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영 엮음/324쪽/152*225mm/1만9000원/21세기북스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역설적이지만, 철거민과 노점상은 누군가 죽어야만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게 된다. (중략) 왜 결국 누군가 희생을 당하고서야 뒤늦게 수습하려 드는가? ‘다 필요 없다’는 유가족의 절규가 귓가에 쟁쟁하다.” - 본문 중에서 

연세대학교 ‘빈곤의 인류학’ 수업에서 진행한 ‘청년, 빈곤을 인터뷰하다’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엮은 책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가 출간됐다. 이 책은  우리 시대 청년들이 사회의 빈곤 문제에 대해 고투하는 반(反)빈곤 활동가 10인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생생하게 담았다. 

이 책을 엮은 조문영 교수(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는 빈곤이라는 주제가 점점 한국 사회 공론장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는 게 아닌지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고 한다. 책에서 세 가지 문제를 집중 조명하고 있는데 한국 사회 빈곤 문제의 쟁점은 무엇인지, 반(反)빈곤 활동이 현재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청년들에 눈에 비친 우리 사회의 빈곤은 어떤 모습인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형식을 띄고 있어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해당 문제를 심도 있게 살펴볼 수 있다. 

홈리스, 철거민, 복지수급자, 장애인, 노점상, 쪽방촌 주민 등 우리가 애써 외면해왔던 빈곤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공생’과 ‘연대’라는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은 “신자유주의 구조 조정의 환부를 들여다볼 최적의 장소”가 된 ‘청년’이라는 표상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자신의 아픔 때문에 무심히 지나쳤던 낯선 타인의 환부를 기꺼이 대면하고 있다. 그리고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자신들이 느낀 바를 솔직하게 써내려갔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결국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마주하게 된다. ‘삶’을 그저 ‘생명을 유지’하는 일로만 볼 수 있는 것인지 ‘밥’은 있지만 ‘나’는 없고, 주어진 ‘일과’는 있지만 ‘일상’이 없다면 그것은 과연 인간다운 삶이라고 말할 수 있는 지 되묻는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