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대 강 대치 이어가는 손학규-호남계 vs. 바른정당계-안철수계
당 화합·자강·개혁 외치며 갈등 봉합 나섰지만 갈등은 더욱 증폭
‘한지붕 두가족’ 바른미래당…분당 이후 野 정계개편 신호탄?
비례의원 등 현실적 문제에 당분간 치열한 주도권 다툼 전망

바른미래당 손학규(가운데)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 손 대표, 오신환 원내대표 ⓒ뉴시스
바른미래당 손학규(가운데)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 손 대표, 오신환 원내대표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참패 이후 터져 나온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패스트트랙 정국을 거치며 극심해지고 있다. 손학규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바른정당계, 안철수계 등 반대파와 손 대표와 호남계 등 당권파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두 세력 간의 갈등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벌어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사보임 논란으로 극한 당내 갈등이 일었던 바른미래당은 지난 8일 김관영 원내대표의 중도사퇴와 함께 내년 21대 총선에서 다른 당과의 통합이나 선거연대를 추진하지 않고, 당의 화합과 자강, 개혁의 길에 매진하겠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당내 갈등을 봉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날의 당내 화합 결의는 곧 무색해졌다. 바른정당계 오신환 원내대표가 선출되면서 최고위로 복귀한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이 손 대표를 향해 융단폭격을 퍼부으며 퇴진을 요구하는 등 반대파(바른정당계-안철수계)와 당권파(손학규-호남계) 간의 내홍은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바른미래당의 분당과 바른미래당발 정계개편에 속도가 붙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바른미래당의 앞날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화학적 결합’ 마무리 못한 바른미래당

바른미래당은 지난 2018년 2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해 탄생했다. 개혁보수와 중도개혁을 기치로 내건 두 당의 결합으로 탄생한 바른미래당은 이념성향과 정치적 성향 등의 차이로 인한 당 정체성, 노선 갈등 등 당내 화학적 결합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바른미래당은 창당 후 첫 선거인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거대 양당에 밀리며 광역지자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을 단 1명도 배출하지 못한 채 참패했다.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마찬가지였다. 이 패배에 책임을 지고 바른미래당의 공동창업주 격인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는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김동철 비대위 체재를 거쳐 지난해 8월 손학규 대표 체제가 출범했지만, 올해 있었던 4.3 국회의원 보선에서도 바른미래당은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처럼 창당 후 이어진 선거들에서 잇따라 참패함에 따라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던 당내 화학적 결합이 결국 당내 갈등으로 표출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당내에서는 손학규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다. 바른정당계 하태경, 이준석, 권은희 최고위원은 손 대표에 대한 재신임 총당원 투표를 요구하면서 최고위 참석을 보이콧했다. 바른미래당 전·현직 지역위원장들과 정무직 당직자들도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하며 ‘안철수-유승민 등판’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손 대표는 지도부 사퇴를 촉구한 정무직 당직자들을 무더기 해임하며 자신의 사퇴론에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추석까지 당 지지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면 대표직을 그만두겠다”면서 바른정당계 정병국 의원에게 당 혁신위원장을 맡아 당의 노선과 정체성 정리를 요청하는 등 배수진을 쳤다.

그러나 최근 패스트트랙 정국에서의 사보임 논란으로 당내 내홍은 더욱 극심해졌고, 손 대표의 퇴진을 공약으로 내건 바른정당계 오신환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되면서 내분은 극에 달하고 있다.

국민의당-바른정당 출신 바른미래당 전·현직 지역위원장, 정무직 당직자들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손학규 대표 및 현 지도부 총사퇴와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의 등판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당-바른정당 출신 바른미래당 전·현직 지역위원장, 정무직 당직자들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손학규 대표 및 현 지도부 총사퇴와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의 등판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극심해지는 내홍

오신환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오늘의 결정을 손 대표도 무겁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본다”며 “변화의 첫걸음은 현 지도부의 체제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약속한 대로 빠른 시일 내에 의원단 워크숍을 개최하고 총의를 모아, 손 대표를 바로 찾아뵙고 간곡한 충언을 말씀드릴 생각”이라면서 손 대표의 퇴진을 압박했다.

