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주 스타트업 스토리 칼럼니스트
-피칭 프레젠테이션 컨설팅 전문 기업 디테일러 대표
-IR피칭 및 프레젠테이션 스토리 컨설턴트
-현 대전MBC <FM모닝쇼: 영화사용설명서>
-현 대전대학교 이노폴리스캠퍼스 대덕특구 IR피칭 공식멘토
-현 인하대학교기업가센터 스타트업 IR피칭 컨설턴트
-현 서강대학교 인재개발아카데미 실무프레젠테이션 겸임교수
-전 아워홈 경쟁입찰프레젠테이션 전문프리젠터
-전 CMB충청방송 <뉴스포커스> 메인 앵커
-전 대전MBC <뉴스투데이: 투데이핫무비>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오페라의 유령, 프랑켄슈타인, 위대한 개츠비, 드라큘라, 장발장, 1984, 돈키호테, 죄와 벌 ... 학창시절 꼭 읽어야한다고 선생님께서 강조하셨던 바로 그 고전명작들이다. 과연 나는 이 중 몇 작품이나 읽었을까. 인문학 감성을 성장시키는 데 꼭 필요한 일이었겠지만, 고백하건데 나 역시 교과서에 나오는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고전 책에 쉬이 손이 가지 않았던 것 같다.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희소식을 전하려 한다. 여기 게임과 고전 명작 스토리를 결합해 새로운 게임 분야를 만들어 가는 기업이 있다. ‘한 편의 명작을 봤을 때의 감동’을 캐치프레이즈로 한 게임 개발사, ‘자라나는씨앗’이 그 주인공이다. 김효택 대표를 포함해 10명으로 구성된 이 스타트업은 고전 명작의 스토리 라인과 게임 형태를 융합함으로써 몰입감 높은 플레이를 선사한다.

게임과 스토리라. 그것도 고전 문학의 스토리라니. 잘 어울릴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든다면,지금 바로 그들이 2017년 출시한 스토리텔링 어드벤처 게임 <MazM:지킬 앤 하이드>, 또는 <MazM:오페라의 유령>을 다운받아 보자. 

필자 역시 <MazM: 지킬 앤 하이드>를 직접 해 보았다. 그 결과, 웅장한 배경 음악과 감성적인 일러스트, 흥미로운 캐릭터를 바탕으로 엔딩까지 달릴 수 있었다. 심지어 게임을 하고나서 서점으로 달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책을 샀을 만큼 게임 속 스토리는 책을 향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자라나는씨앗, 김효택 대표를 처음 만난 건 2018년 4월에 개최된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을 앞둔 때였다. 총 20개의 후보들 중 10팀은 심사위원과 현장 관람객 앞에서 게임에 관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했고, 이에 주최 측에서 준비한 컨설팅 현장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아이템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한가득 뿜어내던 그는,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열린 페스티벌에서 당당히 Top3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2018년 구글플레이 ‘올해를 빛낸 혁신적인 게임상 우수상’을 수상했고, ‘MazM’ 시리즈 후속작인 ‘MazM: 오페라의 유령’ 또한 다음 달 글로벌 시장으로 달려갈 준비를 마친 상태다. 자라나는씨앗은 이제 사명 그대로 훌쩍 자라 열매를 맺어가고 있는 셈이다.

얼마 전 판교에서 김효택 대표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게임의 메커니즘과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하면 더 잘 어울릴 수 있을지 지금도 끊임없이 고민 중이라는 그는 요즘 차기작 준비에 한창이다.

스토리텔링 기반 게임의 특성 상 남성 유저들보다 여성 유저들에게 더 인기가 있었다며,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후보로 준비하는 한편, 이제 문학을 넘어 남성 유저들의 흥미를 겨냥한 역사학, 나아가 철학까지 차례로 게임화 하고 싶단다. 씨앗에서 열매가 되어가는 초록빛 무성한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자.

