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 윤중천과 금전거래 등 인연 곤혹
개인회사 내부거래·편법승계 논란 재조명

이상웅 세방그룹 회장ⓒ뉴시스
이상웅 세방그룹 회장ⓒ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로케트 배터리’로 잘 알려진 세방그룹의 이상웅 회장이 최근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이 회장은 김학의 성접대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윤중천씨와 과거 금전 거래 사실도 외부로 알려지면서 이를 둘러싼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면서 원치 않았던 구설에 휘말렸다. 게다가 최근 중견기업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규제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이 회장을 둘러싼 편법승계 논란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해병대 인맥, 윤중천과의 인연

이 회장은 대표적인 해병대 출신 경영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이 회장은 해병대 인맥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을 겪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사건’으로 검찰에 구속된 건설업자 윤중천씨와의 과거 금전거래 사실이 공개되면서 예기치 않은 의혹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 회장과 윤씨와의 인연도 해병대 인맥과 무관치 않다. 세방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해병대 출신 임원의 소개로 윤씨를 알게됐다. 윤씨도 해병대 장교 출신인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이후 이 회장이 윤씨의 별장을 직원 워크숍 장소로 활용하는 등 가깝게 지내왔다. 금전 거래도 있었다. 이 회장은 지난 2010년 윤씨에게 별장을 담보로 2억5000만원 가량을 빌려주기도 했다.

두 사람의 채무관계는 최근에서야 마무리됐다. 강원도자산공사를 통해 공매가 진행됐던 윤씨의 별장 등 부동산이 최근 제3자에게 낙찰되면서 1억4000만원이 이 회장 몫으로 돌아갔다. 사실상 1억원 정도는 돌려받지 못한 셈이다.

또 윤씨가 지난 2006년 서울 목동의 부동산 개발 사업에 이 회장과 세방그룹이 참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면서 이 회장을 곤혹스럽게 했다.

이 회장과 세방그룹은 윤씨와 알고지내며 돈을 빌려줬던 사실은 인정했지만 개발사업 참여 의혹에 대해서는 적극 부인하고 있다.

이 회장은 별장도 직원 워크샵 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공개적으로 사용할 만큼 윤씨와의 관계에서 감출만한 일을 한 적이 없다며 제기되는 각종 의혹에 대해 억울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방그룹 관계자도 “단순한 지인 관계였고 사업적 교류 또한 전혀 없었다”며 “허위 주장일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불안한 편법승계 꼬리표, 일감몰아주기 논란 어쩌나

여기에 꼬리표 따라붙었던 ‘편법승계’ 논란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것도 이 회장에게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세방그룹은 자산 2조5000억원 규모로 현재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는 벗어나있다. 하지만 정부가 중견기업까지 일감몰아주기 규제망을 넓히겠다고 나서면서 세방그룹의 승계과정과 맞물린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 회장은 1984년 세방그룹에 입사해 세방과 핵심 계열사인 세방전지 대표 등을 거쳐 2013년 그룹 회장에 올랐다.

지분상으로도 이 회장은 부친인 이의순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 승계를 완료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회장의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경영권을 장악하는 방식으로 승계가 이뤄지면서 편법 논란이 제기돼왔다.

논란의 중심은 세방그룹의 실질적 지배사인 이앤에스글로벌이다. 시스템통합(SI)업체인 이앤에스글로벌은 이 회장이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 개인회사다.

이앤에스글로벌은 세방그룹 지주사격인 세방(주)의 18.52%를 보유하며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해있다. 세방(주)의 지분구조를 보면 창업주인 이의순 명예회장이 8.64%, 이 회장이 9.81%, 딸 이상희씨가 0.47% 등 친인척을 포함해 오너일가가 지분 20.12%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이앤에스글로벌 지분까지 더한 38.64%의 지분을 총수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회장이 그룹을 지배할 수 있게 한 핵심인 이앤에스글로벌 성장에 내부거래가 동원됐다는 점이다.

이 회장으로의 승계작업은 이앤에스글로벌이 세방의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했던 1999년부터 본격화됐다. 비슷한 시기 이앤에스글로벌(당시 세방하이테크) 성장도 가파르게 진행됐다. 매출은 1997년 13억원에서 2009년 287억원으로 22배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자산규모도 93억원에서 740억원으로 약 8배 커졌다. 이앤에스글로벌은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총 50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했다. 이 회장의 이앤에스글로벌 지분율이 80%라는 점을 고려하면 40억원이 그의 몫으로 돌아간 것으로 추산된다. 이앤에스글로벌의 세방㈜에 대한 지분도 1998년 2.19%에서 이듬해 지분 0.85%를 추가 취득하며 지분율을 3.04%로 늘렸고, 2000년에는 지분율을 14.06%까지 확대했다. 이후 추가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2005년에는 지분율을 지금수준의 18.15%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지분율 변동을 거쳐 2010년 당시 세방하이테크는 세방하이테크와 이앤에스글로벌로 분할됐다. 분할 신설법인인 이앤에스글로벌을 남기고 세방하이테크는 전지제조업체인 대양전기공업으로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오너 일가는 80억원 가량의 현금을 챙겼다.

분할 이전 정확한 내부거래 규모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SI 사업 특성상 계열사 내부거래가 매출의 주를 이뤘던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내부거래로 성장한 이앤에스글로벌의 자본으로 이 회장이 경영권을 쥐게 된 셈이다. 분할 이후에도 이앤에스글로벌은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2012년 이후 이앤에스글로벌의 용역수익 및 용역수익 내부거래액 비중은 지난 2012년 2억9000만원으로 전체 매출 100%에 달했다. 이후 2013년은 26억5114만원(99.9%), 2014년 에도 48억4028만원으로 93.3%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 2015년, 2016년, 2017년에는 이들 회사와의 내부거래 비율은 각각 56.69%, 72%, 90%에 달했다. 지난해의 경우 58.3% 전년에 비해 줄어들었다.

세방그룹 관계자는 “이앤스글로벌의 지분 확보는 당시 경영 악화 해소 차원에서 지분 인수에 나선 것으로 승계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며 편법 승계 논란에 대해 반박했다.

이어 “전지사업 특성상 일부 계열사와의 거래가 집중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라며 “이앤에스글로벌 등 총수일가 기업의 내부거래 해소를 위해 사업 및 거래처 다각화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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