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러스테어 보네트(저자) 방진이(역자) / 130*210 / 400쪽 / 1만7500원 / 북트리거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영국의 지리학 교수 앨러스테어 보네트는 지구상에서 가장 모호하고 불안정한 장소들이 펼쳐 내는 “환희와 반전, 애정과 혐오”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전달하는 재능이 뛰어나다. 보네트의 도발적인 우회로들은 이미 알 수 있는 것은 다 알려져 있다고 생각하는 이 세계에 대해 얼마나 더 알 수 있는지 일깨워 준다.-<뉴욕타임스>
영국 뉴캐슬대학교 사회지리학과 교수 앨러스테어 보네트가 공식적인 지도상에 드러나지 않는 낯선 장소들을 탐험하며 지리의 파편화를 살펴 본 <지도에 없는 마을>을 출간했다.
영국의 지리학자 앨러스테어 보네트는 런던 교외 에핑(Epping)출신으로, 런던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고향 마을이 획일화된 풍경으로 전락한 현실을 목격하고 장소의 중요성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저서로는 <장소의 재발견>, <논쟁하는 법>, <지리학이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우리가 사는 현대의 지도는 이 세상을 완벽하게 재현한 상징체계로 여겨져 지구상에 감춰진 장소가 더는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눈부시게 발전한 과학기술에 힘입어 세계를 전능자의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세상 모든 것이 밝혀져 측정되고 기록되면서, 미지의 세계가 사라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한다.
저자는 공식적인 지도상에 드러나지 않는 장소들을 탐험하며 끊임없이 분열되는 세계를 살펴본다. 국경이 와해되고 새로운 지역주의가 탄생하는 중동지역의 지리를 비롯해 작디작은 고립지로 영토가 조각나고, 없던 섬들이 탄생하는 지구의 감춰진 구석구석을 기록한다.
독특한 장소 서른아홉 곳에 관한 서른아홉 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 책은 각각의 이야기가 장소에 대한 개념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며, 지리학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우리는 확정된 사실에 익숙하다. 하지만 이들 장소는 명확한 국경도, 객관적인 지리 정보도 단정하기 힘들며, 때로는 지도상에 점선으로 표시되거나 공식적으로 아예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1960년대 이후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며 장소에 대한 우리의 감각은 급변했다. 작은 마을들의 개성은 사라지고 밋밋한 경관이 범람하며, 누군가는 이제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진짜 장소’를 체험하기 위해 떠난다. 하지만 정작 자기 삶의 터전에는 애착을 가지지 않는다.
보네트는 기이한 장소들로 독자를 안내하며 ‘장소에 대한 본질적인 사랑’, 즉 토포필리아(topophilia)를 일깨운다. 그를 따라 걷다 보면, 장소란 단순한 지리적 배경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일부였음을 다시금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