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게임장애 협의체 구성해 현안 논의 및 대책 마련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 공대위 구성…문체부도 반대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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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면서 국내 각계각층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함에 따라 국내 문화계, 게임업계 등 각계각층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게임질병의 체계적 정립을 준비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국내도입을 반대하고 있어 향후 정부가 어떻게 입장을 정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WHO가 게임질병코드 도입을 결정함에 따라 게임장애 협의체를 구성해 현안을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협의체는 관계부처 및 법조계, 시민단체, 게임업계,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할 예정이다. 

복지부 권준욱 건강정책국장은 “협의체 운영을 통해 관련 분야 전문가 및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나누고 2022년 국제질병분류 공식 발효 및 2026년 경 국내 질병분류체계 개편에 대비해 중장기적 대책을 논의하고 준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WHO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총회(World Health Assembly)를 통해 게임장애에 따른 질병코드의 도입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WHO는 게임 통제 능력이 손상돼 12개월 이상 지속되면 게임 중독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게임을 질병의 원인으로 규정할 기초적인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복지부는 협의체를 구성해 현안을 논의한다고 전했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WHO의 결정을 수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 박능후 장관도 지난해 10월 11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WHO에서 확정적으로 게임장애 질병코드가 정해지면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게임업계를 비롯한 문화계에서는 게임중독의 질병 지정에 강력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게임 과몰입과 질병간의 상관관계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에 따라 53개의 학회‧공공기관‧유관협회로 구성된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구성했다. 공대위는 오는 2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출범식을 갖고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한편, 향후 활동계획 및 전략을 공표할 예정이다.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회장은 자신의 SNS에 “게임장애에 대한 (질병)코드 지정은 신중해야 한다. 우선 연구와 데이터가 부족하다”라며 “WHO 이상의 권위를 가지고 있는 미국정신의학협회(APA)는 현재까지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을 유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게임이 건강 특히 두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게임중독자의 뇌가 마약중독자의 뇌와 유사하다는 연구를 발표하고 있지만 그것이 게임이 원인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으로 이미 변화된 것인지는 답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화연대 역시 “게임장애의 질병코드 분류에 반대한다. 게임의 사회문화적 가치에 대한 조명과 예술성, 새로운 시대의 놀이문화로서 가능성 등은 문화연대가 게임 질병코드 분류에 반대하는 주된 이유다”라며 “사회적 공론화와 논의가 채 시작도 되지 않은, 하지만 사회적 영향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는 사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신중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주장대로 찬성표를 던지는 것은 결코 타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문체부도 게임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식화 했다. 문체부는 복지부가 구성하려는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며 WHO에 이번 결정에 대한 반대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게임질병코드 도입을 반대하는 민간과 입장을 공유하면서 WHO에 의사를 전달할 계획”이라며 “WHO의 기준에는 누군가 관심 있는 어떤 콘텐츠를 대입해도 모두 질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과잉 의료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복지부 협의체는 게일질병코드 도입 자체를 인정하고 논의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참여 하지 않을 계획이다”라며 “다만 사안을 중재할 수 있는 국무조정실 등을 통해 중립적으로 논의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면 당연히 참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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