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 성추행 당한 안전점검원 극단적 선택 시도
4년 전부터 ‘2인1조’ 근무 요구했지만 ‘묵묵부답’

<사진 제공 = 경동도시가스고객서비스센터분회 김경희 여성부장>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근무 중 성추행을 당하고 괴로워하던 여성 도시가스 안전점검원(이하 점검원)이 자살을 시도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인 가운데, 민주노총 울산본부 공공운수노조 경동도시가스고객서비스센터분회(이하 경동도시가스고객서비스센터분회 )가 점검원들의 안전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파업에 돌입했다.

28일 경동도시가스고객서비스센터분회에 따르면 본 분회 소속 여성 점검원 A씨는 지난 4월 초에 남성 혼자 사는 원룸에 도시가스 안전점검을 하던 중 방안에 감금되고 추행을 당할 뻔했다. 이후 A씨는 2주간의 휴식기를 가지고 업무에 복귀했지만 그날의 트라우마로 주변 동료들에게 힘들다는 말을 종종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괴로운 나날을 보내던 A씨는 급기야 지난 17일 자택에서 착화탄을 피워 자살까지 시도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쓰러진 채 동료에 의해 발견된 A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점검원의 성추행 사건은 과거에도 논란이 됐었다. 지난 2015년 여성 점검원이 근무 중 고객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이후 공공운수노조 울산지역본부는 성폭력 등 위험에 노출돼 있는 점검원들을 위해 2인1조 근무제 도입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사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당시 가해자의 집에는 바뀐 점검원이 사전에 성추행 이력을 미리 고지 받지 못한 채 안전점검을 나서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산업안전보건법상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를 시행해왔다. 이에 따라 경동도시가스는 노동자의 건강장해 예방을 위한 고객업무응대 매뉴얼 마련이나 고객들이 부적절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안내할 책임 등이 있지만 노동자의 건강장해 예방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게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다.

경동도시가스고객서비스센터분회는 지난 20일부터 ‘안전대책 없이 더는 일할 수 없다’며 무기한 파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점검원의 안전을 위해 ▲2인1조 근무 ▲개인할당 배정 및 성과 체계 폐기 ▲가스안전점검 예약제 ▲감정노동자 매뉴얼 마련 ▲성범죄자 및 특별관리 세대 고지 등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동도시가스 5개 고객서비스센터는 27일 노동자들이 제시한 안전대책 다수를 수용하겠다면서도 핵심인 2인1조 근무 도입은 어렵다고 응답했다. 2인1조 근무가 성범죄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고 소수의 블랙컨슈머 때문에 모든 고객 세대를 잠재적 범죄 세대로 가정해 업무 체계를 재편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게 사측의 주장이다.

가장 핵심 요구안이던 2인1조 근무에 대한 노사의 의견이 엇갈리며 안전 근본 대책 수립을 위한 경동도시가스고객서비스센터분회의 투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동도시가스고객서비스센터분회 김경희 여성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점검원은 대부분 여성이다. 초기에는 남성 점검원이었지만 남성이 방문하면 문을 열어주지 않는 일이 빈번하자 점차 여성 점검원으로 바뀌게 됐다”며 “속옷만 입고 문을 열어주는 일이 다반사이고, 고객과 일대일로 일을 하다 보니 함부로 하려는 사람도 많다. 남성 고객일 경우 들어가기 전 크게 심호흡을 하고 들어갈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추행으로 괴로워하던 동료가 자살시도까지 했지만 회사에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2015년 성추행 사건 이후 회사는 달라진 게 없다.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바꿔보자는 마음에서 파업에 나서게 됐다. 회사는 점검원들의 안전을 책임져 달라”고 촉구했다.

김 부장은 “가스가 누수되는 세대가 그렇지 않은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적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안전점검을 나서는 것은 예방차원이다. 성추행도 마찬가지다. 매일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자칫 목숨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예방해달라는 것”이라며 “2인1조 근무제 도입과 할당제 폐지 등을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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