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요즘 애들, 요즘 어른들’ 저자 김용섭 작가
밀레니얼 세대-Z세대-X세대-베이비붐 세대 살펴보다
세대차이는 존재하지만, 세대갈등은 존재하지 않아
꼰대? 사악한 사람이 아닌 시대에 적응 못한 사람
서로에 대해 공부하고 함께 어울리며 간극 줄여야

지난달 29일 김용섭 작가가 서울 서대문구 자신의 집필실에서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지난달 29일 김용섭 작가가 서울 서대문구 자신의 집필실에서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수빈 인턴기자】 ‘요즘 애들 이상해’ 라는 말은 언제나 들려왔듯이 세대갈등은 계속 존재해왔다. 과거에도 ‘노인네’, ‘꼰대’와 같이 노인을 비하하는 단어는 존재했지만 틀딱충(틀니를 딱딱거리는 노인), 연금충(나라에서 주는 연금으로 생활하는 노인) 같은 노인을 혐오하는 용어는 없었다. 한국사회가 이제는 갈등을 넘어서 혐오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재 한국사회에서 청년층과 노년층은 일자리와 연금 문제 등 각종 사회문제에서 세대간 갈등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갈등은 서로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지만, 반대로 문제를 직시하고 서로를 이해한다면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선 서로를 알아야 한다.

트렌드 분석가이자 경영전략 컨설턴트, 비즈니스 창의력 연구자인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김용섭 소장은 책 <요즘 애들, 요즘 어른들>에서 대한민국 사회의 ‘Big 4’라 불리는 밀레니얼 세대, Z세대, X세대, 베이비붐 세대를 자세히 관찰, 분석했다.

‘밀레니얼 세대인 요즘 신입사원들은 왜 입사 1년 만에 사표를 쓰는 걸까?’, ‘X세대였고 신세대라 불렸던 40대가 왜 직장에서 선배 세대와 비슷하게 꼰대처럼 구는 걸까?’, ‘일자리를 두고 2030과 5060이 싸우는 것은 실제인가?’ 등 평소 궁금했던 세대에 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투데이신문>은 지난달 25일 김용섭 작가를 만나 현재 한국사회의 세대와 이들의 갈등, 나아가 서로 더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에 대해 들어 봤다.

지난달 29일 김용섭 작가가 서울 서대문구 자신의 집필실에서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지난달 29일 김용섭 작가가 서울 서대문구 자신의 집필실에서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Q. <요즘 애들, 요즘 어른들>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나는 트렌드를 분석하는 사람이다. 트렌드를 분석하다 보니 시장에서의 소비자들을 보게 되는데 이들은 한 덩어리로 묶여있지 않다. 즉 요즘 애들과 요즘 어른들로 나뉜다. 그렇다고 옛날 사람들이라고 다 옛날식으로는 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우리가 베이비붐 세대라고 하면 태어난 시대를 얘기하는데 사람은 태어난 시대에 멈춰있지 않는다. 그래서 소비자를 각 세대로 분류해서 쪼개봤으면 좋겠다 싶어 쓴 책이다. 소비자로서의 각 세대, 유권자로서의 각 세대, 조직 안에서의 각 세대로 쪼개서 살펴봤다.

Q. 대한민국 사회의 ‘Big 4’라 불리는 밀레니얼 세대, Z세대, X세대, 베이비붐 세대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먼저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중후반까지를 얘기한다. 나이로 보자면 20대에서 30대 정도의 사람들인데 과거의 역할과는 다르다. 밀레니얼 세대 이전 과거 2030세대는 ‘돈 좀 모아서 나이가 들면 결혼하고 집 사야지’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있었다. 그 윗세대에게 물려받을 수 있으니 가능했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물려받지 못했다. 경제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과거에 비해 열심히 일한다고 더 벌 수 있는 환경도 아니고 일자리도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결혼과 출산이라는 문제가 생긴다. 기존의 결혼제도 자체가 썩 공평하지도 않았고 결혼과 출산에 들어가는 비용, 과정이 온전히 개인의 몫이니 밀레니얼 세대 입장에서는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들은 하고 싶은 것들 다 하고 싶지만, 현실이 팍팍하다 보니 헬조선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좋은 문화와 환경을 만들어 놓지 못한 기성세대의 잘못이다.

