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권고 거부하고 최저보증이율 기준으로 일부 지급
19일 두 번째 공판 보험금 차감 약관 명시 두고 공방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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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삼성생명 즉시연금 보험금 반환 청구 소송의 두 번째 공판이 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고객보호차원에서 일부 소비자들에게 지급하겠다던 보험금이 80억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삼성생명 등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가입설계서상 최저보증이율 적용 시 예시된 금액보다 적게 보험금을 지급받은 고객들에 한해 이를 보전해 지급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7월 이사회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고객보호차원이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가입자들에게 지급된 보험금은 약 80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금융당국은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 건에 대해 지급의 책임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난해 4월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신청인이 가입한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약관에서 매월 연금지급 시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한다고 명시하고 있지 않다”라며 이를 공제하지 않고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삼성생명은 이 같은 취지의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하고 최저보증이율에 근거해 일부만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공시이율이 최저보증이율 밑으로 떨어진 경우에 대해서만 보전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즉시연금이란 한 번에 목돈을 넣은 후 운용수익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한 금융상품이다. 일시에 보험금을 넣고 원리금 합계에 따라 돈을 지급 받을 수 있어 은퇴를 맞이한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강모씨 등 56명은 삼성생명이 매달 받는 연금 수령액을 적게 지급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약관에 명시하지 않고 만기보험금의 지급재원과 사업비 등 일정 금액을 차감하고 연금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등에 의하면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으로 유사한 피해를 입은 소비자는 5만5000여명, 피해금액은 약5300억원으로 추정된다. 

원고 측은 지난 4월 14일 열린 첫 번째 공판에서 “보험에 가입할 때 내가 얼마나 보험료를 내면 언제,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는지는 중요한 것인데 명시 자체가 안 돼 있었다”라며 “애초 상품을 만들고 판매를 시작할 때 얼마든지 약관을 보험계약자가 알 수 있게 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법원 역시 삼성생명이 약관 등을 정할 때 명확한 계산식을 기재하지 않은 것은 잘못인 것 같다는 입장을 밝히며 매월 지급하는 연금 계산식을 밝혀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삼성생명은 이에 따라 두 번째 공판에서 프리젠테이션으로 연금 계산식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변론은 오는 19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번 공판 역시 보험사가 보험금 일부 차감에 대한 근거를 약관에 명기했느냐 여부를 쟁점으로 삼성생명의 책임소지에 대한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생명은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해서 연금을 지급하는 계산식이 담겨있어 관련 내용이 사실상 약관에 포함됐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첫 번째 공판에서도 삼성생명 대리인은 산출방법서가 약관에 범위에 포함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여러 수식이 있어서 그걸 약관에 고스란히 다 넣는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움이 있다. 일반적으로 다른 보험에서도 산출방법을 넣는 약관은 제가 알기로 없다”고 밝혔다. 

삼성생명 관계자도 “지난해 이사회에서 최저보증이율 밑으로 공시이율이 떨어진 상황에 대해서만 지급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라며 “나머지 금액은 아직 쟁점이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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