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한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한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정부가 아직까지 비준하지 않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4개 가운데 3개에 대한 비준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오는 9월 정기국회를 목표로 이들 협약에 대한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사회적 대화를 통해 양보와 타협을 모색해왔지만,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논의가 종료된 상황에서 정부의 향후 계획을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ILO는 지난 1998년 ‘노동에서의 기본원칙 및 권리에 관한 국제노동기구 선언’에서 4개 분야 8개 협약으로 구성된 핵심협약을 회원국이 수행해야 할 기본적인 의무사항으로 제시했고, 모든 회원국에게 핵심협약 비준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은 이중 ‘아동노동금지’, ‘차별금지’ 등 2개 분야 4개 협약에 대해서만 비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유럽연합(EU)가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해 한국의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이 미흡하다며 FTA 사상 최초로 분쟁해결 절차에 돌입하는 등 핵심협약 비준에 대한 압박이 거센 상황이다.

이번에 정부가 비준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미비준 ILO 핵심협약은 ‘결사의 자유’ 분야 제87호(결사의 자유와 단결권의 보장 협약)와 제98호(단결권과 단체교섭권 협약), 강제노동금지 분야 제29호(강제노동협약)다.

이재갑 장관은 “헌법상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비준을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관계부처와의 협의, 노사 의견수렴 등 관련된 절차를 거쳐 정기국회를 목표로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미비준 ILO 핵심협약 가운데 이번 정부의 비준 추진에서 제외된 강제노동금지 분야 제105호(강제노동철폐)에 대해 이 장관은 “우리나라 형벌체계, 분단국가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일단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그동안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선입법 후비준’ 입장을 고수하며 경사노위의 합의를 기다려왔지만, 지난 20일 경사노위에서의 합의가 실패함에 핵심협약 비준과 입법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이와 관련해 이 장관은 “정부가 선비준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우리나라의 헌법체계상 선비준은 사실상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선비준이라는 해석에 선을 그었다.

아울러 “이번에 비준을 추진하는 핵심협약의 경우에 특히 결사의 자유 협약과 관련해 굉장히 많은 우리 산업현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 개정 사항을 수반해야 한다”며 “선비준이라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이뤄지지 않고 법 개정안과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같이 가서 같이 논의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부연했다.

앞으로 정부는 협약 비준에 요구되는 법 개정 및 제도개선을 함께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장관은 “결사의 자유 협약(제87·98호) 비준을 위한 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지난 4월 15일 발표된 경사노위 최종 공익위원안을 포함,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강제노동 협약(제29호)의 경우에는 관계부처 협의 결과, 주요 쟁점인 우리나라의 보충역 제도가 협약에 전면적으로 배치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협약 취지를 최대한 반영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부연했다.

또한 이 장관은 “정부는 올해 정기국회에서 3개 협약에 대한 비준동의안과 관련 법안이 함께 논의될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며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EU 측에도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과 관련해 오랜 기간 형성된 법·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것에 대한 현장의 우려가 많고, 어려운 길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그렇지만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을 통해 우리 경제가 당면한 통상 문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자율과 상생의 노사관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