그러나 손학규 대표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계파패권주의에 굴복해 퇴진하는 일을 절대 없을 것”이라며 사퇴요구를 일축했다. 이후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수석대변인 등 주요 당직에 측근들의 임명을 강행하면서 반대파의 반발은 더욱 커졌다.

이와 함께 손 대표의 이른바 ‘유승민 축출’ 발언 논란의 진위 여부도 양측 간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 16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손 대표가 우리 당 의원 몇명을 접촉해 ‘바른미래당으로 와라. 와서 유승민(전 대표)을 몰아내자’고 했다고 한다”고 말해 논란은 시작됐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박지원 의원이 막말을 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정치인이 어떻게 유승민 의원을 몰아내자고 이야기를 하나. 어제 기자들 말에 박 의원의 말을 진지하게 듣는 사람이 누가 있냐고 얘기를 했는데,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며 “박 의원은 바른미래당을 흔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손 대표의 해명에도 반대파는 당내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하며 각을 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바른정당계 하태경, 이준석, 권은희 최고위원은 20일 ▲문병호·주승용 등 최고위원 2인에 대한 임명철회 ▲채이배 정책위의장, 임재훈 사무총장 임명철회 ▲당헌에 규정돼 있는 ‘최고위원회와 협의’의 조항들 중 협의 주체인 ‘최고위원회’는 ‘최고의원들 의결정족수 이상 참석한 회의 기준’으로 유권해석 ▲4.3일 보선 당시 바른정책연구원 의뢰 여론조사 관련 자금유용에 관한 당내특별조사위원회 설치 ▲박지원 의원의 발언에 대한 당내 진상조사위 설치 등 5가지 안건을 제시하며 긴급 최고위 개최를 요구했다.

22일 열린 임시 최고위에서 손학규 대표는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이 제시한 긴급 안건 5건을 모두 상정 거부했고, 이에 하태경 의원은 “개인 내면의 민주주의가 가장 어렵다.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하기 때문”이라고 말해 노인비하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당 논란이 지속되자, 하 의원은 다음날인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내 문제를 두고 치열한 논쟁 중이기 때문에 표현 하나하나가 평소보다 더 정제됐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손 대표를 직접 뵙고 사과드리는 자리에서 저의 진심도 잘 전달하겠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24일 열린 임시 최고위에서도 손 대표가 바른정당계 최고위원 3인이 앞서 제안한 5건의 안건과 추가로 상정을 요구한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최고위 입장 결정 ▲이준석 최고위원의 기자회견을 방해한 전·현직 당직자에 대한 징계 ▲이견이 있는 당헌·당규 해석에 대한 최고위의 명확한 유권해석 등 3건에 대해서도 모두 거부 의사를 밝히며 갈등은 계속됐다.

이에 오신환 원내대표는 손 대표를 향해 “용퇴를 거부하셨다면 당 운영이라도 민주적으로 해서 더 이상 잡음이 나지 않도록 해달라”며 “최고위 안건상정을 요청한 것은 최고위에서 그것을 논의하고, 의논하자는 뜻이다. 그냥 당 대표께서 혼자 해석하고, 그것을 거부하는 것은 민주적 운영절차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발하며 대립각을 이어갔다.

지난 4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신환 의원에 대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사보임을 반대하는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이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태경, 오신환, 유승민, 이혜훈, 김중로, 유의동 의원 ⓒ뉴시스
지난 4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신환 의원에 대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사보임을 반대하는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이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태경, 오신환, 유승민, 이혜훈, 김중로, 유의동 의원 ⓒ뉴시스

‘한지붕 두가족’ 바른미래당…분당 가능성은?

