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석 사장, 안전 내세우며 현장 다지니만
스크린안전문 유지보수 노동자 외면 논란
PSD노조, 코레일 기간제 전환 약속하곤 번복
코레일,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른 조치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에서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들이 국제안전기준 SIL(Safety Integrity Level)을 적용한 승강장안전문(PSD)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에서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들이 국제안전기준 SIL(Safety Integrity Level)을 적용한 승강장안전문(PSD)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 작업을 하던 비정규직 근로자가 열차에 치여 사망한 사고 3주기를 앞두고 스크린도어 정비사들이 파업에 나섰다. 코레일에서 지하철스크린안전문(PSD)을 유지 보수하는 하청업체 노동자 199명이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에 이들은 코레일이 기간제 전환을 약속해놓고 번복했다며 지난 13일부터 전면파업에 나선 것.

지난 3월 27일 취임한 손병석 사장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며 현장으로 뛰어다니고 있지만, 스크린안전문 유지보수라는 철도 안전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근로자들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 중 하나인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해법에 대해 가이드라인만을 강조하고 있어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23일 전국민주여성노조 철도PSD지부에 따르면, 코레일은 오는 6월 30일 계약해지 일자에 맞춰 신규채용을 하고 인력을 충원해 이들을 대체할 예정이다.

앞서 코레일은 지난 2017년 7월 20일 정부 가이드라인에 맞춰 기존 안전업무를 하던 91명을 코레일 정규직 직원으로 전환했다. 

문제는 그 이후에 들어온 인력이다. 코레일은 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121개역의 스크린도어를 인수했고, 관리를 맡을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이번에 파업에 돌입한 PSD노조 소속 근로자들은 지난 2018년 1월 이후 입사한 노동자들로 오는 6월 30일에 이들이 속한 용역업체‧코레일과 계약이 일괄 만료돼 일자리를 잃게 될 상황에 빠지게 됐다.

이들이 분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코레일이 지난해 11월 기간제 전환을 약속해놓고 번복했다는 점이다. 

코레일은 이들에게 지난 2018년 11월 14일까지 기간제로 채용하겠다고 통보하곤 신체검사, 서류제출, 안전화와 근무복 치수까지 측정해 놓고 갑자기 채용 계획을 번복했다. 

특히, 코레일은 이미 지난해 11월에 기간제 채용 계획을 철회하고도 그 뒤에 기간제 채용을 할 것처럼 이메일을 발송해 근로자들을 속였다. 

이후 코레일은 지난 3월 12일 173명의 정규직 채용공고를 냈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채용공고에 응시했지만 전원 탈락이라는 안타까운 결과만 받게됐다.

이에 노조 측은 신입사원 채용 일정에 맞춰 업무대란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기간제로 채용할 의사가 없었으면 일찌감치 알려줘서 다른 일자리라도 알아보게 했어야 하는데 코레일은 법적으로 알려줘야 할 의무가 없다고 했다”며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다른 회사에 입사할 골든타임이 다 지나간 시점에 이렇게 해고시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노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정부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존 근로자들을 정규직 전환했으며, 신입채용을 앞둔 상태에서 코레일이 하청업체 근로자들에 대해 기간제 전환을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론 6개월 간 근로시간 연장으로 마무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PSD 부문 신규채용과 관련해 “스크린안전문 유지‧보수 업무 뿐만 아니라 건설 파트 영역도 포함돼 합격되지 못했던 것 같다”며 탈락 사유를 전했다. 

또 코레일이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가이드라인 발표 시점 기준 현 근로자의 전환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에 근거해 이후 뽑은 하청업체 근로자들을 정규직 전환 대상자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에는 ‘생명안전 업무’에 관해서는 직접고용을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발표시점과 무관하게 이들을 직고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노조 관계자는 “철도 사고가 벌어질 때마다 안전 대책을 쏟아 내면서 정작 안전업무에 숙련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것도 위선이다”라고 비판했다. 

덧붙여 “신규 채용된 정규직 노동자들이 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받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철도 안전도 강화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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