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해당 영상만으로 강간미수 처벌 어려워”
여성계 “유사 피해사례 많아…법-현실 간극 커”

사진출처 = 유튜브 영상 캡처
<사진출처 = 유튜브 영상 캡처>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경찰이 귀가 중인 여성을 따라가 집 안까지 침입을 시도해 검거된 남성에게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실제 강간미수로 처벌될지는 미지수다.

귀가 중인 여성을 따라가 집 안까지 침입을 시도한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영상 속 남성에 대해 법원이 구속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강간미수 혐의로는 처벌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31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침입 강간미수) 혐의를 받고 있는 A(30)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A씨는 지난 2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귀가하는 여성을 뒤쫓아 집에 침입해 성폭행을 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의 범행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신림동 강간범 영상공개합니다’라는 제목의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해당 영상에는 한 여성이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을 열자 이 여성을 따라 들어가려던 A씨가 침입을 시도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문이 닫히면서 여성의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A씨는 그 후로도 10분가량 여성의 집 앞을 서성이며 침입을 시도했다.

당초 경찰은 A씨를 강간미수 혐의가 아닌 주거침입 혐의로 체포했다. 그러나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면서 논란이 일자 ‘피해자 집 출입문을 강제로 열려고 시도한 것은 성범죄 실행의 착수’라며 강간미수 혐의를 함께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술에 만취해 기억이 없다’며 성범죄 의도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범행 전후, 범행 현장에서의 행동 등으로 미뤄 A씨의 진술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실제 강간미수 혐의 처벌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해당 영상 속 A씨의 행위만으로는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태현 변호사는 지난 30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서 “법조인의 시각에서 강간미수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성폭행이라는 건 실행에 착수가 있어야 한다. 범행을 위한 폭행이나 협박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피해 여성과 마주치지조차 못 했다. 본인의 성폭행 의사를 겉으로 드러내지 못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때문에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법률 간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신혜정 활동가는 “해당 영상만으로는 강간미수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실제 여성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법률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또 “이 사건과 유사한 피해를 경험한 많은 여성들이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엄벌을 통해 ‘범죄자는 반드시 처벌 받는다’는 메시지가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에게 전달돼야 한다”며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여성들이 알기에 이 사건에 굉장히 분노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의 경우 CCTV가 공개되면서 많은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지만, 이 같은 범죄는 일상적으로 발생한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국가와 사법기관이 어떤 의식을 갖고 사건을 다룰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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