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구로구의 한 식당에서 취객이 남경의 뺨을 때리고 있다. 사진출처 = 유튜브 영상 캡쳐
지난 13일 서울 구로구의 한 식당에서 취객이 남경의 뺨을 때리고 있다. <사진출처 = 유튜브 영상 캡처>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지난 13일, 서울 구로구 한 식당에서 술에 취한 남성 2명이 난동을 부리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건 당시의 상황을 담은 15초짜리 영상이 온라인에 떠돌면서 이른바 ‘대림동 여경 논란’이 일었습니다.

해당 영상에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여경 1명과 남경 1명이 취객을 제압하는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취객 중 한 명은 체포·처벌 가능성을 설명하는 남경의 뺨을 때립니다. 이에 남경은 자신의 뺨을 때린 취객의 팔을 꺾어 제압에 나섭니다.

이때 여경은 다른 취객을 만류하기 위해 다가섭니다. 이 과정에서 취객에게 밀려난 여경은 “열둘, 빨리 와주세요”라고 무전을 통해 말하고 취객 제압에 나섭니다. 해당 영상에서는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지만, 여경은 시민을 향해 “남자분 한 분만 나와 주세요”라며 취객 제압을 도와달라고 요청합니다. 이후 “채워요?”라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리고 여경은 “네”라고 답합니다.

이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여경 진짜 도움 안 되네”라거나 “시민에게 수갑 채워달라고 요청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고 비난했습니다. 논란이 일자 경찰은 “당시 여경이 도움을 요청한 건 신고자였으며 수갑을 채운 건 무전을 받고 현장에 온 교통경찰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무전을 받고 현장에 출동해 수갑을 채웠던 교통경찰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현장에 도착했을 때 여경이 취객을 완전히 제압하고 있었고 수갑을 저한테 줘서 제가 한쪽을 채우고 다른 손은 여경하고 같이 채웠다”며 “제 명예를 걸고 말씀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또 신고자를 향해 ‘남자분 한 분만 나와주세요“라고 말한 것은 다른 취객을 제압 중이던 남경에게 수갑을 전달하고 다른 한 손으로 취객을 제압하면서 ’손목을 잡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죠.

원경환 서울경찰청장도 “여경이 현장에서 제 역할을 다했다”고 밝혔고 민갑룡 경찰청장도 “해당 여경의 현장 대응은 적절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결국 여경은 현장 대응 매뉴얼대로 지원을 요청한 뒤 취객 2명 중 1명을 제압하고 현장에 지원을 나온 교통경찰과 함께 취객에게 수갑을 채운 것입니다.

이처럼 사건 당시 해당 여경의 현장 대응이 문제될 게 없다는 건 이미 여러 보도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경찰대 교수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도 “무술 유단자인 남경이라고 하더라도 혼자서 취객 한 명을 제압하기는 대단히 어렵다”며 “영상만으로 여경에 대한 자격을 논하거나 여경 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사건 현장에서 여경이 매뉴얼대로 적절히 대응했음에도 경찰의 뺨을 때린 취객보다 여경이 비난을 받는 이유는 뭘까요.

이번 사건의 여경을 두고 “이래서 여자는 안 돼”, “왜, 여자는 연약해서 이런 일은 못 하냐?”, “여경이나 여군이나 쓸모가 없어”라며 비난하는 남성들이 많았습니다.

사진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사진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지난 2017년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여성도 군대 가야한다”며 여성징병제를 주장한 청원이 12만3204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죠.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고 하면서 여성은 쓸모가 없다고 하면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요?

만일 남경 두 명이 같은 방식으로 제압했다면 경찰이 아닌 취객에게 비난이 쏟아졌을 겁니다. 경찰을 폭행한 취객보다 여경에게 비난이 더 가해지는 것은 우리 사회에 여성혐오가 만연하다는 방증입니다.

최근 남경이 여성을 성추행한 사건이나 버닝썬 게이트 등 남경이 문제가 됐을 때는 ‘남경 무용론’이 일지 않았죠. 남경은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이래서 남경은 뽑으면 안 돼’라는 말이 안 나오는 것과 비교하면 이번 논란은 참 어이없는 일입니다.

여경은 다양한 경찰 업무에서 남경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특히 성범죄 사건이나 가정폭력 사건 등에서 여경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성범죄 사건 조사 과정에서 남경에 의한 2차 피해를 겪는 피해자들이 많습니다. 때문에 여경이 아니라면 조사를 받지 않겠다는 여성·아동 피해자들도 있죠.

성범죄, 가정폭력 범죄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여경을 줄이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여성, 아동 등 많은 피해자들을 위해서, 한국사회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여경이 늘어나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여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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