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당은 왜 실패해왔나②] 중도 내건 제3당, 두각 못 드러내는 이유는?
[제3당은 왜 실패해왔나②] 중도 내건 제3당, 두각 못 드러내는 이유는?
  • 남정호 기자
  • 승인 2019.06.13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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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층 공략에 힘 쏟는 제3당…다당제 구축 위한 성과는 아직
국민 이념성향에서 과반 가까운 중도층은 어딜 향하고 있나
소선구제·대통령제·이념논쟁·사표방지 심리로 결집 않는 중도층
탄핵 이후 심화된 당파적 정치 양극화도 제3당 가로막는 장애물
지난 2016년 4월 14일 오전 국민의당 마포구 당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당시 대표가 선거상황판에 당선된 후보의 이름표를 붙이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16년 4월 14일 오전 국민의당 마포구 당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당시 대표가 선거상황판에 당선된 후보의 이름표를 붙이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의 대두와 그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에서 다시 다당제가 등장했다.

이후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극중주의라는 정치 노선을 꺼내들며 중도층을 공략, 제3당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포부를 내세웠으나, 2016년의 성공을 뛰어넘는 결과를 만들지는 못했다.

현재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등 중도개혁노선을 표방하고 있는 제3당들은 내년 21대 총선에서 제3당으로서의 입지 구축, 다당제 정착을 목표로 중도층 공략에 나서고 있다.

국민들의 이념지형에서 중도층이 과반에 가까운 수치를 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중도의 기치를 내건 제3당들이 저조한 성적에 그치면서 내년 총선에서 제3당들의 입지구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도 조준하는 제3당

현재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등은 제3당들은 내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다당제 구축과 중도층 공략을 위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지난 5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바른미래당이 중도개혁의 길을 확고히만 한다면, 내년 총선은 기성 구태 정치와 중도개혁 정치의 대결의 장이 될 것”이라며 “바른미래당이 중도개혁 세력의 중심으로 우뚝 설 때, 우리는 기필코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바른미래당이 추구하는 제3의 길, 중도개혁 정치의 구체적인 상을 국민 여러분께 확실하게 보여드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재구성 대신 바른미래당 내 호남계와의 제3지대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는 평화당 유성엽 원내대표도 정기국회가 열리기 전인 7월 출범을 목표로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내년 총선에서 제3정당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은 중도층 공략을 목표로 전략을 가다듬고 있는 모양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중도는 많은데 왜 제3당은 두각을 못 드러내나

이와 같이 바른미래당 등 제3당이 중도의 기치를 내걸면서 중도층 공략을 목표로 삼는 이유는 국민들의 이념성향에서 중도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 때문이다.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표한 ‘2018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이념성향에서 중도 성향이 47.4%로 다수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진보 성향(매우 진보+다소 진보)은 31.4%, 보수 성향(매우 보수+다소 보수)은 21.2%로 나타났다.

중도 성향은 ▲2013년 46.3% ▲2014년 46.8% ▲2015년 50.0% ▲2016년 47.8% ▲2017년 48.4% 등 해당 통계조사가 실시된 지난 2013년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가장 높은 응답을 기록해왔다.

해당 조사는 한국행정연구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2018년 9월 1일~10월 31일까지 전국 19~69세 남녀 8000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 방법을 원칙으로 실시했으며, 응답자가 원하는 경우에 한해 자기기입식조사 방법을 병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84%p이며, 자세한 사항은 한국행정연구원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처럼 국민의 이념지형에서 중도 성향은 다수를 차지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서도 중도를 기치로 내건 제3정당은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단순다수제의 소선구제라는 선거제도와 대통령제의 권력구조, 분단 상황으로 인한 이념논쟁, 유권자들의 사표방지 심리 등을 그 원인으로 지적했다.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지병근 교수는 “소선거구제에 단순다수제인 선거제도로 인해 제3정당에 대한 지지는 사표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당 입장에서나 유권자 입장에서나 다당제가 나오기 힘든 측면이 있을 것 같다”며 “현재 형식적으로는 다당제라고 보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양당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정당체제에서 제3정당이 유의미한 정당으로 성장하고, 중도를 표방하려면 대안으로서 유권자들에게 ‘이 정당이면 되겠다’는 위상 정립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권자 본인의 이념적인 근접성이라는 단일 차원에서 (정당을) 선택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대안정당으로 여겨질 만큼의 정당 이미지, 인물, 조직, 선거운동 능력 등을 다 갖춰야 하는 것”이라며 “이것들이 다 갖춰지지 않으면 유권자들은 내가 선호하는 정책과 가장 근접한 정책을 표방하는 당이더라도 선택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채진원 교수는 국민 이념성향은 중도가 강화되는 것은 맞지만, 분단 상황과 양당제를 촉진하는 대통령제 권력구조, 정치권의 행태 등으로 인해 중도의 결집이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채 교수는 “분단 상황은 좌우를 강력하게 구속하고 제약한다. 남북관계가 다소 어그러지거나 잘 안되면 극단적인 이념 논쟁으로 번지기 때문에 이 속에서 결과적으로 계속 평상심이 흩어지는 것”이라며 “정당들의 행태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자신들의 지지층 결집을 위해 진영논리싸움을 계속한다. 그 결과 중도층이 결집하기 어렵고 다당제가 만들어지기 힘들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제 정부에서는 양당제가 된다는 뒤베르제의 법칙에도 극단적인 양당정치에 신물이 난 지지층으로 인해 ‘안철수 현상’이 벌어졌지만, 다른 정당들도 위기의식을 느껴 거기 반응해 중도외연확장에 나섰다”며 “지난 대선 같은 경우도 문재인 대통령도 중도층을 수렴하기 위해 애를 많이 썼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도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 등 진보적인 내용을 많이 수렴하는 등 중도확장을 하다 보니까 분단 상황과 대통령제라는 권력구조 등 구조적인 요인과 함께 다당제가 나오기 힘들게 하는 요소인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인하대 사회교육학과 정동준 교수는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성공한 국민의당 이후 명확했던 제3당의 이미지가 사라져버리면서 유권자들에게 인지적 혼란을 가져왔다는데 주목했다.