이 밑에 세대가 Z세대인데 이들은 정치세력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기성세대의 정치관이 경제였다면, 이들은 환경, 윤리, 젠더와 같은 사회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10년쯤 뒤면 지금의 10대들이 대거 20대가 된다. 이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질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요즘 애들이라면 X세대와 베이비붐 세대는 요즘 어른들이다. X세대부터 설명하면 이들은 처음으로 해외문화를 받아들인 세대다. 일부가 삶의 관점을 바꿔 처음으로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받아들인 세대다. 자기 색깔을 갖기 위해 집을 꾸몄고 이는 땅콩주택, 협소주택 같은 붐을 일으켰다. 이들을 영포티라 부르는데, 밀레니얼 세대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들이다. X세대 윗세대인 베이비붐 세대도 마찬가지이다. 과거의 60대와는 다르다. 요즘 평균 연령이 80세가 넘으니 60대들은 자신이 늙었다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대접받으려 하지도 않고 더 열심히 일하고 놀겠다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이들을 뉴식스티라고 부른다. 그렇다보니 뉴식스티, 영포티, 밀레니얼은 어울리기 좋다. 뉴식스티, 영포티들이 만들어 놓은 공간에 밀레니얼 세대가 놀고 있다. 조금 있으면 밀레니얼 세대가 만들어 놓은 공간에 Z세대가 놀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Q. 밀레니얼 세대는 직장을 평생직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는데. 다른 측면에서는 인내심, 참을성이 없는 세대로 비춰진다.

참고 버틴다는 관점은 기성세대의 관점이다. 현대차에서 최근 몇 년간 IT회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데려왔다.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고위급부터 네이버 핵심 연구원들도 IT 회사에서 많이 데려왔다. 버버리 CEO 안젤라 아렌츠가 4~5년 전 임기를 끝내자마자 간 곳이 애플이었다. 이후 애플에서 임기가 끝나자마자 다시 패션계로 돌아왔다. 이는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분야와 관계없이) 회사에서 필요한 인재가 같아졌다는 말이다. 모든 산업이 소비자의 욕망을 다루고 있지 않는가. 때문에 기업은 한 기업에 오래 머무는 사람보다 범주를 넘나들며 커리어를 쌓는 사람을 원한다. 또한, 모든 기업이 조직의 수평화를 이야기하는데 이 말은 오래 일한 사람과 이제 갓 들어온 사람이 다 같다고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오래 일한 사람 입장에서는 속상한 일이다. 오래 일한 사람일수록 실무보다는 관리의 역할을 했는데 이제는 관리가 필요 없는 시대다. 첨단의 디지털 환경에서 사원이 뭘 했는지 CEO가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 관리를 줄이고 조직을 슬림화시킨다. 환경이 이렇게 변하다 보니 오래 일 할 사람보다는 5년을 일하더라도 에너지를 다 쏟고 나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거고 그런 사람이 일 잘 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은) 남들 10년 동안 쏟을 에너지를 5년 만에 쏟았으니 훨씬 많이 성장했을 것이다. 그렇게 성장해서 또 다른 곳에 가는 거다. 이직해서 또 크고 이러다가 10년 뒤에 다시 돌아오는 거다. 그러면 한 자리에서 10년 일했던 사람보다 100배 유능한 사람이 되는 거다. 기성세대는 요즘 애들이 끈기가 없어서 사표를 쓴다고 얘기하지만 이런 관점부터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Q. 더 나아가 요즘 애들인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차이점은 무엇이 있는지.

가장 큰 차이는 밀레니얼 세대는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Z세대는 아직 청소년이다. 돈을 버는 사람하고 용돈을 받는 사람의 차이일 수 있고 가족과 같이 사는 사람과 독립한 사람의 차이일 수 있다. 보통 20대와 10대는 환경의 차이가 생긴다. 10대는 한국사회에서 입시를 배제할 수 없고, 20대는 취업을 배제할 수 없는 환경적 차이가 존재한다. 그래서 나눠 놓은 것이다. 무조건 다 같은 애들이라고 할 수 없다.

Q.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보고서나 마케팅 사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왜 한국사회는 ‘요즘 애들’에 집중할까.

지금만 그런 게 아니고 사실 늘 그랬다. 2030 세대는 각 시대마다 존재하는 사람들이고 늘 새로운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다. 50년 전이나 100년 전이나 그랬다. 지금의 2030이 과거의 2030과 무엇이 다른지는 계속 봐왔지만, 밀레니얼이 갖고 있는 위상이 커지니 많이 들여다보게 된다.

자료제공 = 21세기북스
자료제공 = 21세기북스

Q. 왜 지금에서야 세대갈등을 고민해야 하는 걸까?

과거에 20대는 사회적으로 약자였다. 기성세대가 모든 주도권을 가졌고 애들은 그냥 노는 정도였다. 어른들이 안 하는 새로운 행동은 했어도 어른들의 판을 움직이지는 못했다. 그런데 지금 20대의 힘이 세다. 어른들이 평생 몸 바쳐 만든 신문사, 방송국보다 유튜버가 더 많은 영향력을 만들어낸다. 영향력을 활용한 마케팅도 한다. 그야말로 애들이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다. 과거의 기성세대는 ‘요즘 애들 이상해’ 이러고 말았는데 최근에는 그 애들 때문에 비즈니스 같은 여러 상황에서 많이 위축된다. 그러니까 더 연구할 수밖에 없다.

