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유통업서 B2B 렌탈시장 강자로, 공유 가치 실현
국내 첫 대용량 공기청정기 ‘유니큐 슈퍼메가’ 개발
특화 제품 개발, 틈새시장 공략 렌탈기업 한계극복
박관병 대표 “다음은 상생, 혁신기업 간 시너지 기대”

이지렌탈이 위치한 서울 구로구 한 대형 빌딩 로비에 비치된 대용량 공기청정기 유니큐 슈퍼메가ⓒ투데이신문 

혁신은 기업 경영에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면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기업의 규모와 성격은 다르지만 혁신의 과제는 동일하다. 글로벌 시장 경쟁에 뛰어든 대기업은 물론 국내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는 중소기업, 좁은 성공의 길을 개척해야하는 스타트업까지 혁신은 기업 성장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앞으로 <투데이신문>은 주요 기업 사례를 통해 기업의 혁신요인을 살펴보고자 한다.  ‘혁신기업열전’ 연재 첫 사례로 종합렌탈 강소기업 이지렌탈의 성장과정에서 비춰진 혁신성에 주목했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이지렌탈(회장 박무병, 대표 박관병)은 종합렌탈전문 기업이다. 60명 정도의 직원과 8000여 곳의 고객사, 15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린 렌탈서비스 업계에서 탄탄하게 입지를 다진 중견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당초 용산전자상가 PC유통업을 모체로 시작해 렌탈시장 강자로 떠오른 이지렌탈이 최근 초대형 공기청정기 시장 개척에 이어 우수 중소기업 인큐베이팅의 영역까지 변화를 모색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사람: 선택과 변화
소유에서 공유로…렌탈 시장 공략

이지렌탈은 노트북PC 등 컴퓨터와 주변기기의 임대 서비스를 주력으로 성장해왔다. 지금은 사무용 기기를 비롯해 테이블과 의자 등 사무용가구, 행사용품 등 취급 품목만 3000여종에 달한다. 개인 고객보다는 기업과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렌탈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00년 6월 창립한 이지렌탈의 시작은 창업주인 박무병 회장이 1980년대 후반 용산전자상가에서 시작한 컴퓨터 유통사업을 모태로 한다. 하지만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용산전자상가를 중심으로 PC 유통시장이 급격히 침체되면서 선택한 것이 렌탈서비스였다. 당시 장교로 군복무를 마친 박 회장의 동생인 박관병 대표가 입사하면서 임대 관련 부서를 만들어 첫 렌탈서비스에 나섰다. 당시 한 개 부서에 불과했던 렌탈서비스를 중심으로 창립한 기업이 지금의 이지렌탈이다. 박 대표의 렌탈사업으로의 전환 결정은 “소유의 시대가 가고 공유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박 대표는 “밀레니엄 시대로 접어들면서 소유의 개념은 사용개념으로 바뀌어갔다”며 “시장에서도 공유 개념이 강조되면서 거의 모든 제품에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공유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지렌탈이 본격적으로 렌탈사업에 뛰어들었던 2000년은 국내에서도 렌탈서비스 시장의 태동기였다. 하지만 이후 렌탈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했다. 공간, 제품을 함께 사용하는 공유경제가 트렌트로 자리 잡으면서 기존 사무가구를 비롯해 생활용품까지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렌탈 시장규모는 2006년 3조원에서 지난 2017년 28조7000억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오는 2020년에는 40조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렌탈시장은 자본에 따라 경쟁력이 크게 좌우되는 시장이다. 이지렌탈과 같이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경쟁에 뛰어들어야하는 중소기업에게는 녹록치 않은 환경이다.

박 대표는 “제일 힘들었던 것은 자금 문제”라며 “창업 이후 4~5년간은 대기업 벽을 크게 느꼈다. 대기업이 돈으로 밀고 들어올 때 저희는 서비스로 승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기술: 도전과 성장
차별화된 서비스, 독자적 제품으로 승부

이지렌탈의 전략은 선택과 집중, 서비스의 차별화였다. 기존 PC유통 노하우를 살려 노트북, 데스크톱, 컴퓨터 주변기기 등 사무기기를 주력으로 기업 등을 상대로 한 B2B 시장에 주력했다.

동시에 자본의 격차는 서비스 차별화로 공략했다. 빠른 배송 등 즉각적으로 고객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역량을 집중했다. 서울의 경우 주문 당일 배송이 가능하도록 배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또 언제든 고객 요구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예비 장비를 배치하는 관리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과거 자본금이 없어 구입이 어려운 제품의 경우 대형 업체에 돈을 주고 직접 빌려 다시 대여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박 대표는 “서비스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장에서 거의 같은 제품으로 서비스를 하는 만큼 경쟁력은 고객을 얼마나 만족시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진단했다.

