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전시기획팀 이가은 차장
6개 아카이브 꾸려 암스테르담 본토 전시 그대로 서울로 옮겨
본 전시 온전히 재현…감각적 체험 위해 지푸라기 하나까지 공수
예술가로 성장하는 고흐 일생 연대별 작품 전시로 여실히 담아

【투데이신문 박수빈 인턴기자】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온전히 체감해 볼 수 있는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 전시가 인기리에 진행 중이다. 우정아트센터에서 오는 8월 25일까지 열리는 본 전시는 국내 고흐 팬들의 발길로 연일 북적인다. 특히 국내에서의 빈센트 반 고흐 인기는 본토인 네덜란드에서도 인정할 정도다. 반 고흐의 작품을 주제로 연중 끊임없는 전시가 개최되고 있어 우리에게는 더욱 익숙하기도 하다. 

전시를 기획자인 이가은 차장의 자부심은 더욱 크다. 그는 “반 고흐의 작품은 사계절 계속된다"라며 국내에서의 고흐 사랑을 재 정의하기도 했다. 기획 초기부터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 전시에 대해 이가은 차장과의 대화를 통해 비화와 소개를 함께 전해 들었다.

# 체감 높은 전시로 반 고흐를 느끼다 

-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의 소개를 부탁드린다.

이번에 우정아트센터에서 개최되는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는 고흐의 작품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됐다.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는 원작 자체를 가져올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반 고흐 뮤지엄’에서 3D프린터로 직접 제작한 작품을 옮겨 왔다. 특히 암스테르담에서 전시되고 있는 작품과 구성 형태까지 그대로 구현해 더욱 체감 높은 전시를 진행 중이다. 

- 제작된 작품임에도 더 체감도가 높다는 게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고흐의 작품을 후지필름과 함께 3D 기술로 구현해냈다. 작품의 미세한 붓 터치부터 제작 당시의 비화까지 엿볼 수 있는 사소함 흔적들도 모두 담았다. 관람객들이 직접 작품을 만져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 역시 전시의 큰 특징이다. 특히 가족단위 관람에도 인기가 많다. 아이들이 직접 작품을 만져보고 또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아카이브 내에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 원작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음에도 굳이 제작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전시 관람자들이 고흐의 작품을 더욱 가깝게 느끼고 체험하게 하기 위함이다. 눈으로만 보거나 텍스트로 읽어서 이해하는 방식을 넘어 직접 만져보고 냄새 맡아보며 다양한 감각으로 예술을 감상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또 원작 훼손 문제에 대한 대안이기도 하다. 반출의 어려움과 한정적 공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작품들로 고흐의 작품을 비롯해 액자틀과 거치대까지 전부 재현해냈다.

- 암스테르담 ‘반 고흐 뮤지엄’은 어떤 곳인지.

‘반 고흐 뮤지엄’은 반 고흐의 자손들이 설립하고 운영해 온 전시관이다. 고흐의 동생 테오가 그의 아내인 요한나에게 작품을 보존해 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그녀는 아들에게 작품을 전하고 이후 네덜란드와 함께 공동으로 반 고흐 재단을 설립하게 된다. ‘반 고흐 뮤지엄’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들이 보존되고 연구되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역사적 배경만큼이나 반 고흐의 원작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미술관으로도 유명하다. 

# 고민의 과정부터 정신세계까지 엿보다 

- ‘반 고흐’ 작품 전시는 상당히 익숙하다. 

국내의 ‘반 고흐’ 사랑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보통 한해에 고흐의 작품을 주제로 기획되는 전시가 7~8개 이상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비단 전시에 한정되지 않고 출판이나 기타의 2차 창작물로 많이 활용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네덜란드와 ‘반 고흐 뮤지엄’에서도 국내 반 고흐 팬들의 호감에 감사한다는 의견이다. 아마 이번 전시가 개최될 수 있었던 큰 원동력은 반 고흐를 사랑하는 팬들의 영향력이 입증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 원작이 아닌 만큼 수많은 해외 투어전시의 일환 아닌가.

