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비정규직 채용서 학점 등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
지난해 블라인드채용 정규직만 적용해 차별 논란 촉발

NH농협은행 이대훈 은행장ⓒ뉴시스
NH농협은행 이대훈 은행장ⓒ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비정규직이 가장 많은 시중 은행으로 꼽히고 있는 NH농협은행(이하 농협은행)이 채용과정에서도 정규직과 차별을 두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블라인드 채용을 하는 정규직과 달리 비정규직은 각종 개인정보을 요구해 논란이 일었지만 올해도 이 같은 채용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농협은행 최초로 연임에 성공한 이대훈 은행장의 비정규직에 대한 인식 또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비정규직 채용 시 블라인드 방식을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최근 농협은행이 진행 중인 인천영업본부 일반계약직 채용공고에 온라인 입사지원 양식을 확인해보니 지원자의 이름뿐 아니라 개인 사진, 주소, 자격증 등의 개인정보를 필수 기재사항으로 적용하고 있었다.

과거 근무경력사항 뿐 아니라 최종학력사항, 나아가 학점사항까지 기재토록 돼 있었다. 특히 학점의 경우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입력해야하고 고등학교 성적은 석차(등수/총원)까지 입력하도록 요구했다.

NH농협은행 홈페이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농협은행 인천영업본부 일반계약직 채용 입사지원 양식ⓒNH농협은행 홈페이지 캡처
NH농협은행 홈페이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농협은행 인천영업본부 일반계약직 채용 입사지원 양식ⓒNH농협은행 홈페이지 캡처

주민등록번호나 생년월일 대신 생일만 적고, 인턴경험과 학력은 경력사항과 사회봉사 등 자기소개서만 제출하는 정규직 입사지원서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정규직은 입사지원서 뿐 아니라 면접전형에서도 수험자 이름대신 일련번호로 자신을 소개토록 하는 등 채용과정에서 철저한 블라인드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농협은행은 인천영업본부 계약직 채용 뿐 아니라 대부분 비정규직 채용에서 블라인드 방식을 적용하지 않고 구체적인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농협은행은 이 같은 채용방식의 차이를 두고 ‘차별’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2017년 말 농협은행은 블라인드 채용 방식 도입했다. 블라인드 채용 독려한 정부 방침에 동참하는 차원이었다. 하지만 이는 정규직에만 반영됐다. 계약직 등 비정규직 채용에는 블라인드 방식이 적용되지 않으면서 논란을 빚었다. 블라인드 채용이 지향하는 ‘열린 채용’이 정규직에만 적용된 셈이다.

NH농협은행 인천영업본부 일반계약직(순회자점감사역) 채용 입사지원서에서 요구하는 학력사항ⓒNH농협은행 홈페이지 캡처
NH농협은행 인천영업본부 일반계약직(순회자점감사역) 채용 입사지원서에서 요구하는 학력사항ⓒNH농협은행 홈페이지 캡처

게다가 최근 농협은행이 주요 시중은행 중 비정규직 전환에 인색하다는 지적과 맞물리면서 경영진의 비정규직에 대한 인식 논란으로까지 확산되는 분이기다.

농협은행은 시중 은행 중 가장 많은 비정규직은 보유한 은행으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해 5월 기준 농협은행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은 총 2979명으로 전 직원 대비 18.13%를 차지했다. KB국민은행(3.85%), 신한은행(5.05%) 등 주요 은행과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수준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 추진에 발맞추기 위해 지난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힘을 싣고 있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비정규직은 본부 차원이 아닌 각 지역 사무소별로 채용이 진행된다”며 “공채처럼 전국적으로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진행 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비정규직 채용 방침과 정규직 전환 등에 대해서 “자세한 내용은 인사부에 확인해 알려주겠다”고 했지만 끝내 답변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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