박 대표는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보수적 고객을 상대로 한 영업 전략은 무엇보다 신뢰쌓기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대기업 계열사나, 학교, 공공기관 등 충성도 높은 고객사를 확보해 나갔다. 주요 전국단위 선거나 국제적 행사 등 공적 시장에 서비스 영역을 확보해 나가면서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이지렌탈은 사업 초기 16대 대통령 후보 캠프 IT기기 지원을 시작으로 2007년 대통령 선거 개표, 제6회 동시지방선거,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와 제19대 대통령선거, 제7회 동시지방선거 등 사전투표 명부단말기 등 사무기기 공식 지정사로 참여했다. 이와 함께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와 제47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사무가구 공식 지정사로 선정되는 등 대규모 국제 행사도 치러냈다.

그 결과 현재 대기업 계열사와 공공기관 등 고객사가 8000여 곳으로 확대됐다. 출범 당시 하나의 사업부서 수천만원 수준에 불과했던 수익은 창립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2015년에는 렌탈매출 100억원대를 돌파했다.

하지만 렌탈 시장성이 커지고 대기업 등 거대 자본 진출이 활발해 지면서 렌탈 시장의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졌다. 렌탈 수요가 커지면서 매출은 늘고 있지만 물류비와 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이익은 줄어드는 추세다. 여기에 대기업 진출이 활발해 지면서 자본력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는 중소기업의 설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지렌탈이 롯데렌탈과 MOU를 체결했다.ⓒ이지렌탈
이지렌탈이 롯데렌탈과 다중이용시설 공기청정기 렌탈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이지렌탈

이지렌탈의 선택한 돌파구는 제품 개발이었다. 이지렌탈은 지난 2월말 시장에 대용량 공기청정기 ‘유니큐(Uni-Q) 슈퍼메가’를 시장에 출시했다. 유니큐 슈퍼메가는 렌탈기업 이지렌탈이 직접 개발‧제조한 첫 제품이다.

박 대표는 “렌탈시장은 자본만 있다면 진입장벽이 낮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며 “그래서 이제는 남들이 안하는 새로운 제품을 렌탈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대용량 공기청정기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에 대한 심각성이 커지면서 공기청정기 시장은 가히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 규모는 2017년 140만대에서 2018년 250만대, 올해는 300만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기존 공기청정기 시장은 50평형 이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지렌탈은 이 점을 눈여겨봤다. 이지렌탈의 주요 고객은 일반 소비자가 아닌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 대형 기관이다. 공기청정기 수요가 높아졌지만 정작 자신들의 주 고객층에 공급할만한 대용량 제품은 눈에 띄지 않았다.

박 대표는 “공공기관이나 학교, 행사장 등 대형 기관을 상대로 서비스를 해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용량 공기청정기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며 “고객사에 대용량 제품을 제시했을 때 반응이 너무 좋았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렌탈은 2년 전 연구전담부서인 ‘에코버 친환경사업본부’를 꾸려 개발에 착수, 지난해 하반기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올해 초 시장에 ‘유니큐 슈퍼메가’를 선보였다.

유니큐 슈퍼메가는 대형건물 로비나 사무실, 도서관이나 체육관, 어린이집, 지하쇼핑몰, 문화센터 등 다중이용시설까지 대규모 공간에서 초미세먼지와 세균을 제거할 수 있는 초대용량 공기청정기다. 50평형 이상 공기청정기로서는 국내 최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공기정화 시장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한 셈이다.

유니큐 슈퍼메가는 50평대 이상에서 1000평대까지 1대만 설치하면 공기청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현재 이지렌탈은 보급형(100·200·300평형)과 주문형(500·800·1000평형) 등 다중이용시설 청정 면적에 따라 6개 모델을 내놓았다.

이지렌탈이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구현한 기술력 또한 제품 개발의 한 동력이 됐다. 박 대표는 “과거 10여년 전 환기장치 개발에 도전했다가 사업을 접었었다. 하지만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공기청정기 개발에 나설 수 있었고 당시 기술과 연구진을 재정비해 제품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기청정기 상단에 위치한 제트 노즐 디퓨저는 정화한 공기를 30미터 이상 먼 곳까지 내보낸다. 공기청정기 주변뿐만 아니라 넓은 공간에서도 공기청정 기능이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이다.

이와 함께 기존 대형 공조시스템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고밀도 정화기술도 공략했다. 유니큐 슈퍼메가는 워셔블 프리필터, 카본 필터, 헤파 필터 3가지 필터에 이온 클러스터 모듈(탈취 필터)을 결합한 총 4단계의 공기정화 시스템을 구축해 공기 중 초미세먼지·유해가스·바이러스·세균 등을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한국건설환경시험연구원이 발행한 시험성적서에서 이온클러스터 모듈 기술은 99.9% 항균효과와 안전성도 입증받았다.

이지렌탈 박관병 대표이사ⓒ투데이신문

이와 함께 제품 너비가 30cm 미만으로 설치해도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 초슬림 디자인을 구현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또 제품에 BLDC 모터를 장착해 소음 및 전력소모를 최소화,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 점도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요인이다.

