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보건복지부>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다음 달 1일부터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장애등급제가 도입된 이래 31년 만의 결정으로 기대가 큰 한편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5일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되고, 장애인 지원체계가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오는 7월 1일부터 적용되는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지원체계의 핵심은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종합조사 도입 ▲전달체계 강화 등 세 가지다.

우선 종전의 1~6급의 장애등급을 폐지하고 장애정도에 따라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구분한다. 다만 장애인 여부에 대한 객관적인 인정을 위해 장애인 등록은 현행으로 유지하고, 1~3급 중증 장애인에게 인정돼 오던 우대혜택도 계속 제공된다.

또 장애인의 욕구와 환경 등을 고려해 서비스를 지원하고자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이하 종합조사)를 도입한다. 이는 서비스 신청인의 일상생활 수행능력, 인지·행동특성, 사회활동, 가구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도구로 장애유형별 특성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세분화했다.

활동지원급여와 장애인 보조기기. 장애인 거주시설, 응급안전서비스 등 4개 분야에 우선적으로 적용되며, 이후 장애인 이동지원과 소득·고용지원 등도 단계적으로 추가될 예정이다. 특히 활동지원의 경우 평균 시간을 늘리고, 이용자도 지속적으로 늘릴 방침이다.

아울러 장애인이 지역사회 독립생활을 위해 필요한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장애유형, 장애정도, 연령 등에 따라 제공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별하고 누락 서비스 안내를 제공할 방침이다. 더불어 찾아가는 상담 대상을 확대해 복지 사각지대를 최대한 줄이고 기초자치단체에 장애인 전담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장애인에게 특화된 사례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장애계의 오랜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31년 만에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의 장애인 지원체계를 변화하게 됐다”며 “정부에서 추진 중인 장애인 정책이 당사자인 장애인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의견수렴과 소통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지난 4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해치마당에서 열린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기원 달 맞이 광화문 농성 돌입 기자회견’ ⓒ뉴시스
지난 4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해치마당에서 열린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기원 달 맞이 광화문 농성 돌입 기자회견’ ⓒ뉴시스

등급제 폐지, 변화의 시작
다음 단계는 ‘예산 확보’

장애계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해 2012년 8월부터 1842일 동안 광화문 지하차도에서 농성을 벌여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장애등급제 폐지’를 국정과제로 채택했고, 최근 단계적 폐지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이에 대해 장애계에서는 변화의 시작에 기대하는 한편 정부가 새롭게 도입하는 조사방식이 다양한 장애 유형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정책 운영을 위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의학적 기준을 바탕으로 등급을 나눠 서비스를 제공하던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장애인 개인과 환경을 반영하겠다는 방향으로 변화됐다”며 “큰 의미의 변화가 시작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애계에서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종합조사에 대해서는 “특별한 변화는 없다. 기존에 있던 활동지원 인정조사의 변형일 뿐이다”라며 “등급제가 폐지된다고 해서 서비스가 다양하게 늘진 않았다. 종합조사 도입으로 서비스 혜택이 늘어난 사람도 있지만 기존에 받던 서비스가 삭감되는 사례도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기존 수급자 중 수급 탈락자가 발생했을 때 특례급여 47시간을 보장한다는 등의 정부 제시안은 결코 보완책이 될 수 없다. 보완책은 삭감을 원천적으로 방지해야 하는데 결국은 삭감을 완전하게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류로 인해 소수의 장애인에게 발생하는 것이 아닌 시스템 변화에 따라 집단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그동안의 투쟁을 통해 장애인 복지서비스를 위한 큰 그릇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이 그릇을 채울 예산이 없으면 있으나 마나”라며 “정부에서는 장애인 복지 예산이 늘었다고 하지만 자연증가분 수준이다. OECD 가입국 평균도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적정 예산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또 유형별 특성을 반영한 종합조사표를 만들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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