‘자라나는씨앗’ 김효택 대표

#자라나는씨앗

# MazM(맺음) 시리즈 게임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MazM(맺음)은 고전명작 소설을 게임으로 경험하는 스토리 어드벤처 게임 시리즈입니다. 첫 작품은 미국의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기반으로 제작한 ‘옐로 브릭스’인데 상업적으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제대로 알아내기 위해 일종의 외전과 같은 ‘Heartless’라는 게임을 빠르게 만들어 5만 다운로드를 이끌어 냈습니다. 이때 발견해 낸 보완점들을 바탕으로 다음 작품인 ‘MazM: 지킬 앤 하이드’가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 자라나는씨앗, MazM 이라는 회사명, 브랜드가 독특한데요. 이름에 얽힌 질문을 많이 받으셨을 것 같습니다.
: 예전에 저희가 알려지기 전에는 회사 이름을 좀 어색해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일반적인 외국어로 된 게임 회사 이름과는 많이 달랐으니까요. 종묘 회사냐, 씨앗 파냐고 전화도 가끔 받았죠. (웃음) 하지만 요즘은 좀 유명해져서 그런지 ‘아, 자라나는씨앗에서 오셨군요?’ 하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생겨서 저희 직원들도 좋아라 하고 있답니다. 

무엇보다, 맺음MazM 브랜드는 제가 2016년에 먼 미래를 보고 만든 겁니다. 게임이 잘 될지도 확신이 없던 시절에요. 씨앗이 자라 열매를 맺는다는 의미도 있고요 중의적으로 글을 맺는다, 끝을 맺는다라는 의미도 담고 있어요. 영문으로는 좌우에 큰 ‘M’은 책을 형상화 한 것이고요, 가운데 ‘az’는 시작부터 끝까지라는 의미에요. 처음부터 끝까지, 그러니까 알파와 오메가 같은 거죠. 풀면 “세상의 모든 스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사람들에는 ‘맺음’이라고 알려드리고 있지만, 아직도 마즘, 메이즈엠 같이 잘못 읽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MazM: 지킬 앤 하이드

#. 고전 명작을 품어낸 게임, 이 게임을 처음, 왜 만들게 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
: 회사 이름인 ‘자라나는 씨앗’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저희는 처음에 교육 사업으로 출발했습니다. 첫 게임도 초등학교 1학년을 위한 학습용 수학 게임이었어요. 쉽게 생각하고 시작한 사업이 성과가 나지 않았고 이후 큰 방향 전환을 해야 했죠. 그때 나온 아이디어가 고전 명작 소설을 게임으로 경험하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모두가 코웃음 쳤던 생각이었죠. 모두들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를 하는 시대에 어른도 잘 안 읽는 고전 소설로 게임을 만든다고 하면, 도대체 누가 하겠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고전은 아주 오래된, 보통 100년이 넘은 소설인데 요즘도 영화, 뮤지컬로 다시 만들어지고 다들 좋아하는 데다 유명 작품도 많아 충분히 게임이라고 안 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게임은 세상에서 가장 앞서 있는 인터랙티브 콘텐츠이며 내러티브를 담아내기에도 매우 훌륭한 도구라고 생각했습니다. 

#. 자라나는씨앗의 경쟁사 게임은 무엇들이 있으며,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게임은 요즘 다양해지고 있는데요. ‘비쥬얼 노벨’이라고 불리는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장르가 있고요. 콘솔 기반의 인터랙티브 드라마 장르가 있습니다. 최근 히트쳤던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 대표적이죠. 또 모바일에서는 픽셀베리 라는 회사에서 제작한 초이시스(Choices) 라는 게임이 스토리 게임의 새로운 영역을 열고 있고 이 회사를 재작년에 넥슨에서 인수를 한 바 있습니다. 바야흐로 스토리 게임 장르가 뜨고 있는 셈이죠. 

