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청, 렌터카 차량 총량체 통해 감차 추진
렌터카 1대 당 자가용 4~5대 분량 교통량 발생
차량증가 따른 교통혼잡, 출퇴근 시간 최저 7km/h
신규업체 지속적인 증차…출혈경쟁으로 이어져
롯데‧SK‧AJ‧한진‧해피 렌터카 동참 거부, 소송 제기
“기업 활동에 대한 지자체의 과도한 개입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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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청 및 시민단체, 운송업체 등이 도내 교통환경 개선을 위해 렌터카 감차에 나섰지만 대기업 렌터카 업체들이 이에 반살, 소송에 나서면서 지역 갈등 격화가 우려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제주도가 차량증가를 제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내 차량의 무분별한 증가로 교통체증 및 교통사고가 유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렌터카 감차 정책도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도청이 마련한 정책이다. 시민들과 지역 운송업체들도 지자체의 결정에 찬의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도내 대기업 렌터카 업체들이 차량 감차를 거부하고 소송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지역사회의 지탄 대상이 되고 있다. 

제주도 시민사회 및 운송업체조합 등은 최근 공동성명을 내고 롯데, SK, AJ, 한진, 해피 렌터카 등 대기업 렌터카 업체들을 규탄했다. 급격히 증가하는 제주도내의 차량 감축을 위해 실시하는 렌터카 감차 사업에 대기업 업체들만 빠지며 몽니를 부리는 것은 지역사회를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행태라는 것이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렌터카 1대는 자가용 4~5대 분량의 교통량을 발생시킨다. 렌터카 과잉공급은 교통체증, 교통사고, 주차난의 원인이 되고 있다”라며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이 직접적인 교통사고의 당사자가 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제주도내 지역 업체와 일부 영업소들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공익을 우선해 렌터카 수급조절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데도 대기업들은 제주관광의 최대 수혜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익만을 생각하며 제주도의 교통은 나몰라라 한다”라며 “대기업 영업소 소송업체들은 소송을 취하하고 사회적 채임과 대승적 차원에서 렌터카 감차사업 추진에 적극 동참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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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렌터카 업체 및 등록 현황 ⓒ제주연구원

6년 새 10만대 늘어난 차량, 렌터카만 2만대 ↑

제주도는 지난 수년간 차량억제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고심해왔다. 도내 차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데에 따른 조치였다. 도청 관계자는 수급조절이 자리를 잡기 전까지 제주도의 차량은 1년에 4000~5000대씩 늘어나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지난 2017년 진행한 ‘차량증가에 따른 수용능력 분석 및 수급관리 법제화 검토 용역’도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연구용역에 의하면 지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도내 운행 차량은 25만대에서 35만대로 급증했다. 인구 및 세대당 자동차 수도 각각 0.53대, 1.32대로 전국 평균인 0.42대, 1.03대를 웃돌았다. 그 결과 출퇴근 시 주간선도로 및 보조간선도로의 통행속도는 7~25km/h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혼잡비용의 증가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연구용역 당시 제주도의 교통혼잡비용은 총 4285억원으로 인구당 65만원, 가구당 160만원, 자동차 1대당 122만원으로 조사됐는데 장래의 통행증가율을 고려했을 때 2025년경에는 5086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교차로 및 가로등, 도심지 추가 지체 등을 함께 염두에 두면 6561억원까지 치솟는다는 추산이 나왔다. 

용역보고서는 “제주시 및 서귀포시 도심지역을 비롯한 주변외곽지역의 만성적인 교통혼잡 은 통행시간의 손실과 에너지 낭비뿐만 아니라 대기오염의 심화, 운송비용 의 증가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렌터카 차량 수급관리의 필요성은 이 과정에서 대두된 것이다. 제주도는 관광객의 방문이 많은 곳인 만큼 렌터카의 수요가 높았는데, 특히 제주국제공항의 교통수단 분담률은 렌터카 62.76%, 관광버스 10.1%, 택시 9.72%, 그 외 대중교통 7.91%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렌터카 및 업체의 개수도 2010년 62곳, 1만3912대에서 2017년 96곳 3만2053대로 130%가 증가했다. 자동차 등록대수 대비 렌터카의 비율 역시 같은 기간 5.5%에서 8.8%로 늘어났다. 

도는 렌터카 분담률이 45% 수준으로 떨어져야 적정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현재 3만2000여대로 추정되는 렌터카 수가 7000대 감소한 2만5000대 수준으로 내려가야 가능한 일이다. 

도 관계자는 “렌터카를 비롯한 자가용이 급속하게 많아지니까 교통혼잡 문제가 발생하고 교통사고도 늘어나고 해서 차량 억제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렌터카 총량제를 비롯해 교통유발부담금제, 차고지 증명제, 주차장 유료화 정책 등이 총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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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 과잉공급에 따른 출혈경쟁으로 손해가 극심해진 지역 렌터카 업체들은 도청의 감차정책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뉴시스

렌터카 과잉 공급 출혈경쟁으로 이어져

이처럼 자연스럽게 렌터카의 수급조절 필요성이 제기된 가운데 현지 업체들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졌다. 렌터카 과잉 공급으로 출혈경쟁을 이어와야 했던 중소업체들이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감차가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한 것이다. 

