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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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 최초의 황금종려상 수상이다.

25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칸에서 열린 폐막식이 열렸다. 이날 폐막식 가장 마지막에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56) 감독은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봉준호의 ‘기생충’을 호명했다.

봉 감독은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건네받은 뒤 “수상 멘트를 준비하지 못했다”면서도 “‘기생충’이란 영화는 큰 영화적 모험이었다.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을 만들고 싶었다.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홍경표 촬영감독, 이하준, 최세연, 김서영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감사드린다”면서 “무엇보다도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었던 영화고, 이 자리에 함께 해준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나의 동반자인 우리 송강호의 멘트를 꼭 이 자리에서 듣고 싶다”며 송강호 배우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송강호 배우는 “인내심과 슬기로움과 열정을 가르쳐 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 모든 배우들께 이 영광을 바치겠다”며 봉 감독에게 다시 마이크를 돌려줬다. 봉 감독은 “나는 그냥 열두살의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다. 이 트로피를 이렇게 손으로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감사하다”며 수상소감을 마쳤다.

영화제 개막 전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 여부는 불투명했다. 하지만 영화가 공개된 직후 평론가 최고 평점을 받으며 시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기생충’의 만장일치 황금종려상 결정에 대해 “‘기생충’은 무척 유니크한 경험이었다. 우리 심사위원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영화는 예측할 수 없는 방법으로, 다른 여러 개의 장르 속으로 관객을 데려간다. 그리고 한국을 담은 영화지만 동시에 전 지구적으로도 긴급하고 우리 모두의 삶에 연관이 있는 그 무엇을, 효율적인 방식으로 재미있고 웃기게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기생충의 수상은 그 어느 때보다 거장들이 작품과의 경쟁 속에서 이뤄낸 쾌거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소리 위 미스트 유’의 켄 로치(83), ‘영 아메드’의 장 피에르 다르덴(67)·뤽 다르덴(65) 형제, ‘어 히든 라이프’의 테런스 맬릭(76), ‘메크툽, 마이 러브: 인테르메조’의 압둘라티프 케시시(59),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56) 감독 등이 이미 황금종려상을 받은 감독들의 작품이 즐비했다.

이번 황금종려상 수상은 한국 영화로 최초다. 한국영화가 칸에 진출한 지 35년 만의 쾌거다.

칸 영화제에서 지난 2000년 임권택 감독은 ‘춘향뎐’을 경쟁 부문에 처음 명단을 올린 이후 2년 뒤인 2002년 ‘취화선’으로 또 다시 경쟁부문에 진출, 감독상을 수상했다. 이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경쟁부문에 진출,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을 안았고 2007년 이창동 감독의 ‘밀양’을 통해 주연배우인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후 2009년에 박찬욱 감독이 ‘박쥐’로 3등상인 심사위원상, 2010년에 이창동 감독이 ‘시’로 각본상을 수상했다. 이후 한국 작품의 수상은 없었다. 지난해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호평을 받았지만 수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봉 감독으로서도 칸 입성 5번째, 경쟁부문 진출 2번째 만의 쾌거다. 앞서 봉 감독은 ‘괴물’(2006, 감독주간) ‘도쿄!’(2008, 주목할 만한 시선) ‘마더’(2009, 주목할 만한 시선) ‘옥자’(2017, 경쟁)로 칸의 주목을 받았다.

한편, ‘기생충’은 식구들 모두가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선생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의 집에 발을 들이게 되고, 두 가족의 만남은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간다는 내용이다. 이달 30일 국내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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