저희는 이 안에서 저희만의 어드벤처와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방식으로 승부를 보려고 합니다. 남다른 몰입감을 반영하는 메시지 등이 1차적인 차별화 포인트이며, 더 나아가서는 게이머들의 지적욕구를 자극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함께 담아 저희만의 색깔을 분명히 하려고 해요. 특히 ‘MazM: 지킬 앤 하이드’에서 19세기 런던의 문화, 사회상을 잘 전달했던 ‘런던 수첩’이 이번 ‘MazM: 오페라의 유령’에서 ‘잡학 사전’이라는 항목으로 다시 추가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에서 top3에 선정된 김효택 대표(가운데)

#. 2018년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에서 top3에 선정되는 등 좋은 일이 많았는데, 이후 업데이트 된 성과가 있다면요.
: 가장 큰 성과는 아무래도 ‘MazM: 지킬 앤 하이드’의 해외 런칭과 성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서양의 고전을 이용해 게임을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의 시각이 서양 유저들에게도 통할 거라는 기대는 하기 힘들었어요. 과연 이들도 좋아해줄까 하는 걱정이 앞섰죠. 떨리는 마음으로 작년 7월 해외 출시를 했는데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지킬 앤 하이드’를 좋아해 주셨어요.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진 거죠. 우리의 내러티브가 전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니까요. ‘MazM: 지킬 앤 하이드’는 현재 누적 200만 다운로드를 지난달에 넘어섰고 꾸준히 사랑은 받아 지속적인 확장을 계속 할 겁니다. 1000만 다운로드까지 한번 가보고 싶어요. 또 다음 달에 글로벌 출시를 목표하고 있는 ‘MazM: 오페라의 유령’도 정성을 들인 만큼 전세계 유저들에게 인정받고 싶습니다. 

#.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 발표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이었을까요.
: 우선 발표 자료를 코칭해 주신 김민주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발표가 낯설지는 않은 편인데 그래도 짧은 시간에 진행되는 임팩트 있는 구성을 하려면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제일 중요한 부분은 저희의 의도를 담는 것이었는데요. 왜 고전 명작을 하려고 하는지, 어떻게 해냈고,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스토리텔링이었죠. 특히 강조하고 싶었고 그 의도가 통했던 부분이 “앞으로 저희가 다룰 스토리가 이렇게 많다”하면서 파이프라인을 보여드리는 부분이었어요. 관중석에서 ‘와!’하는 함성이 들렸죠. 짜릿했습니다. 

발표도 메시지 전달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거기에 집중했습니다. 운이 좋아서 탑 3의 영예를 안았는데요. 저희가 더 열심히 잘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셨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MazM: 지킬 앤 하이드 게임화면

#. 이 게임을 즐겨하는 실제 사용 유저들의 피드백, 반응은 어떤가요. 
: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를 이용해 #MazM을 검색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는데요. 저희 ‘MazM: 지킬 앤 하이드’에 대해 놀라운 칭찬과 다양한 2차 창작활동을 많은 분들이 하고 계십니다. 특히 가장 기분 좋은 피드백은 아무래도, 다음 작품이 언제 나오느냐는 문의입니다. 마음에 들었으니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는 뜻이니까요. 저희는 이런 저희 팬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이 분들을 위한 좋은 작품을 계속 소개하고 싶습니다. 오페라의 유령을 많은 시간을 들여 잘 준비하려는 노력도 바로 이 부분 때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또한 지금 출시한 2개의 게임은 안드로이드와 애플 스토어 양대 마켓에서 평점이 4.6-4.7정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이는 게임 분야에서는 매우 높은 점수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좋은 게임성과 스토리텔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 앞으로 맺음을 통해 어떤 새로운 작품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 앞서 말씀드린 대로 ‘MazM: 오페라의 유령’이 6월 중순 대규모 업데이트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스토리와 콘텐츠 모두 많이 추가되고 변화합니다. 한국 유저 분들이 먼저 접하실 수 있고요. 이를 기반으로 해외 출시를 하려고 합니다. 기존에 오페라의 유령을 좋아하셨던 분들께서도 꼭 다시 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물론 차기작 역시 꾸준히 준비 중인데요. 공식적으로는 고전명작 소설인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이렇게 세 작품을 내부적으로 정했습니다. 이 중 하나를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선보일 계획입니다. 