제주도의 렌터카는 그동안 차고의 면적만 확보되면 제약 없이 등록이 가능했다. 이에 따라 신규업체가 끊임없이 등장했고 지속적인 증차가 이뤄져 저가 경쟁이 시작됐다. 

실제로 포털사이트를 통해 제주지역 렌터카 차량을 검색하면 평일 소형차 기준 자차보험을 포함해 2만원대의 가격이 제시되고 있다. 서울‧경기 지역에서는 유사한 차량에 대해 자차보험 미포함 3만원 내외로 가격이 형성된 것과 비교한다면 두 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날 수 있는 상황이다. 

도의 정책방향에 의견을 같이한 지역 렌터카 업체 119곳은 지난 4월 보유차량 수에 따라 차등을 두고 1~23%까지 감차를 하는 것에 합의했다. 당초에는 최대 30%까지 줄이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차량 대수가 많은 곳의 피해가 크다는 입장이 받아들여져 자동차대여사업 수급조절위원회에서 23%를 상한선으로 결정했다. 

동시에 운행제한에 따른 과태료도 부과도 합의가 이뤄졌다. 도는 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감차차량에 대한 운행제한을 실시하는 한편, 허가 받지 않은 렌터카를 운행하다 적발될 경우 10만원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하고 이를 지난달 7일 고시했다. 도가 계획한 렌터카 차량 총량제의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던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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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대형 렌터카 업체인 롯데, SK, AJ, 한진, 해피 렌터카 등은 지난 달 14일 차량 운행제한 공고처분 취소 소송과 함께  운행제한 집행정기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뉴시스

5개 대기업 렌터카 업체 소송 제기하며 반발

하지만 지역 내 5곳의 대기업 렌터카 업체들은 이에 반발했다. 이들은 고시 일주일 후인 지난달 14일 도가 재량권을 남용해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려한다며 차량 운행제한 공고처분 등 취소 소송과 운행제한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도의 감차 정책 자체를 문제 삼는 한편, 당장 부과될 우려가 있는 과태료에 대한 집행을 멈춰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제주지방법원은 같은 달 27일 대기업 렌터카 업체들이 요구한 차량운행제한 공고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본안 소송의 판결에 앞서 과태료 부과는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제주도의 처분으로 신청인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판결로 현재 제주도의 렌터카 수급조절 정책에는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총 6738대를 줄이기로 계획한 상황에서 대기업들의 이탈은 큰 문제다. 롯데나 SK 같은 규모가 큰 업체들에게 할당된 감차 규모는 2000여대에 이르기 때문이다. 

또 중소업체들만 감차가 이뤄지면 영세업체들의 상대적 피해는 물론, 소송을 제기한 대기업 업체들의 배만 불릴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 감차에 합의한 렌터카 영업소들은 본안 소송에 힘을 싣기 위해 할당된 감차 수준을 충족시키려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청은 이에 따라 법원의 공고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에 대한 항고를 제기했다. 도는 차량 감차에 동참한 렌터카 업체들과 잘 협의해 본안소송까지 잘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선 최근 가처분 항고에 대한 법원 심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본안소송에 대한 심의는 아직 기일이 특정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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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시민사회에서는 법적 분쟁의 장기화를 우려하며 대형 업체들이 사회적 책임 이행에 동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3심까지 간다면 장기화 될 수밖에…동참과 협조 필요”

시민사회에서는 무엇보다 사안의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기업 소송전의 특성상 대법원 판결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역 단체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대기업 렌터카 업체들의 소송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제주주민자치연대 좌광일 사무처장은 “렌터카의 수가 늘어나며 도내 교통체증에 영향을 주고 교통사고 발생도 많아 적절한 규제가 필요한 상황인데 대기업들만 유독 소송에 나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며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고, 중소기업들도 자발적으로 감차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로 상생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소송이 제기됐으니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데 대기업들이 취하하지 않는 한, 3심까지 가게 된다면 장기간 법정다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며 “도내 교통 포화상태 문제를 고려한 동참과 협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역내 시민단체 및 운송업체 조합들 역시 이와 관련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소송 취하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도내 업체들은 손해를 보면서까지 공익을 우선해 감차 정책에 동참하고 있지만 대기업 업체들은 사유재산 침해 등 여러 이유를 대면서 수급 조절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라며 “대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대승적 차원에서 렌터카 감차 정책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대기업 렌터카들은 제주도의 감차 정책이 기업 활동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대기업 렌터카 업계 관계자는 “도에서는 공익적 관점에서 (감차에) 참여해 달라는 입장이겠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기업활동에 지자체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라며 “ 정당한 기업활동을 보장 받는 것도 권리다. 렌터카 감차는 자율경쟁을 막는 수준일 수도 있어 이게 적합한 것인지, 방법은 맞는지, 과도함은 없는지 여부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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