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알미늄 고점 매도, 105억원 회수
주가 하락세 지속, 개인주주 부담 가중

우오현 SM그룹 회장ⓒ뉴시스
우오현 SM그룹 회장ⓒ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SM그룹 우오현 회장이 최근 계열사 고점 매도 논란에 휩싸였다. 한창 주가를 올리던 계열사 남선알미늄 주식을 대량 매각해 차익을 실현한 반면 이로 이한 주가 하락으로 개인주주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이달 11일부터 17일까지 SM그룹 계열사인 남선알미늄 주식 250만644주를 장내 매도했다. 매도 시점의 평균 처분당가가 주당 4219원인 것을 감안하면 총 105억5000여만원을 회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신 우 회장의 남성알미늄 지분은 기존 4.42%(488만644주)에서 2.15%로 낮아졌다.

문제는 우 회장이 주식을 내다 판 시점이다. 남선알미늄은 이낙연 총리 친동생인 이계인씨가 모기업인 SM그룹 소속 삼환기업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정치태마주로 주목받으며 지난해부터 주가 상승세를 이어갔다. 때마침 우 회장이 매도에 나선 시점이 남선알미늄 주가가 고점을 찍고 있었을 때였다.

남선알미늄 종가 기준 최고가는 지난 11일 4310원이다. 이는 올 들어 52%, 저점이었던 지난해 10월보다 무려 344% 오른 가격이다. 이날 우 회장은 주당 4319원에 내다팔았다.

이후 하루단위로 주식 매도를 이어갔다. 우 회장이 연일 주식을 내다파는 과정에서 남선알미늄 주가는 약세로 돌아섰다. 매도기간인 11일에서 17일 사이 주가는 43010원에서 4080원으로 5.3%(230원) 하락했다. 지분 매도 공시가 나온 다음날인 19일 장 초반 6%가량 하락한 3671원까지 내려갔다. 이후 하락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26일에는 3680원(종가)까지 내려앉았다.

투자자들은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우 회장의 주식 매도가 주가 하락세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 회장은 차익을 실현한 반면 주가하락 등으로 남아있는 개인주주들은 손해를 보게 된 셈이다. 우 회장의 계열사 지분 매각은 정상적으로 이뤄진 거래다. 하지만 주가 관리를 통한 주주 이익 환원 등 주주가치 제고에 책임이 있는 그룹 총수가 주가 급등 시점에 주식을 팔아 실익을 챙기는 것이 적절한 것이냐는 논란이 남는다. 우 회장과 반대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 경영진에서 책임경영과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자사주를 사들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우 회장은 남선알미늄의 주요 주주인 동시에 등기임원(이사)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SM그룹 측은 우 회장의 주식 매각이 주가 하락세를 이끌었다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았다. SM그룹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주식 움직이는 걸 보면 큰 변동이 없다”며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지분 등 경영권 유지에 관련된 지분 처분도 아니기 때문에 시장에서도 (우 회장 주식 매각을) 나쁘게 보지 않는다는 것”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주식 매각은 앞으로 신사업이나 계열사 투자 등을 위한 재원 확보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개인 주식을 그룹사 정상화를 위해 사용하려는 것으로 다른 의도는 없다”고 덧붙였다.

적극적인 M&A를 통해 SM그룹을 대기업 반열에 올린 우 회장은 그동안 ‘책임경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우 회장은 재계에서 계열사 등기이사를 가장 많이 겸직하고 있는 총수로 유명하다. 우 회장 전체 67개 계열사 중 절반에 가까운 32곳(47.8%)의 등기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10개 이상 등기이사 겸직 오너일가 4명 중 SM일가만 3명을 차지하고 있다.

SM측은 우 회장의 다수 계열사 등기이사 겸임을 “책임경영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오너가 다수 회사의 경영을 책임지는 과다 겸직 문제는 과도한 경영개입과 이로 인한 부실경영으로 이어질 수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제 경영 활동 없이 보수만 챙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우 회장은 남선알미늄을 포함해 다수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재직하면서 성과 보수 등을 포함한 연봉도 받고 있다. 스코어데일리에 따르면 총 36개 회사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8개 회사를 대상으로 우 회장이 지난해 받은 연봉을 조사한 결과, 확인된 개인별 보수지급액만 12억9500만원으로 집계됐다.

한편, 우 회장은 1988년 삼라건설을 창업한 이후 2000년부터 공격적인 M&A를 추진해 SM그룹을 2019년5월 기준 재계순위 35위로 올려놨다. 자산 규모도 2017년 7조원에서 2018년 8조6000억원, 2019년 9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대기업 집단 진입도 목전에 두고 있다.

자산 10조원이 넘거가면 공정위로부터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돼 ‘동일인(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등 제재 대상이된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상호출자금지, 순환출자금지, 채무보증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 각종 규제가 추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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