한 가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 변동 가능성이 있는데, 올해가 삼일절 그리고 상해 임시정부 수립 백주년입니다. 이를 기념하는 역사물을 내보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새로운 영역이라 당황스러우실 수도 있는데, 원래 저희 계획은 문학 분야를 충분히 다루고, 이어서 역사, 인물, 과학, 철학 분야로 확장해가고 싶은 큰 방향이 있습니다. 때문에 생각보다 조금 이른 감은 있지만, 좋은 기회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진중한 검토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더 자세한 계획과 내용은 저희 MazMian 들에게 먼저 공유한 후 기사가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줄이겠습니다. 아마 6월 이후에는 좀 더 확실한 공유를 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김민주 스타트업 스토리 칼럼니스트

 

# Pitching Story-key

① 피칭 시간이 짧을수록 포인트만 ! 청중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라

보통 일반 대중과 심사역이 청중으로 함께하는 데모데이 피칭 시간은 5~7분 형태가 가장 많다. 물론 1:1로 IR투자를 받기 위해 VC와 대면하는 자리라면 피칭 시간이 20분을 훌쩍 상회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많은 기업들이 모였을 때 좀 더 핵심만 듣기 위해 3분, 1분 등의 피칭 상황도 종종 주어진다.   

이전 칼럼들에서는 주로 5분을 기준으로 설명했다면, 오늘은 3분, 다시 말해 180초의 시간을 다스리는 피칭덱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최소의 시간에 우리는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 쓸데없는 인사말로 시간을 채우며 필요 없는 말을 중언부언하는 것은 금물이다. 즉, 내가 이야기하려는 포인트가 무엇인지 발표자 본인이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3분의 시간은 무의미하게 흘러갈 것이다. 

왜 만들게 되었는지, 아이템이 무엇인지, 이 아이템의 차별화된 점은 무엇인지, 예상할 법한 두드러진 약점이 있다면 어떻게 보완하고 있는지, 시장성과 앞으로의 방향은 어떠한지. 어떤 사람들이 모여 팀을 이루었는지. 각각의 요소들 중 오늘 반드시 전하고 가야할 토픽이 있을 것이다. 빠뜨리지 말아야 할 구성요소를 중심으로 생각하면 조금 더 구조를 잡기 쉬워진다.  이를테면 오늘의 청중이 우리의 기반 기술에 대해 알고 싶어 부른 사람들이라면, 기술을 더 쉽게 표현하기 위한 비유법을 활용해 적절히 설명한 후 이 기술이 실제 어떤 산업, 어떤 카테고리들과 어울려 콜라보레이션 할 수 있을지, 기술의 발전 가능성, 확장 가능성을 함께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만약 오늘의 청중이 우리에게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발전 가능한 잠재력이 있는 지를 궁금해 한다면, 구글 페스티벌에서의 수상 경험은 물론, 실제 우리의 게임을 다운로드 받은 유저의 수, 만족도 점수 등 성과지표와 함께, 게임을 사용한 유저의 피드백이 있다면 캡쳐해 함께 넣어보자. 정량적인 측면과 정성적인 측면을 한 번에 이해시킬 수 있다. 

가령 ‘MazM’시리즈 게임들은 유저들에 의해 2차 콘텐츠가 재생산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캐릭터를 따라 그리는 사람, 새로운 엔딩을 구상해 글로 써서 보내주는 사람, 캐릭터를 활용해 엽서를 만드는 사람 등 게임을 통한 팬덤이 형성될 만큼 단순한 게임을 넘어 유저들만의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은 큰 강점이다. 나아가 글로벌 버전으로 출시되면서 각국의 팬들로부터 온 피드백도 상당하다. 이런 부분 역시 설명하지말자, 그냥 피드백을 보여주자, 그대로. 3분의 제한시간은 서론-본론-결론이 아닌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 즉각적으로 보여줄 때 가장 많은 내용을 효과적으로 담을 수 있다. 3분은 짧지만, 충분히 길다.

