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국민청원에 “왜 떠나는지 생각해달라” 호소
블라인드 등 직원 처우 내부 비판 의견 이어져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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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기술유출 분쟁과 관련해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LG화학 소송으로 불거진 SK이노베이션과의 분쟁은 인력유출과 이에 따른 핵심기술 유출이 쟁점이다. 기술 유출 여부는 소송을 통해 가려질 대목이지만 LG화학이 유출 근거로 제시한 인력유출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국민청원이나 직장인 커뮤니티 등에서 전현직 직원들이 익명으로 LG화학의 인력 관리 문제를 지적하는 등 자사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17일 ‘**** 퇴직자들에 대한 잘못된 처신에 대해 호소한다’는 청원글이 게시됐다.

기업명이 익명 처리됐지만 기술탈취와 관련한 2019년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의 국제 소송건을 언급한 것을 감안하면 글의 내용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내용임을 알 수 있다. 글의 내용상 글쓴이는 LG화학의 전 근무자로 추정된다.

청원인은 “인력 빼가기를 통한 기술 탈취가 수주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면서 “LG화학의 기술탈취가 실제 가능할까 개인적으로 상당히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의 전 근무자로서 퇴직 프로세스를 잘 알고 있다는 청원인은 “퇴직의사를 밝힌 직원에 대해서는 최소 한 달에서 서너 달에 이르는 개인 행보를 정보보안팀에서 선 조사하고 이상이 없다는 확인이 있어야 퇴직 절차가 진행 된다”며 “이러한 검사에도 불구하고 기술을 탈취했다면 내부 프로세스가 문제가 있거나, 정말 수주에 영향을 미칠 수준의 기술이 아닌 일반적인 수준의 기술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이와 함께 이직자에 대한 LG화학의 태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청원인은 “소송의 내용은 마치 SK이노베이션과 이직자가 사전공모를 해 조직적으로 정보를 빼돌려 이용했다는 어감인데, 이직자들을 산업스파이로 묘사하는 부분은 정말 모욕감을 넘어선 수치심을 느끼게 하고 있다”며 “작년 3월 LG화학 CEO 부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인력유출 문제를 물어보는 기자에게 ‘꼭 필요한 사람들이 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것 같다’며 퇴사자들의 업무수준을 폄하했지만 지금은 핵심인재라며 기술을 들고 나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중으로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원인은 LG화학이 주장하고 있는 인력유출 문제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이직자의 입장을 고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청원인은 “LG화학 주장대로 작년까지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인원 76명이지만 다른 회사까지 포함한다면 수백명이 넘으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렇게 많은 인원이 퇴사하는지 먼저 본질을 바라봐야 한다”며 “퇴직자들이 정든 직장을 왜 떠나려는 것인지, 그들이 이런 취급를 받는것이 과연 공정한것이지에 대해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익명으로 활동하는 직장인 어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는 LG화학 소속으로 표시된 회원들의 이번 분쟁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냉소적이다. 게시물과 댓글 상당수는 LG화학의 내부 인사 관리를 문제 삼는 내용이 담겨있다.

LG화학 소속 회원은 ‘대중들도 알고있네’라는 제목으로 소송 관련 기사와 캡처한 LG화학을 비판하는 댓글 내용을 공개하며 ‘우리 윗분들만 모르는 듯’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게시물에 LG화학 소속으로 표기된 회원들이 댓글을 통해 ‘부끄럽다 정말’ ‘인력관리 못한 엘지화학이 XX이지머’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 밖에도 이번 분쟁과 관련해 ‘(이직은) 자의로 간 거고 앞으로 더 많이 갈 예정’ ‘오창공장 엔지니어 100 중 70~80은 SK 이직을 생각 중’ 등의 반응도 이어졌다.

LG화학 분쟁 관련한 댓글ⓒ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 캡처 

이 같은 이탈 움직임에 대해 업계에서는 LG화학이 2차전지 시장 선두기업이지만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과 임금이나 복지 등 처우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경우 각사사업보고서상 1인 평균 연간 급여액이 4000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 LG화학은 지난해 전지부문의 경우 7150만원, SK이노베이션은 1억 2800만원에 달했다. 성과급의 경우 LG화학 전지부문은 기본급의 100~200%, 최대 500% 수준이지만 SK이노베이션은 올 초 기본급의 850%, 지난해에는 1000%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측은 “인력 규모와 분포, 경력 등 세부적인 차이가 있는 만큼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한편, LG화학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TradeSecrets) 침해’로 제소했다. LG화학은 이와 함께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 법인(SKBattery America) 소재지인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영업비밀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핵심인력을 대거 빼가는 과정에서 핵심기술까지 훔친 것으로 보고있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2017년부터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생산·품질관리·구매·영업 등 전 분야에서 핵심인력 76명을 빼갔고, 이 중 LG화학이 특정 자동차 업체와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한 핵심인력들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투명한 공개채용 방식을 통해 국내외로부터 정당하게 경력직원을 채용했다며 LG화학에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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