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 정규직 전환 촉구 ‘파업’
병원 “자회사 통한 정규직 전환” vs 노조 “병원 정규직 전환”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재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파업 출정식을 작고 국립대병원 파견용역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 ⓒ뉴시스
21일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파업 출정식을 작고 국립대병원 비정규직·간접고용 노동자들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 ⓒ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정규직화를 놓고 병원 측과 갈등을 빚던 서울대병원 비정규직·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전격 파업 출정식을 갖고 하루 동안 파업에 나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본부(이하 서울대병원노조)는 21일 오전 6시부터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과 병원의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의료연대본부 등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측은 지난해 8월부터 비정규직·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논의하기 위해 ‘노·사·전문가협의체’를 운영해왔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병원 측은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 노조 측은 ‘병원의 정규직 전환’을 주장해왔다.

서울대병원 측은 직접고용에 따른 정규직화가 이뤄질 경우 정규 입사과정을 통해 입사한 기존의 직원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자회사로 전환으로도 충분히 처우 개선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병원 측이 자회사와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가능성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병원노조는 지난 7일 서울대병원 대한외래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였으며, 같은 달 13일 서울대병원 시계탑 앞에서 직원식당 노동자들이 2차 파업에 나선 바 있다.

이후 서울대병원은 16일 직원들에게 “병원의 조직 규모와 인력 구성, 기관별 특성을 고려했을 때 본 병원에서는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 방식이 적합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메일을 보내 비정규직·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정규직화에 대한 병원 측의 입장을 다시금 굳혔다.

병원 측은 “직접고용 방식은 인건비 등 비용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병원의 재정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또 본 병원은 기타공공기관에 해당되기 때문에 정부의 총인건비 인상률 지침을 준용해야 하므로, 이 경우 기존 직원들의 임금 인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직접고용 방식은 기존 정규직 직원들과 갈등도 일어날 수 있다”며 “노동조합 요구대로 파견·용역업체 직원들이 그대로 본원 직원으로 전환될 경우 정해진 입사 절차에 따라 치열한 경쟁을 뚫고 현재 근무 중인 기존 직원들이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회사 전환 시 서울대학교병원 자회사 정규직 직원이 되고, 병원과 자회사가 지속적·안정적으로 계약을 맺음으로서 노동자가 안정적인 고용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며 “파견·용역 업체 소속에서 본 병원의 자회사 정규직 전환은 근로자의 고용안정 및 처우개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양측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서울대병원노조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고 세종시 교육부 앞에서 파업 집회를 가지며 다시금 비정규직·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병원 정규직 전환에 대한 강경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날 집회에는 경북대와 부산대, 전남대 등 병원 노동자들도 국립대병원 비정규직·간접고용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뜻을 함께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연대본부 현지현 조직국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비정규직은 고용불안과 저임금 문제를 안고 있다”며 “서울대병원의 자회사라 할지라도 병원이 계약을 맺지 않으면 그 회사는 운영이 불가하고 결국 고용불안이 해결되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서울대병원이 노·사·전문가협의체에서 ‘정부가 바뀌면 정규직 전환 정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직접고용 할 경우 외주화를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자회사로 해야 된다’는 뜻을 밝혔다”며 “병원은 언제든지 외주화하겠다는 입장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또 “자회사의 수익구조는 원청과의 계약 형식에 달려 있다. 원청으로부터 계약에 따른 도급비를 받고 그중에서 인건비와 업체가 가져가는 수익 등이 나눠지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지금의 용역업체와 달라질 게 없다”고 꼬집었다.

현 국장은 “정부가 발표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도 생명안전 분야는 직접고용에 해당된다. 병원은 생명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직접고용이 확실하게 자리 잡아야 한다. 본 정책의 기조를 잃어서는 안 된다”며 “국립대병원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정규직 전환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