② 시간이 짧을수록 문장도 짧아야 ! 남과 다른 문장을 써보자

여러 컨설팅 현장에서 정말 자주 발견되는 아쉬운 점, 바로 ‘짧은 문장’이다. 대부분 슬라이드 장표 안의 표나 내용을 설명할 때 그 자리에서 의식의 흐름대로 문장을 만들어가느라 문장이 길어지곤 한다. 청중은 스크립트 없이 모든 문장을 들어야 한다. 또한 발표 당일, 우리의 아이템을 처음 접하는 청중도 많다. 긴 문장은 상대의 머릿속에 꽂히기 어렵다. 문장은 최대한 짧게, 가능하다면 문장 내 구성성분의 자리도 바꾸어 보자. 

일례로, 문장을 말할 때, 명사, 숫자 또는 강조할 만한 중요 단어 등을 먼저 던지고 뒤이어 문장을 만들어 덧붙이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에 6개 밖에 없는 음악방송을 조금 더 활발하게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저희는 ooo라는 시스템을 시작했습니다.”의 문장이 아닌, “단 6개, 대한민국 음악방송의 수입니다. ooo라는 시스템을 시작한 이유죠.”와 같이 표현해보자. 설명형이 아닌, 조금 더 정제된 짧은 문장으로 던지는 것이다. 단순한 구조의 긴 문장은 발화 시간 자체가 길다보니 피칭시간을 길게 만들 뿐만 아니라 재미가 없고 지루함을 가져온다. 수식의 구조를 버리고, ‘은, 는, 이, 가’의 조사를 제외하고 단어 위주로 던지는 문장. 해보면 알 것이다. 효과는 즉시 온다.

물론 질문형도 좋다.“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모였냐면, 그것은 oo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 많은 사람들이 왜 여기에 모인 걸까요. 무엇이 그들을 끌어당겼을까요. (2초 정도 쉼) 그것은 바로, (잠시 쉼) oo하기 때문입니다.”와 같이 새롭게 구성해보는 것이다. 갑자기 문장 구조를 바꾸며 발표하려면 습관이 되지 않아 쉽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문장을 몇 개 미리 만들어 둔 다음, 의도적으로 곳곳에 설계해 두면 좋은 전략이 된다. 

③ 180초. 욕심을 버리자 ! 슬라이드를 버리자

: 얼마 전 5분 안에 45장의 슬라이드를 소화하겠다고 거의 도끼 급의 랩퍼가 된 발표자를 본 적이 있다. 물론 정해진 장수 제한은 없지만 5분 안에 15~20장이면 충분하다. 정말, 다시 강조하지만, 최대 스무 장이다. 제발. 이것도 많다, 나의 이야기를 버리기 싫어 결국에는 다 우겨넣고 빠르게 줄줄 읽는다면 결국 당신은 모든 내용을 버리는 셈이다. 오늘 처음 당신의 청중이 된 사람들은 사업 이해도가 제로베이스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자. 빠르게 말하면 상대는 따라가지 못한다. 청중이 생각보다 느리다는 점, 그들의 속도에 나의 심박수를 함께 맞춰보자.

어찌 보면 1번의 팁과 일맥상통하는 팁이기도 하다. 반드시 필요한 내용들 위주로 구성하려면 버려야 할 것도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다. 대표님들의 특성, 버리기 싫어한다는 점이다. 이 이야기도 해야 할 것 같고, 저 이야기도 해야 할 것 같아 붙잡고 있는 경우를 여럿 보았다. 하지만 모두 부여잡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상대가 필요한 부분, 궁금한 부분이 무엇인지, 오늘의 이슈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내가 방점을 찍어야 할 부분이 어디인지를 명확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청중을 완벽하게 분석한 후, 필요한 내용만 남기고 나머지는 추가 슬라이드(appendix)에 두자. 우리에게는 Q&A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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