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공장 폐업 수순 밟은 미소페 7공장
19명 제화노동자 졸지에 거리로 내몰려
미소페 본사, “관련 없는 일” 나 몰라라?
고용·퇴직금 보장까지 무기한 농성 돌입

<사진 제공 =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구두 전문 브랜드 ‘미소페’ 공장의 기습 폐업으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제화노동자들이 본사 앞을 점거했다. 이들은 고용 보장과 퇴직금 보장, 아울러 유통수수료 인하를 촉구하는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27일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이하 제화지부)에 따르면 미소페의 하청업체 7공장은 지난 14일로 돌연 폐업했다. 이로 인해 7공장에서 근무하던 제화노동자 19명은 해고 조치됐다. 해고된 제화노동자들은 7공장의 사장이 밀린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폐업 통보 후 이틀 만에 ‘먹튀’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3월 7공장에서 퇴사한 노동자 2명은 사측에 퇴직금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정식으로 고용된 노동자가 아닌 소사장, 즉 특수고용노동자이기 때문에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이를 반려했다.

그러나 출퇴근과 업무시간까지 현행법상의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사측의 통제 하에 근무해 온 이들은 법원에 퇴직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고, 최근 1심 재판부는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결과에 다른 11명의 퇴직자들도 이 같은 소송을 진행했다.

그런데 지난 10일 7공장 사장이 갑작스럽게 공장 폐업 의사를 밝혔다. 그로부터 3일 후인 13일 공장 현장이 폐업 조치되면서 다음 날부터 7공장 제화노동자들은 갈 곳 없는 해고자 신세가 돼버린 것이다.

길게는 16년 가까이 미소페에 몸담아온 노동자들은 사측의 이 같은 행태에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소페 본사는 “7공장은 경영상을 이유로 들어 자체 판단에 따라 폐업 조치를 한 것”이라며 자신들은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지난해 9월 노조와 단체교섭을 시작할 당시 본사에서 하청 업체들에게 단체 교섭에 참여하라는 공문을 직접 발송하고 끝까지 교섭에 참여하는 등 미소페 본사에서 하청 공장을 직접적으로 관여해왔기 때문에 본사에도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갑작스럽게 일자리를 잃은 제화노동자 19명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지난 17일부터 성수동 미소페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24일부터는 미소페 본사 앞 주차장에 천막을 설치하고 무기한 농성에 나섰다. 이들은 본사 측에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해고노동자들의 고용과 퇴직금을 책임져 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울러 소사장제 철폐와 유통수수료 인하도 촉구하고 있다.

제화지부는 “제화공들은 1997년 IMF 이후로 도급제라는 것이 들어와서 사회적 보호를 하나도 받지 못했다. 다치면 스스로 치료하고, 말을 잘못해 사용자에게 찍히면 일자리를 잃을까 봐 전전긍긍하며 지난 20여년을 살아오다 이제야 노조할 권리를 보장받고 일터에서 주인이 되고자 나섰다”며 “이틀 만에 진행된 먹튀 폐업에 당한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과 본사에 책임을 묻는 현장 투쟁, 유통재벌 개혁 및 과도한 수수료인하를 위해 나선 제화노동자들과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제화지부 정기만 지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미소페에 몸 담아온 노동자들을 협력업체 직원이라고 해서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며 “이번 건은 본사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풀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지부장은 “우리가 본사에게 요구하는 것은 폐업으로 인해 직장을 잃고 당장 생활할 수 있는 임금이 끊겼기 때문에 이에 대한 위로금과 퇴직금을 우선적으로 촉구한다”며 “본사 관계자가 대화 자리를 만들겠다는 얘기가 오고 간 상태이지만 아직까지 연락은 없다. 본사로부터 우리가 원하는 답변을 듣지 못한다면 농성을 무기한으로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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