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광훈의 막말과 신앙의 자유, 그리고 정교분리
[칼럼] 전광훈의 막말과 신앙의 자유, 그리고 정교분리
  • 이종우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6.13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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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우 칼럼니스트▸철학박사▸상지대학교 조교수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조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회장의 설화(舌禍)가 논란을 낳고 있다. 청와대로 쳐들어가야 한다거나, 문재인 대통령은 하야해야 한다는 등 그 내용도 상당히 문제가 있다. 또한 이러한 자신의 생각에 전체 목사의 90%가 지지하고 있다는 확인할 수 없는 근거도 들이대고 있다. 아울러 청와대로 쳐들어갈 때 60세가 넘은 여성 교인들이 앞장서라고 얘기하는 등 성차별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하자며 제안했던 릴레이 단식의 단식기도회 현장에서 (약으로 보이는)음료를 마시는 장면이 언론사의 사진에 포착됐다.

여기에 대한 사람들의 반발은 매우 거세다. 같은 개신교 단체인 한국교회협의회(NCCK)에서도 전광훈의 막말에 반박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일부 한기총 소속 교회는 탈퇴와 활동 정지를 선언했다. 그리고 한기총 해산을 촉구하는 서명운동과 해산을 요청하는 청원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등장했다.

여기에 대하여 전광훈의 반응은 색깔론 제기였다. 개신교의 정치 개입을 추적하는 기관인 사단법인 평화나무 소속 권지연 센터장이 전광훈이 담임하는 교회의 강연에 참여해서 질의를 하다가 교인들에게 폭언을 듣고 폭행을 당하는 사태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전광훈은 권지연 센터장을 빨갱이로 규정졌다. 아울러 전광훈은 문재인 대통령과 전광훈 자신에게 반발하는 세력을 좌파, 빨갱이로 규정짓는 발언도 했다.

종교학 연구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문득 “신앙의 자유”라는 명제를 생각했다. 일단 양심의 자유라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고려했을 때 전광훈 개인의 정치적 입장이나 소신의 표현은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전광훈의 직업이 목사이고, 동시에 한기총 회장이라는 직위도 가지고 있으며, 개인 전광훈이 아닌 목사나 한기총 회장이라는 직업이나 위치가 두드러지는 현장에서 정치적 발언을 한다는 것이다. 즉 전광훈 자신이 담임하는 교회의 설교 현장에서 정치적 발언과 선동을 하고, 한기총의 회장의 이름으로 발언과 기자회견을 한 것이 문제라는 의미다. 이것은 정교분리라는 또 다른 민주주의의 원칙에 어긋나고, 신앙의 자유 차원이 아닌 발언이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신앙의 자유”라는 명제가 들어온 것은 근대 이후이다. 1876년 일본의 무력시위로 인해 강화도 조약을 맺어서 국가의 문호를 개방한 이후 많은 서양 열강이 강화도조약과 동등한 수준의 외교 조약 체결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서양 열강은 개신교 포교의 자유를 얻기 위해서 조선 지배층이 종교에 간섭하지 않을 것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정교의 분리와 신앙의 자유라는 이야기 등장했다. 개신교의 경우 조선조에 천주교가 지배층에 의해 박해를 받은 것을 반면교사 삼아서 의료, 교육 등 세속의 분야를 통한 선교를 시도했다. 이를 통해 지배층, 특히 고종과 황실과 친분을 가질 수 있었고, 그들이 이후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정교분리의 경우 독립운동과 민족종교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조선총독부는 “유사종교”라는 개념을 수립하고, 당시 조선에 있었던 여러 민족종교를 유사종교로 간주했다. 그리고 종교로 인정받는 것은 정교 분리의 원칙을 내세우면서 포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이것을 통해 총독부의 지배체제를 견고하게 만들려고 시도했다. 그리고 유사종교로 간주된 민족종교는 정교분리 원칙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통제했다. 그 결과 3.1운동의 주도세력이었던 개신교는 3.1운동 실패 후 신앙을 북돋는 방향으로 그 기조가 바뀌면서 일제의 식민지배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고, 또 다른 주도세력인 천도교는 유사종교로 간주되면서 철저하게 탄압받고, 그 교세가 상당부분 줄어들었다. 그리고 천도교에서 분리된 일부 교파는 총독부의 식민지배에 철저하게 협조했다.

최근 보이는 전광훈의 막말을 놓고 전광훈과 보수 개신교가 정당을 만들어서 국회의원을 배출하려는 노력이라는 주장, 심지어 자유한국당으로부터 보수 개신교 몫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자리를 받으려는 의도라는 주장도 있다. 무엇이 됐건 개신교나 한기총의 정치적 발언과 전광훈 개인의 정치적 발언은 엄격히 구분돼야 하며, 전광훈 역시도 정치에 관한 발언을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뱉어낸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으니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아울러 독일의 기독민주당과 같은 건전한 공당의 모습을 가진 종교 기반 정당이 한국에 출연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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