이처럼 ‘한지붕 두가족’ 상황을 이어가고 있는 바른미래당이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향후 정계개편 과정과 국고보조금, 당내 자산 문제 등과 관련해 양측 모두 쉽사리 먼저 당을 떠날 수 없는 상황에서 당권을 두고 당권파와 반대파의 주도권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바른미래당 소속 국회의원은 총 28명이다. 이중 비례대표 의원은 13명에 달한다. 비례대표 의원은 탈당 시 의원직을 잃게 된다. 때문에 향후 정계개편 국면에서 당 대 당 통합을 해야 비례대표 의원들을 모두 데려갈 수 있다. 즉, 바른미래당의 간판을 쥐고 있어야 향후 정계개편에서 당 대 당 통합으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

또한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현재 당권파와 반대파 모두 상대측 지역구 의원들이 탈당하더라도 비례대표 의원들의 수를 합치면 교섭단체 지위를 유지할 수 있어, 원내교섭단체에게 유리한 국고보조금 지급에서도 이득을 이어갈 수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기준 바른미래당은 총 24억7000여만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은 반면, 비교섭단체인 민주평화당은 6억4000여만원을 받는데 그쳤다.

이와 함께 50억원 안팎으로 알려진 당의 자산도 당권파와 반대파의 치열한 주도권 다툼의 이유 중 하나라는 지적도 나온다.

바른미래당 이상돈 의원은 지난달 18일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이숙이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들리는 말에 의하면 (당내) 현금이 50억이 안 되는 몇십억이 있다는 말들이 있다”며 당권파와 반대파의 갈등을 설명했다.

이 의원은 “분당은 정당법에 있는 개념이 아니라 어느 쪽은 맨몸으로 나오는 것”이라며 “남아있는 쪽에서 다 갖는 거다. 그러니까 남아서 버티면 다 가질 수 있으니까 서로 나가라고 싸우는 것”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바른미래당發 정계개편…현실화될까?

현재 진행 중인 바른미래당의 극심한 내홍과 관련해 분당설과 함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계개편 시나리오도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바른미래당은 다른 당과의 통합이나 선거연대는 없다며 자강론을 외치고 있지만, 향후 당권의 향방이 어디를 향하느냐에 따라 바른미래당발 정계개편이 촉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거론되는 정계개편 시나리오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내 보수세력의 결집, 바른미래당 호남계와 평화당의 결집으로 헤쳐모이는 식으로 제기되고 있다.

평화당 유성엽 원내대표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재구성 대신 바른미래당 내 호남계와의 제3지대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제3지대 신당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다음 총선에서 바른미래당도, 평화당도 전멸수준이다. 지금 현재는 각 당이 서로 눈치보고 줄다리기를 해서 그렇지 금명 간 만들어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거론되고 있는 바른정당발 정계개편 가능성과 관련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일단 정계개편이 되려면 다른 정당들도 호응을 해줘야 하지 않겠나”라며 “보수정계개편을 한다고 하면 자유한국당 쪽에서 구체적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데, 황교안 대표는 아직까진 그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황 대표 측에서 인재영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말이 들리는데, 이들을 길러내 내년 총선에 내보내겠다는 게 1차 구상으로 보인다”며 “그렇다고 해서 외연확장을 안할 수 없으니까 상징적으로 바른정당계 몇명을 선별적으로 받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그 시점이 당장 급하진 않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당 대 당 통합 가능성에 대해서는 안철수계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훈 평론가는 “바른미래당 내에서 안철수계 일부는 바른정당계와 함께 손 대표 체제를 흔들면서도, 또 일부는 손 대표와 협조해 현 체제를 유지하는 더블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본다”며 “손학규 대표를 견제하면서도 교체까지 하는 걸 원치는 않는 것”이라고 평했다.

아울러 “안철수 전 대표가 들어왔을 때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지금 손 대표 체제가 붕괴되면 결국 유승민 전 대표가 당권을 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 되는 것이 싫은 것”이라며 “일단 바른미래당 내부가 정리되고 안철수 전 대표가 돌아오는 즈음에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타진하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평화당과 바른미래당의 당 대 당 통합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 예측했다. 그는 “(정계개편에서) 평화당은 일차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과의 통합을 원할 것으로 생각한다. 바른미래당과 다시 합쳐 큰 실익이 없다는 것”이라며 “민주당도 내년 총선이 팽팽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면 선별적으로 받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른미래당 내 호남계의 입지가 애매한데, 그들은 가능한 한 평화당과 같이 움직여서 민주당과의 통합 논의에 합류하길 원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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