그렇지 않다. 본토에서도 흔쾌히 한국 관람객들에게 선보이고자 하는 의지로 추진 됐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크다.

- 작품과 아카이브는 어떻게 구성 됐나.

이번 전시는 반 고흐가 동생인 테오에게 쓴 편지를 통해 전해지는 작품의 비화와 역사적 스토리를 아카이브로 구성한 전시다. 아카이브의 시작점 역시 테오에게 쓴 글로 시작된다. 이후 반 고흐가 작가로 성장하고 고찰해 나가는 고민의 과정을 연도별로 이어간다. 전시의 후반부로 갈수록 그의 병약해지는 모습과 특별했던 그만의 정신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총 6개의 주제로 구성된 전시장은 각각 주제를 극대화하는데 노력했다. 아카이브는 ‘WHEAT FIELD: 그의 마지막 순간’, ‘EMERGING ARTIST: 화가로서의 시작’, ‘ARLES: 남부 프랑스’,  ‘YELLOW HOUSE: 노란 집’, ‘ILLNESS & CREATIVITY: 광기 어린 천재성’, ‘SUCCESS: 위대한 유산’ 등 총 여섯 개의 주제로 구성했다. 동선 중 ‘반 고흐의 방’은 마치 관람객이 작품 속으로 들어간 것 같은 환상을 느끼게 해 인기가 높다.

- 주요 전시 작품은.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에는 총 8개의 작품을 전시해 구역별로 기준해 배치했다. 작품은 해바라기(SUNFLOWER/1889년), 추수(THE HARVEST Vincent van Gogh/1888년), 생트 마리 드 라 메르 해변의 고깃배(FISHING BOATS/1888년), 클리쉬대로(BOULEVARD DE CLICHY Vincent van Gogh/1887년), 구름 낀 하늘 아래 밀밭(WHEATFIELD UNDER THUNDERCLOUDS/1890년), 풀숲(UNDERGROWTH/1889년), 일몰 무렵 오베르성이 있는 풍경(LANDSCAPE AT TWILIGHT/1890년), 반 고흐의 방(THE BEDROOM/1888년) 등이다. 특히 ‘반 고흐의 방’의 경우 아카이브 내 실제 그림 속 방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관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 전시를 즐겁게 관람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은지.

이번 전시는 가이드나 큐레이터 없이도 작품을 느끼고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 바로 자동으로 재생되는 ‘오디오 가이드’를 활용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관람에도 전시에 대한 이해가 더욱 수월하다. 

‘오디오 가이드’는 네덜란드와 한국의 문화와 이해의 괴리를 줄이는데 노력했다. 네덜란드어에서 영어로 또 그리고 그것을 다시 한국어로 바꾸는 과정에서 왜곡이 없도록 신경을 썼다. 표현의 강도나 어감의 차이를 최소화하고 맞추는데만 3개월 이상의 수정 과정이 계속됐다. 그리고 전시의 개막에 맞춰서 관객들이 즐기기에는 어려움 없이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최종 결과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번역보다 더 고심했던 부분은 성우를 선정하는 일이었다. 원본과 음성이 비슷하면서도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연기력을 갖춘 적합자를 찾아내는 것은 더욱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 외에도 영상이 재생되는 과정에 싱크 조절이라든지 아카이브 별 재생 구역 설정 등 기술적인 부분도 사실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었다. 

- 특수 효과도 눈에 띈다.

그림자 영상이 큰 인기다. 고갱과 빈센트 반 고흐의 관계를 궁금해하는 관람객들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관람하듯 내용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 연령대가 관람하는 전시인 만큼 심의에 있어서도 민감히 준비했다. 가령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르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그림자 영상으로 무난히 표현 가능했다. 