정 교수는 “국민의당이 쪼개지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생겨나면서 명확했던 제3당의 이미지에서 찢어지게 됐고, 유권자들한테 인지적으로도 혼란을 가져왔던 것 같다”며 “국민의당이 해체되고 연합하는 가운데에서 사람들은 이미 거기서 마음이 돌아섰다고 생각하고, 이제는 제3당이라고 하기에는 군소정당이 돼버리니까 한국 선거제도 특성상 사람들의 사표 방지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평했다.

더불어 “실질적으로는 중도정당을 지지한다더라도 지지정당이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군소정당으로 머물러있으면 그 정당에 투표하기보다는 거기에 가까운 거대정당에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며 “제3당의 성과가 좋지 못한데 따른 실망감, 이합집산에 따른 유권자들의 혼란, 투표행동에 있어서 군소정당에 투표하길 꺼리는 마음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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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당 가로막는 정치 양극화

이와 관련해 점차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정치 양극화도 한국 정치에서 제3당의 대두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사회의 정치 양극화와 관련해 인하대 사회교육과 정동준 교수는 <2018년 지방선거 이후 유권자들의 정치양극화: 당파적 배열과 부정적 당파성을 중심으로(2018)>에서 지난 2018년 지방선거 직후 실시된 설문조사와 이전에 실시된 조사결과를 비교 분석한 결과, 전반적인 시민들의 이념적 분포는 국정농단 사태가 있기 전인 2015년에 비해 크게 좌경화됐지만, 진보와 보수의 양극단이 동시에 늘어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좌경화가 양극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파적 지지자들 사이의 양극화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정 교수는 국정농단 사태 전후 3년을 봤을 때, 당파적 지지자들 사이의 양극화는 더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모든 시민들이 정치에 관심이 있거나 특정 지지정당이 있거나 이념적으로 뚜렷한 색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보통 전체 시민 차원에서 조사하면 본인의 이념적 성향이 사실상 중도에 해당한다는 사람들이 많다”며 “전체 시민 차원에서 과거에 비해 양극화됐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그걸 두 거대정당인 자유한국당이나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보면, 그들끼리의 이념적 성향이나 쟁점에 대한 입장들이 서로 멀어지는 현상들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양극화 경향이 미디어 등으로 인해 점점 강화되고 있다”며 “자기가 원하는 정보만을 계속 얻으면서 그쪽으로 계속 강화되고 있다보니 정당 지지자들 차원에서 양극화는 앞으로 당분간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채진원 교수는 이 같은 정치적 양극화가 제3당의 대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거대양당의 경우) 중도를 흡수해 경쟁하는 것보다 양극화를 더 부추겨 지지층을 결집시킨 다음에 중도확장을 일부분하면 다당제나 중간정당이 나올 이유가 없어진다”며 “중도확장을 안하고 극단으로만 가면 국민의당과 같은 당이 유지될 수 있는데, 탄핵 이후로 여야 모두 중도층을 흡수했기 때문에 가운데 끼인 정당들은 힘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단순다수제 중심의 소선구제와 대통령제 하에서 여전히 공고한 거대양당 체제는 제3당과 다당제 구축을 가로막고 있다. 아울러 국정농단 사태 이후 계속해서 심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당파적 정치 양극화 역시 제3당들이 넘어야할 장애물로 자리잡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재 중도의 기치를 내걸고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제3당들이 거대양당의 틈바구니 속에서 3당으로서의 입지와 다당제 구축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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