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자료 보완 마치고 조만간 전원회의서 심사
태광, 총수일가 소유 계열사에 일감몰아주기 혐의
총수 재판 앞두고 제재 결정 지연에 봐주기 논란

태광그룹 이호진 前 회장ⓒ뉴시스
태광그룹 이호진 前 회장ⓒ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조만간 오랬동안 끌어왔던 태광그룹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제재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올해 초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의 횡령혐의에 대한 재판 이슈와 맞물려 재심의 결정을 내리면서 불거진 ‘봐주기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태광그룹의 일감몰아주기 혐의와 관련한 자료를 보완을 마치고 조만간 전원회의를 열어 심사에 나설 예정이다.

태광그룹은 이호진 전 회장 일가가 지분 대부분을 소유했던 ‘티시스’와 ‘메르뱅’ 등에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총수 일가가 이익을 편취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티시스 산하 휘슬링락CC에서 만든 김치, 메르뱅으로부터 와인 등을 임직원 선물용으로 시중보다 비싸게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티시스의 경우 지난 2015년 내부거래 비중은 76.6%였다. 티시스는 2016년 458억원의 영업이익과 25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바 있다.

이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지난 2016년 8월과 2017년 8월 두 차례에 걸쳐 태광그룹을 ‘계열사 부당지원 및 일감몰아주기 혐의’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고발했다.

금감원은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증권, 흥국자산운용, 흥국화재 등에 계열사 부당지원 등으로 기관경고 제재를 내렸다. 하지만 공정위는 아직까지 태광그룹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공정위 사무처는 지난해 말 2년여의 조사를 거쳐 이 전 회장과 김기유 태광그룹 전 경영기획관리실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야한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확정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열어 지난 2월 태광그룹 혐의에 대해 심의했지만 정상가격 산정 등과 관련해 추가 심의가 필요하다며 ‘재심사 명령’을 내렸다. 일감몰아주기 행위와 관련해 계열사들이 총수일가 회사 제품을 얼마나 비싸게 사들였는지 더 정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심사 명령으로 공정위 제재 결정이 더 미뤄지면서 ‘봐주기 논란’도 뒤따랐다. 특히 시점상 이 전 회장의 재판과 맞물리면서 뒷말을 낳고 있다. 이 전회장이 대법원 판결을 고려해 공정위에 로비를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회삿돈 40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이 전 회장은 지난 2월 21일 재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하고 상고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이 전 회장은 횡렴혐의와 관련해 3번째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결국 태광 뿐 아니라 공정위도 대법원 판결을 앞둔 시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회장은 횡령 혐의로 지난 2011년 1월 구속기소 됐지만 같은 해 3월 간암 치료 등을 이유로 구속집행이 정지됐다. 이후 2심 재판에서 보석이 허가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보석 기간 중 음주와 흡연 사실이 알려지면서 ‘황제보석’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난해 12월 보석이 취소돼 재수감됐다.

1심에서 징역 4년 6개월에 벌금 20억원, 2심에서는 징역은 그대로 유지하고 벌금만 10억원으로 감액됐다. 대법원은 조세포탈 혐의를 다시 심리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되는 일이 2차례 이뤄졌고 올해 2월 서울고법은 재파기환송심에서 횡령 및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조세포탈 위반 혐의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6억원을 선고했다.

이 전 회장의 상고로 결국 실형 여부는 앞으로 열릴 3번째 대법원 재판에서 판가름 나게 됐다.

이에 시민단체 등의 공정위의 태광그룹에 대한 조속한 제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을 비롯해 참여연대, 태광그룹바로잡기투쟁본부 등은 지난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위의 태광그룹에 대한 제재를 촉구했다.

이날 채 의원은 “지난 2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재심사 결정이 내려진 것에 대해 배임·횡령 혐의로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이 전 회장 측에서 대법원 판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공정위에 제재 연기 로비를 했을 것이라는 추측까지도 난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태광그룹과 계열사에 대한 신속하고 강력한 조치를 해야 공정위에 대한 로비설을 일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경제검찰은 과거 재벌 봐주기를 위한 무딘 경제검찰과는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태광그룹은 최근 사회단체 기부를 통한 탈세 혐의, 티시스의 휘슬링락 골프장을 이용한 정관계 골프로비 등의 의혹도 받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태광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수십억이 넘는 휘슬링락 회원권과 고액상품권을 판매하며 80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다.

한편 태광그룹은 일각에서 제기된 로비설을 일축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대법원 재판이 법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으로 여론이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이미 조사가 마무리됐음에도 결과가 발표되지 않아 우리도 답답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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