작품을 들여다보는 ‘확대경’도 자랑할만하다. 작품을 작업할 당시 모래알이 박힌 캔버스의 모습을 설명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한층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또 마지막 단계에 다다라서 구성된 ‘석세스존’은 ‘반 고흐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 850여 점을 모아 전시했다. 대중에게 알려진 유명 작품 외 다양한 작품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디바이스와 벽면 벽화까지 구성해 더욱 다채로움을 강조했다.

# 오감만족 체험 위해 지푸라기향까지 재현하다 

- 작품을 옮겨 오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일반 전시를 기획하는 어려움보다 10배는 더 느낀 것 같다.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는 전시의 특징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네덜란드 소속의 전문 기획자와 스태프 전체가 직접 국내에 와서 작업을 진행했다. 본국의 전시관 평수나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사전답사 과정과 실제 설치 제작 과정에서도 더욱 신경썼다.

단순히 언어적 괴리의 문제를 넘어 작품을 바라보는 통찰에서의 조율도 민감하게 신경을 기울였다. 작품의 배송 역시 난관이었다.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배송수단을 항공과 선박으로 나눠 진행했다. 특히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은 통관 사항이었다. 전시가 개최되는 일정에 통관 절차가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고 지체되었던 부분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던 경험이다.

- 이번 전시에 대해 ‘감각체험’을 강조하는데.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전시는 단순히 작품만 나열한 전시가 아니다. 전시 전반을 체험하며 말 그대로 ‘시각’만이 아닌 모든 감각을 활용한 체감도 높은 전시 구성을 말한다. 당연하겠지만 특수 제작된 작품을 만져보며 느끼는 ‘촉각’은 가장 큰 장점이다. 현장에 구성된 소품이나 구조물도 전시의 일환으로 생각하면 된다. 볏짚으로 쌓아 올린 공간에 앉아서 오디오 가이드에서 들리는 다양한 이야기를 영상과 함께 즐기다 보면 추수 현장의 향기도 느낄 수 있다.

- 전시장에 배치된 ‘굿즈(Goods)’ 역시 특이하다.

원작의 가치를 그대로 소장하고 싶어 하는 관람객을 위해 특별히 준비된 구성이다. 현장에서 전시, 판매되고 있는 굿즈도 네덜란드에서 공수해온 원품이다. 국내 팬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제품을 네덜란드와 의논해 선택 후 판매하고 있다. 판매 상품 중 의상 제품은 유일하게 국내 작가와 컬래버레이션 한 신제품이다. 한국의 특색을 담은 기념품을 구성해보고 싶은 의도로 만들었다. 도록 역시도 강조하고 싶다.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 전시에서의 도록은 작품의 작품에 대한 기본 설명외에도 작품 속에 담긴 제작 비화나 당시의 역사적 스토리를 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다른 버전의 도록을 구성하기도 했다.

- 전시와 함께하는 이벤트가 있나.

현재 ‘아이 멧 빈센트 반 고흐(I met vincent Van Gogh)’ 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전시를 전체 관람하고 나와서는 “반 고흐를 만나고 왔다”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기획된 이벤트다. 전시 관람 중 인스타그램에 반 고흐 스티커와 함께 인증샷과 태그를 업로드하면 자동 응모된다. 이 이벤트는 한국에서만 진행되고 있으며, 추후 당첨자를 선정해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에서 작품을 직접 관람할 수 있도록 항공권과 관람권을 제공할 예정이다.

- 마지막으로 관람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반 고흐에 대한 국내 팬들의 관심이 매우 높지만 주요한 유명 작품 외에는 작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 전시는 반 고흐의 일생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전하기 위해 기획됐다. 구성된 아카이브를 따라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다 보면 어느새 그의 일생의 한 부분으로 들어온 것 같은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전시명에서도 알 수 있듯 그의 작품이 아닌 작가를 만나는 시간을 선사하고자 구성된 전시다. 편하게 감상하며 감각적인 체험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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