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신약 인보사케이주 품목허가 취소
투약받은 환자 1000여명‧소액주주 8만5000명
검찰의 코오롱티슈진 압수수색에 물러난 대표
탈출구는 미국 임상시험 재개뿐 가능성 있나?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가 지난 5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 홀에서 '제2의 황우석사태 인보사케이주 엉터리 허가 식품의약품안전처 규탄 및 검찰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가 지난 5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 홀에서 '제2의 황우석사태 인보사케이주 엉터리 허가 식품의약품안전처 규탄 및 검찰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골관절염 신약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허가 취소로 제약바이오 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자칫 이번 사태가 코오롱생명과학에서 끝나지 않고 업계 전반으로 번져 ‘제2의 황우석 사태’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보험업계 등으로 확산되면서 바이오 업계 전체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인보사를 개발한 코오롱티슈진를 대상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어지자 코오롱티슈진 이우석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대표는 미국 임상 최대 과제인 코오롱티슈진을 공동대표이던 노문종 대표에게 일임하고 앞으로는 검찰 수사와 식품의약품안전처 행정처분에 대한 소명 준비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이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출국도 금지하고, 조만간 이 전 회장을 불러 식품의약안전처 허가를 받기 전 세포 변경 사실을 미리 인지했는지 등을 따져 물을 계획이다.

앞서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달 29일 식약처로부터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 ▲‘K&L Grade 2’의 임상3상 임상계획승인 취소 ▲의약품 회수·폐기 등의 처분에 대한 사전통지 공문을 받고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코오롱생명과학은 오는 18일까지 품목허가 취소와 임상계획승인 취소에 대한 의견을 진술해야 하며, 의약품 회수·폐기 처분에 대한 의견은 오는 19일에 진술해야 한다.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 대표이사 ⓒ뉴시스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 대표이사 ⓒ뉴시스

‘가짜약’ 된 인보사, 투약받은 환자‧투자한 주주 손해 어쩌나

문제는 허가받은 약으로 처방을 받았던 환자와 코오롱생명과학을 믿고 투자했던 주주들의 성난 민심이다. 논문 조작으로 끝난 황우석 사태와 달리 인보사는 이미 피해 환자만 1000명이 넘고 소액 주주만 8만5000명에 달한다.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환자나 주주가 소송을 제기했거나 준비 중인 것은 현재 10여 건이다.

민사 소송의 주요 쟁점은 ▲성분 변경 당시 고의성이 있었거나 코오롱 측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 ▲허위 신고에 불법성이 있는지 여부 ▲실제 피해가 있고 인과관계를 입증할 증거가 있는지 등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고의적인 조작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또 식약처도 고의성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얻지 못한 상황이다.

만약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핵심 증거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입증 책임은 피해자들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

인보사의 판매허가를 내준 식약처에게도 인보사 허가취소를 둘러싸고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식약처는 2년 전 인보사 품목허가를 내줄 당시 ‘세계 최초의 유전자치료제’라며 인보사의 혁신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허가취소라는 강수를 둔 것이 앞뒤가 맞지 않고, 책임 역시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인보사 인허가 과정에서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 검찰로부터 압수수색까지 당한 식약처가 인보사에 대한 행정조치를 객관적으로 진행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나오고 있다. 현재 시민단체가 손문기 전 식약처장, 이의경 식약처장 등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 고발하기도 했다.

또 구체적 피해 규모 특정과 인과관계 입증도 재판 과정에서 첨예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들 대다수는 아직 투약 초기라서 뚜렷한 부작용 증세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해당 물질을 사람의 몸에 주입했던 전례도 없는 만큼 부작용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소액주주들의 분노도 크다. 전체 주주 가운데 99.98%에 해당하는 2만5230명(3월31일 주주명부 기준)이다.

소액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는 675만여주이고, 보유지분은 총 59.23%에 달한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주식을 시가로 표시한 금액)은 두 달 전 1조원대에서 이미 3000억원대로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지난달 28일 오전 한국거래소는 투자자를 보호하려고 코오롱생명과학의 주식 거래를 중단시켰다. 또 상장폐지 대상인지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선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 주주들도 회사와 경영진의 허위 공시로 어느 정도 주가 손실을 입었는지 구체적인 증명과 수치를 스스로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강석연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이 지난 5월 28일 오전 충북 청주 식약처에서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케이주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식약처는 인보사케이주의 허가를 취소했다 ⓒ뉴시스
강석연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이 지난 5월 28일 오전 충북 청주 식약처에서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케이주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식약처는 인보사케이주의 허가를 취소했다 ⓒ뉴시스

‘뿔’난 환자‧주주들 공동소송으로 맞대응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티슈진을 상대로 한 줄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법무법인 오킴스가 2차 인보사 투여 환자 공동소송 원고를 모집 중이며, 이미 1차 모집때 보다 많은 환자들이 모인 것으로 확인됐다.