Q. 세대갈등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엄밀히 말하면 세대갈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대갈등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내는 사람만 존재한다. 각 세대는 다른 시대에 태어나서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고 다른 걸 보고 자랐으니 다른 게 정상이다. 다른 게 정상인데 왜 같아야 한다는 프레임을 두냐는 말이다. 세대갈등을 부추기는 사람들은 일자리 문제와 연금 문제를 많이 이야기한다. 청년과 노인 모두 일자리가 필요하니 갈등이 생기고, 노인입장에서는 연금의 혜택을 더 많이 바라고 그러기 위해선 청년들이 더 많은 연금을 내야 하니 갈등이 생긴다고 보는 거다. 하지만 이건 갈등이 아니다. 노동과 연금제도의 문제이고 따라서 국가가 풀어야 할 문제다. 이걸 세대가 풀어야 할 방식으로 돌리는 것은 비겁한 방식이다. 그래서 엄밀히 따지면 세대 차이는 존재하지만, 세대갈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Q. 작가님이 생각하는 요즘 애들과 요즘 어른은 어떤가.

요즘 애들과 요즘 어른, 그리고 옛날 어른을 구분해야 한다. 나이든 어른이라고 해서 다 똑같지 않다. 요즘 어른은 시대에 맞춰 진화한 어른이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 옛날 구식이고 꼰대스럽고 애들은 다 젊고 신선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나이와는 상관없다. 엄밀히 따지면 경제력과 새로움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력 정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20대 중에서도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사람은 보수적으로 굴고, 나이가 많아도 그런 여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요즘 애들하고 소통 잘한다. 베이비붐 세대이지만 뉴식스티가 되고 X세대이지만 영포티가 된 사람들은 밀레니얼 세대의 속성에 있어 큰 차이가 없다. 흔히 나이를 기준으로 애들과 어른을 분리하는 선을 그어놓는데, 나이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노력하면 섞일 수 있다. 우리사회는 노력한 사람들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해줄 필요가 있다. 나이 들면 다 똑같다고 바라보면 굉장히 속상해지는 거다.

지난달 29일 김용섭 작가가 서울 서대문구 자신의 집필실에서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지난달 29일 김용섭 작가가 서울 서대문구 자신의 집필실에서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Q. 나이가 들면서 꼰대가 되는 사람들도 많다.

꼰대는 새로운 변화가 불안한 사람들이다. 새로운 문화나 기술이 나왔을 때 다 알고 있다면 두렵지 않다. 하지만 모른다면 방어기제가 있어서 자기가 우위인 걸 내세워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내세울 게 나이와 직급밖에 없는 거다. 예를 들어 요즘 유행하는 어글리슈즈나 레깅스에 대해 애들과 이야기할 수 있으면 꼰대가 아니다. 하지만 문화가 왜 소비되는지 이유도 모르는 상태라면 요즘 애들이 이상하다는 말을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꼰대 짓을 하는 사람을 보면 속으로 안타깝다 생각해야 한다. 그들이 사악한 사람들이 아니라 지금 시대에 적응을 못하고 변화를 따라가지 못할 뿐이기 때문이다.

Q. 책을 본 독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이 책은 대부분 요즘 어른들이 품을 수 있는 질문들을 담고 있다. 요즘 애들에 대해 좀 더 이해했으면 좋겠다. 요즘 애들도 마찬가지다. 꼰대라고 생각했던 그 어른들에 대한 이유도 다 설명했으니 서로 다른 세대가 왜 그런지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회사에서도 가정 안에서도 함께 산다.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필수적으로 알아야 한다. 이 책을 쓴 목적이기도 하다. ‘몰라서 이상하게만 봤는데 이상한 게 아니라 이유가 있었구나’라는 이야기를 (독자들이) 종종 해온다. 서로를 파악하는 거니까.

Q. 마지막으로 세대 간 폭넓은 이해를 위한 방법이 있다면.

함께 놀아야 한다. 애들이 요즘말로 힙하다고 하는 공간에 어른들이 가서 함께 놀아야 한다. 어른들도 유튜브를 하고 어울려야 한다. 애들도 마찬가지다. 기성세대들이 좋아하는 문화가 있다면 왜 그런지 겪어보고 이해해보고 문제가 있으면 서로 얘기해 주자는 말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간극을 좁혀야 한다. 요즘 기업에서 기성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를 서로 이해시키는 작업을 한다. 서로에 대해 공부한 후에 어울리게끔 섞이는 작업을 한다. 그다음 조직을 수평화시켜서 사원이나 부장이 함께 토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준다. 세대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간극은 더 벌어진다. 간극이 벌어지면 다른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손해다. 서로 다른 환경과 콘텐츠를 이해한다면 변화를 따라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과거를 붙들고 살뿐이다. 이해한 사람들은 이해를 통해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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