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폭력 사과와 손배·가압류 철회 등 인권침해조사위원회 권고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폭력 사과와 손배·가압류 철회 등 인권침해조사위원회 권고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쌍용자동차 복직노동자들이 경찰에 국가손해배상소송 취하 등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의 권고를 시행하라고 경찰에 촉구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이하 쌍용차지부)는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국가폭력 10년 책임자 처벌-손해배상 즉각 철회 쌍용차 복직노동자 기자회견’을 열고 “손해배상 가압류가 철회되지 않는 한, 2009년부터의 국가폭력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라며 이같이 요구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8월 경찰청 인권침해진상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의 사과와 손해배상청구소송 취하 등을 권고했으며, 경찰청은 조사위의 권고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쌍용자동차 사측과 노동자들은 지난해 9월 14일 전원 복직에 합의한 바 있다. 복직 대상자 119명 중 남은 복직 대기자 48명이 오는 7월 1일 복직하게 되면서 전원 복직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그러나 복직노동자들의 고통은 국가와 사측의 손해배상청구로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 조사위 권고 수용 10개월 째 아무런 사과·조치 없어

경찰은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발생한 부상 경찰의 치료비 등 인적 피해 및 헬기, 기중기 등 물적 피해를 포함해 쌍용차지부 등을 상대로 16억8000만원 규모의 국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13년 1심은 14억1000만원, 2016년 2심은 11억67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쌍용차노조 패소 판결했다. 이 배상금은 자연이자를 포함해 24억원이 넘는 금액으로 불어난 상황이다. 또 경찰은 쌍용차 노동자 67명을 상대로 총 8억9000만원 상당의 퇴직금과 임금, 부동산 등을 가압류했다.

경찰은 2심 이후 지난 2월까지 가압류 중 일부를 풀었으나 여전히 해고노동자 14명에 대한 1억3000만원의 가압류가 남아있는 상태다.

쌍용차지부는 “조사위는 지난 2009년 경찰의 쌍용차 파업 강제진압 당시 ‘국가폭력’이 있었음을 확인하고 경찰의 사과와 손해배상청구소송 취하, 노동쟁의 개입 지침 마련 등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청은 위원회 권고를 수용하겠다고 했으나 10개월이 지난 오늘까지도 우리는 사과를 받지 못했다”며 “경찰은 국가폭력 강제진압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 역시 철회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쌍용차지부는 또 “지난 2월에는 가압류해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정작 희망퇴직자와 해고상태인 노동자들은 가압류 대상에서 제외했다”면서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정신적 고통을 안다면 이 같은 경찰과 법무부의 안일한 조치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가 폭력 진상이 드러난 이후로도 10개월을 더 기다렸으나 경찰은 진상조사 권고안에 대한 아무런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회사의 손해배상 소송마저 제기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10년 만에 공장으로 돌아가지만 발걸음이 무겁다. 해고만으로도 삶이 송두리째 옥죄인 노동자들에게 국가는 더 무겁고 두터운 수갑을 채웠다”며 “무자비한 국가폭력, 형사처벌, 손해배상과 가압류에 줄줄이 휘감겨 2009년부터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경찰이 복직자의 임금을 가압류한 데 대해서는 “복직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실감하게 됐다”며 “국가 폭력의 수단인 손배·가압류가 철회되지 않으면 국가 폭력은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쌍용차지부는 “10년 만에 해고의 수갑 하나를 겨우 풀었다”며 “경찰은 권고안을 수용하겠다는 약속을 당장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쌍용차지부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경찰청장 면담을 시도했으나 청장의 부재로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손배가압류는 ‘족쇄’…당장 해결돼야”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청장은 취임 이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지난해 경찰청 차장을 두 차례 만났고, 올해는 실무를 담당하는 법무과장을 두 차례 만났다”며 “실무진에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고, 지난 3월 이에 대해 청장과의 논의 속에서 권고 이행에 대한 입장과 총체적인 경찰의 입장을 말해달라고 했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답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고자 복직문제가 7월 1일이면 완전하게 해소되지만, 사실은 앞서 복직하신 분들이나 이번에 복직을 앞두고 있는 분들, 또 새로운 삶을 찾아서 희망퇴직으로 쌍용차를 떠났던 분들이 현재 손해배상 가압류 대상자로 묶여있다”며 “국가폭력의 아픈 기억 속에서 국가가 천문학적인 금액을 청구해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고, 향후 어떤 극한상황이 다가올지 심리적 불안감을 갖게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손해배상 재판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끔찍한 기억을 다시 꺼내야 하는데 이는 너무 가혹하다. 10년 만에 다시 일상을 찾고 옛 동료들과 일상을 찾고 있는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국가가 10년째 채우고 있는 손배가압류라는 족쇄는 당장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쌍용차지부는 국가폭력 피해자로 가압류에 시달리다 지난해 6월 2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김주중씨의 1주기 추모주간을 이날부터 29일까지 갖는다. 이와 함께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손해배상 철회를 위한 경찰청 앞 1인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