엄태섭 오킴스 변호사는 “1차적인 책임은 제약사 측에 있다. 제약사는 일반적으로 안전하고 효과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게 기본이다”라며 “그 두 개 다 놓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개인들이 입은 손해에 국가가 나서주지 않고 있고, 코오롱 측이 선제적으로 배상하려는 움직임도 없다”고 말했다.

오킴스는 7월초쯤 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오킴스는 지난달 말 244명의 원고를 확정해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위자료 등 총 25억원을 청구하는 공동소송을 낸 바 있다.

인보사를 처방 받았던 환자 말고도 주주들의 공동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 법무법인 한누리를 비롯해 제일합동법률사무소, 한결 등은 코오롱티슈진의 소액주주들을 대리해 회사와 등기이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법무법인들 각각의 손해배상 청구액은 약 93억원, 65억원, 100억원에 달한다.

보험업계, 인보사 판매대금 환수 소송 제기

환자와 주주뿐만 아니다. 손해보험업계도 소송전에 돌입했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MG 손해보험, 흥국화재, 롯데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8개 손해보험사가 최근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인보사 판매대금 환수를 위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단 삼성화재, 현대해상은 참여할 계획이었으나 최종적으로 불참을 결정했다.

가짜약에 대한 치료비를 돌려달라고 보험사들이 대규모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주사치료제로 의료기관이 처방하면 환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다만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라면 이 비용을 보험사에 청구해 자기부담금을 제외한 비용을 보험금으로 지급 받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자기부담률이 10%인 실손보험에 가입한 골관절염 환자가 600만원을 내고 인보사를 투여 받았다면 자기부담금 60만원(10%)을 부담하고 나머지 540만원(90%)은 보험사에 청구해 돌려받게 된다.

주사 한 대에 600~800만원에 달하는 인보사 처방으로 인해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은 약 3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이중 일부는 과잉진료나 불필요한 중복치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보험사가 소송에 나선 이유는 환자가 실손보험으로 인보사 치료를 받았을 경우 실제 치료비를 지급한 보험사가 이를 돌려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또 일부 환자들이 코오롱을 상대로 치료비 반환소송을 제기했지만 값비싼 비급여 치료라는 점을 감안하면 환자 대부분이 실손보험 가입자로 추정되고, 승소 시 환자들이 보험사에 환급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처음부터 실제 지급한 곳에 이익을 반환해야 한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실손보험 가입자라면 자기부담금만 돌려받고 나머지는 보험사가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실손보험 없이 본인이 전액 부담한 환자는 치료비를 모두 되돌려 받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인보사 처방을 받은 환자의 전체 리스트를 보험사가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부 환자들이 보험금을 돌려받은 후 이를 확인해 주지 않을 경우 보험사로서는 환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소송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또 환자들이 보험금에 대한 초과 이익을 인정하지 않고, 보험금을 받기 위해 보험료를 낸 만큼 보험금이 보험사로 환수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반발이 제기될 수 있어 보험사와 환자간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환자들 대다수가 가짜약을 투여받은 피해자로 소송을 거는 것인데 이를 반대로 악용해 보험금을 반환 받을 목적으로 소송을 건다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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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사' 코오롱생명과학의 궁지 벗어날 카드 있나?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이 맡고 있는 인보사 임상3상 재개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인보사의 성분 변경 등을 이유로 임상3상 실험을 잠정보류시킨 상태다. 하지만 궁지에 몰린 코오롱생명과학도 히든카드를 가지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식약처로부터 인보사 품목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성분이 신장유래세포임을 인식하고도 연골세포로 허위기재하고 인보사에 신장유래세포가 함유된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제조·판매했다는 의심을 받고있다.

그런데도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인보사의 미국 임상시험 재개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오롱 관계자는 “임상2상까지 마치고 3상에서 인보사 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바뀐 사실을 확인하고 곧바로 FDA에 신고했기 때문에 바뀐 성분으로 임상시험을 재개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미국 임상시험이 인허가 과정에서 서류위조나 조작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과는 별개로 투명하게 진행돼 왔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코오롱생명과학이 미국에서의 인보사 임상3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품목허가를 받게 되면 신약으로서 인보사의 정당성을 글로벌하게 공식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코오롱생명과학은 미국 인보사 품목허가를 근거로 한국 식약처의 인보사 허가취소를 뒤집을 수 있는 강력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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