 장관, 김병배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신정수 전 국무총리실 정책분석평가실장,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방검찰정 검사장 등이 영풍과 연결고리를 맺었다.

환경단체 등은 제련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는 석포제련소와 고려아연의 사외이사가 고위공직자 출신을 중심으로 구성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동안 영풍이 수많은 불법행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정부부처와 기업이 손잡은 적폐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홍 의원은 “재계 26위의 영풍그룹은 전직 환경부 관료를 필두로 고용노동부, 검찰, 공정거래위 등 분야를 막론하고 전직 공무원들을 사외이사로 임명했다”며 “석포제련소 지도 및 감독 권한을 가진 전 대구지방환경청장을 영입하는 등 환경부 관료와의 민관유착 의혹이 매우 의심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02년 지자체로 위임된 환경감시 업무가 사실상 형해화 됐다는 게 증명됐다”며 “환경부 적발에 의한 경북도 행정처분 또한 석포제련소의 반복되는 불법 환경오염 행위를 통제하기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불특정 다수에게 치명적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환경범죄에 대한 사법당국 측의 처벌도 매우 가벼운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갈등의 중심에 있는 영풍은 자신들의 관리부실에 따른 각종 사고 발생에 대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영풍은 공장이 폐쇄되거나 조업이 정지될 경우 제련소 직원과 협력업체 주민들의 생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협박 아닌 협박으로 응수할 뿐만 아니라, 되레 환경오염이 악화된다는 어불성설까지 늘어놨다.

영풍으로 제련소 일대는 흙탕물이 돼가고 있지만 영풍은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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