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어디로 가고 있는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1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어디로 가고 있는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며 릴레이 단식을 시작한 가운데 개신교계 내부에서 한기총과 전 목사를 향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개신교 시민단체 평화나무는 지난 12일 전 목사를 내란 선동 및 내란 음모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평화나무는 “전 목사는 지난해 12월 17~19일 경기 광주시 곤지암에서 열린 목회자 대상 집회에서 ‘청와대를 습격해 문 대통령을 끌어내자’며 내란을 선동하고 참석자들과 내란 음모를 모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 목사는 집회 설교자로 발언하면서 내란 선동과 내란 음모 모의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며 “전 목사의 발언은 각 교회에서 성도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목사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가벼이 여길 수 없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이밖에도 지난 11일 문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며 ‘릴레이 단식’을 시작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전 목사는 11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한민국 어디로 가고 있는가?’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은 올해 연말까지만 하고 스스로 청와대에서 나와라”라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계, 특히 목회자들의 90% 이상은 자신을 절대적으로 지지한다며 문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청와대 앞에서 1일 릴레이 단식 기도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문 대통령의 하야를 청원하고 올 연말까지 1000만명 이상의 동참을 이끌어내겠다면서 “촛불보다 1명이라도 더 모이면 (문 대통령은) 그만둬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5일 전 목사가 대표회장을 맡고 있는 한기총은 발표한 시국선언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 ▲4년 중임제 개헌 ▲내년 총선서 대통령 선거 및 개헌헌법선거 실시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개신교 시민단체 평화나무 회원들이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주장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에 대한 내란 선동 및 내란 음모 혐의 검찰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개신교 시민단체 평화나무 회원들이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주장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에 대한 내란 선동 및 내란 음모 혐의 검찰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교회의 정치세력화

전 목사는 한기총이 한국 개신교계를 대표한다고 자처하며 극우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전 목사는 지난 3월 20일 한기총을 방문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에게 “첫 고비가 내년 4월 총선이다. 자유한국당이 200석을 차지하면 이 나라를 바로 세우고 제2의 건국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200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이 국가가 해체될지도 모른다”며 특정정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했다.

또 평화나무에 따르면 전 목사는 4월 8일 한기총 세미나실에서 열린 한기총 긴급임원회 자리에서 전국 253개 지역별 조직을 만들어 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개신교계 내부서도 비판 거세져

전 목사는 목회자 90% 이상이 자신을 절대적으로 지지한다고 자신했으나 기독교계에서는 이 같은 전 목사의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기독교 시민단체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성명을 발표하고 “한기총은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조직이 아니다”라며 “현재 한기총에는 일부 군소 교단들과 단체들만 남아 교회 연합 조직으로서의 대표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기총이) 극단적인 혐오나 이념지향적인 발언을 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은 한기총의 활동을 자신들의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려는 일부 정치 세력과 언론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한기총이 발표한 시국선언문은 권력이라는 숙주에 기생하는 한기총의 정체성을 여실히 드러낸 결과물”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보수적 성향의 기독교를 대표하는듯한 한기총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은 거론할 가치도 없다”면서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한 극우의 발언이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것으로 호도하는 일에 언론과 사회가 미혹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도 지난 10일 “더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부설 교회문제상담소 소장 정성규 목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교계 내에서 전 목사가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하긴 어렵다. 한기총 대표라고 하지만 개신교계의 대표성을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 보인다”며 “한기총은 개신교계에서 15%도 되지 않는 연합체이기도 하고 모든 개신교인들이 절차를 거쳐 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회의 정치세력화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과거 이승만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개신교계 전체가 밀어주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일부 소수의 교회가 의도를 갖고 하는 행동일 뿐 개신교계가 전체적으로 지지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윤실 윤신일 간사는 “종교인인지 정치인인지 알 수 없는 전 목사의 행동에 대해 온갖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며 “교단별 입장과는 별개로 일부 보수적인 성향의 목회자들이 전 목사를 지지하고 있어 ‘모든 한국 교회와 성도를 대표한다’는 것을 더욱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고, 개신교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목회자의 말 몇 마디에 수천 표가 움직일 수도 있다. 이런 위치에 있을수록 정치적인 중립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한기총은 편향적인 목소리를 한데 모으는 역할을 하면서 정치세력화가 가속화 됐다. 종교적 신념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가짜뉴스를 쏟아낸다. 이런 식의 수준 낮은 행동은 한국 교회가 쌓아온 명예를 훼손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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