제품 출시 이후 지금까지 성과는 기대 이상이다. 유니큐 슈퍼메가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코엑스, 서울디지털산업 단지, 수원 KT-WIZ 파크 등에 설치. 현재 80여 곳의 고객사의 설치가 완료됐다. 최근에는 국방부 올해 전반기 우수 상용품 업체로 시범사용 품목으로 선정됐다. 이에 육군, 공군, 해군의 각 부대에 유니큐 슈퍼메가가 설치될 예정이다.

이지렌탈은 유니큐 슈퍼메가의 자체 판매와 임대 서비스뿐 아니라 에스원, 롯데렌탈 등 대형사와 총판계약을 맺으며 안정적인 판로도 넓혀나가고 있다.

박 대표는 “당초 출시 첫해 50억원 정도 매출을 예상했는데 이 추세라면 100억원은 충분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150억원에서 200억원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물론 자체 제품을 내놓기까지의 과정이 쉽진 않았다. 개발은 지난해 7월 즈음 마쳤지만 최초로 개발된 제품인 만큼 별도의 기준이 따로 없어 조달청 등록 등 기술인증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조달청 벤처나라에도 등록했다. 현재는 조달청 나라장터 입점도 준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지렌탈의 영역은 렌탈사업에서 제조 스타트업까지 확대된 셈이다. 앞으로 확대된 사업 영역이 어떠한 시너지를 낼지가 앞으로의 과제가 됐다.

이지렌탈 사무실에 ‘우리가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합니다’는 글귀의 현수막이 걸려있다ⓒ투데이신문

#미래: 성장 한계 넘어라
지속가능 성장 위한 발판은 ‘상생과 직원’

이지렌탈은 상생을 또 다른 생존 전략으로 꼽고 있다. 중소기업으로서 단독으로 자본과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박 대표는 “중소기업들이 우수제품들을 많이 만들지만 팔기만 했지 판매나 렌탈 등의 노하우가 없다”며 “적정한 렌탈료를 책정해주는 등 컨설팅을 해주고 렌탈도 대행해주는 방식을 구축해 중소기업간 시너지를 높이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고 밝혔다.

의사결정이 길고 보수적인 대형 렌탈업체가 할 수 없는 서비스라고 판단한 것이다. 중소기업에게는 판로를 열어주고 이지렌탈로서는 가격 경쟁력이 있는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윈-윈’ 전략이다.

제품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박 대표는 “앞으로도 시대 흐름에 맞는 제품개발은 계속 진행하지만 꼭 우리가 아니더라도 동시에 다른 우수한 중소기업 제품을 발굴하고 필요시 개발지원에 나설 것”이라며 “이렇게 개발된 제품을 우리가 구매하고 렌탈을 해 함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렌탈은 지난해 VR컨텐츠 개발하는 2개 업체에 2억원씩 투자했다. 박 대표는 “우수한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의 인큐베이팅도 같이하는게 우리의 목표”라며 “앞으로 10개 정도 회사에 투자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지렌탈은 중소기업으로서 취약한 자금력을 극복하기 위해 조만간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르면 2020년, 늦어도 2022년까지 IPO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기업의 변화에 발맞춰 경영 철학 또한 진화했다. 이지렌탈의 지속경영 전략의 핵심은 직원이다. 경영 목표도 창업 초기 성장기 고객 중심에서 현재 직원 중심으로 전환했다.

이지렌탈은 경영철학으로 행복경영을 꼽고 있다. 이지렌탈이 말하는 행복경영의 중심은 직원이다. 이지렌탈 홈페이지의 기업정신 첫머리는 ‘직원행복’을 꼽고 있다. 이지렌탈 사무실에도 ‘직원이 행복하면 고객이 행복하다’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박 대표는 “회사 목표가 예전 고객중심에서 지금은 직원중심으로 바뀌었다”며 “우리가 말하는 행복경영은 직원 중심의 경영”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가 말하는 직원 복지의 핵심은 정당한 대가다. 이지렌탈의 경영방침은 ‘영업이익의 10%는 직원들에게 환원하자’이다. 회사의 이익을 직책이나 기여도에 따라 꾸준히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있다. 특히 이지렌탈은 15분 쿼터제도를 도입, 정해진 근무 시간을 넘기면 15분 단위로 수당을 지급한다.

생일자를 챙기는 것은 물론 어린이날에는 어머니통장으로, 어버이날에는 직원 부모님 통장으로 회사가 용돈을 보내기도 한다. 전용 치과를 지정해 직원 스케일링 등 치료를 지원하는 등 세심한 직원 복지도 눈길을 끈다.

박 대표는 “과거 직원의 희생을 강요하며 기업의 성장을 도모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직원이 행복하지 않으면 고객이나 거래처에도 잘할 수 없다”며 “우리가 먼저 행복해지고 더 많이 가져야 고객에게 더 베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에게 그런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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