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의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맞이 기자회견 ⓒ뉴시스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의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맞이 기자회견 ⓒ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검찰이 임신 12주 이내 낙태와 임신 22주 이내 낙태에 대해 각각 기소유예, 기소중지 처분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여성단체가 모든 임신중지에 대한 수사와 불기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검찰청 형사부는 지난 2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관련 사건 처리 기준을 마련해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헌재는 지난 4월 11일 태죄 처벌과 관련한 형법 269조 1항 및 270조 1항 관련 헌법소원 심판에서 낙태 전면 반대와 제한적 허용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판단, 헌법불합치 4, 단순위헌 3, 합헌 2 의견에 따라 헌법불합치를 결정한 바 있다.

검찰은 수사 또는 재판이 진행 중인 낙태죄 사건 현황과 내용을 파악하고 헌재 결정문에 나와 있는 기준과 외국 사례 등을 고려해 이 같은 기준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임신 기간이 12주 이내이며 헌재의 낙태 허용 사유에 해당될 경우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질 방침이다. 임신 기간 22주 이내이며 헌재의 낙태 허용 사유에 포함 여부가 불분명할 경우 낙태죄 처벌 조항 개정 시까지 시한부 기소중지가 결정된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우선돼야 할 때는 선고유예를 구형하지만, 상습적인 낙태 수술을 시행한 의료인이나 태아의 생명권이 우선돼야 할 경우에는 유죄를 구형하도록 정했다.

아울러 임신 기간 중에 낙태 사유에 대해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할 때는 법원에 추가 심리를 요청할 계획이다.

실제 최근 광주지검 여성·아동조사부는 이 기준을 반영해 임신 12주 이내 낙태한 미성년자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지난해 7월 1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여성 모임 ‘비웨이브’의 낙태죄 폐지와 임신중단 합법화 등 촉구 집회
지난해 7월 1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여성 모임 ‘비웨이브’의 낙태죄 폐지와 임신중단 합법화 등 촉구 집회

이와 관련해 여성단체에서는 여성의 자기 의사결정권에 따른 모든 임신중지에 대해 수사와 기소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임신 12주 이내’, ‘헌재 낙태 허용 사유’ 등의 제한을 두는 것은 헌재의 취지에 어긋나며, 또한 기소유예나 기소중지는 혐의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낙태죄 조항의 영향력을 존속시킨다는 지적이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대검찰청이 임의로 제시한 처리기준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되며, 임신 당사자의 자기 결정에 따른 임신중지는 향후 입법안이 마련될 때까지 사유를 불문하고 전면 수사 중지, 불기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헌재는 임신 12주 이내 임신중지만을 허용할 수 있다거나 특정한 허용사유를 향후 입법 기준으로 결정한 바가 없다. 오히려 임신중지 결정에 관한 다양한 사회경제적 조건 및 불평등한 현실에 주목했다”며 “검찰은 헌재의 결정 취지를 무시한 채 임의로 허용 가능 기간과 사유를 정해서는 안 된다. 또 현행법상 낙태죄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여성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결정에 따라 현행법을 작동시켜서는 안 된다”강조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박은주 활동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은 여성의 시민권, 인권, 기본권을 인정하는 게 핵심이었다. 낙태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나 관념을 바꿔서 처벌이나 허용이 아니라 여성의 삶의 맥락과 태아와 임산부의 관계 등을 고려해 여성의 결정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재생산권까지 사회적 합의나 논의를 확장해나가는 방식의 정책과 입법 마련이 돼야 하는 데 계속 헌재의 워딩에 갇혀 또다시 제약하거나 처벌하는 허용기준을 만드는 검찰의 발표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형법의 낙태죄 조항 삭제가 필요하다. 또 모자보건법에는 여성의 건강에 대한 관점이 부재하다. 출산하는 여성, 기혼 여성, 현재는 난임 부부 지원 정책으로 내용이 많이 바뀌었다”며 “형법에서 낙태죄 조항이 삭제되고, 기존의 모자보건 법체계가 완전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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