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공화당, 불법천막 ‘일시이동’…“광장으로 돌아올 것”
서울시, 경찰에 시설물보호 요청 등 설치불가 입장 고수

우리공화당이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천막을 철거하고 파이낸스빌딩 인근 청계광장 앞으로 천막을 옮겨 설치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공화당이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천막을 철거하고 파이낸스빌딩 인근 청계광장 앞으로 천막을 옮겨 설치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우리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세운 불법천막을 옮기기로 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28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막을 철거해 (트럼프 대통령 방한) 환영행사가 열리는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으로 일시적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조 공동대표는 “광화문광장에는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일정을 마친 뒤 다시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설치하겠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우리공화당과 서울시의 마찰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지난 25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우리공화당 불법 천막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가 지난 25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우리공화당 불법천막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공화당 불법천막, ‘광장 사용 목적’에 맞지 않아

우리공화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선고일인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반대 시위를 벌이다 숨진 5명에 대해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며 지난 5월 10일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 동상 주변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광화문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제5조에 따르면 광화문광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일 60일 전부터 7일 전까지 사용허가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공화당은 천막을 설치한 이후인 같은 달 13일에야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시는 이를 반려했다. 조례에 따르면 광화문광장은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등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이용될 수 있다. 우리공화당의 농성은 정치적 목적으로 광장 사용 목적에 맞지 않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시는 공유재산 물품관리법 제83조에 따라 우리공화당 측에 5월 11일과 16일, 6월 7일 세 차례 행정대집행 계고서를 전달했다. 그러나 우리공화당은 이에 불응하고 지난달 14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집행정지 신청 및 행정심판청구를 신청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같은 달 28일 이를 기각했다.

시가 계고장을 보내는 등 행정대집행을 예고하자 우리공화당 측도 대응에 나섰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공동대표는 지난 18일 당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우리공화당의) 광화문 천막투쟁은 우파 국민들에게는 용기를, 좌파들에게는 두려움을 준 의로운 항거”라며 “천막수호 비상투쟁에 돌입할 것이다. 당원 동지 여러분의 적극적 참여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시는 “우리공화당 측이 서울시와 사전협의 없이 광화문광장을 무단 점유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행정대집행을 통한 강제철거에 나섰다.

시는 우리공화당의 광화문광장 무단 점유에 대해 “자진철거 요청, 계고장 발송 등 수차례에 걸친 법적·행정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자진철거가 이뤄지지 않고 민원 증가 등 시민 불편이 극심해졌다”며 “통행 방해 등 시민 민원도 200건 이상 접수됐고 인화물질 무단 반입으로 안전사고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라고 행정대집행 이유를 설명했다.

시는 25일 오전 5시 20분경 강제철거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행정대집행에는 서울시 직원 500명과 경찰 24개 중대, 소방인력 100명을 비롯해 용역업체 직원 400명을 투입했다. 또 행정대집행법에 따라 종로구·중구 보건소 등 유관기관 직원들도 참여했다.

우리공화당 측은 당원 300여명을 동원해 강제철거를 막아섰으나 시는 약 2시간 만에 농성 천막 2개동과 가림막 1개동을 철거했다.

시는 행정대집행 비용 약 2억원을 우리공화당 측에 청구할 계획이다. 또 우리공화당이 광장을 무단으로 사용한 기간 동안의 변상금도 부과할 예정이다.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서울시의 우리공화당 불법 천막 행정대집행이 실시된 뒤 천막을 재설치한 우리공화당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서울시의 우리공화당 불법천막 행정대집행이 실시된 뒤 천막을 재설치한 우리공화당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행정대집행 이후 천막 재설치…박원순 “단호히 대처”

우리공화당 측은 불법천막이 철거된 지 5시간여만인 같은 날 오후 12시 30분경 다시 천막 9개동과 그늘막 1개동을 불법 설치했다. 이는 행정대집행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시는 우리공화당에 광화문광장에 다시 세운 불법천막을 철거하라고 계고장을 보냈다. 우리공화당이 강제철거 된 천막을 다시 세운 지 3일 만이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7일 우리공화당 측에 계고장을 보내 ‘27일 오후 6시까지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불법천막을 철거하라’고 통보했다. 자진철거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 행정대집행을 통해 강제철거에 나선다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5일 자신의 SNS에 “적법절차를 무시하거나 시민을 불편하게 하는 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며 엄정대응을 예고했다.

또 박 시장은 26일 KBS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개별적으로 연대책임을 묻고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의 월급 가압류를 신청할 것”이라며 행정대집행 비용을 끝까지 받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대집행법 제5조는 ‘대집행에 사용된 비용의 징수에 있어서는 실제 사용된 비용액과 그 납기일을 정해 의무자에게 문서로 납부를 명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우리공화당이 불법 설치한 천막 규모가 늘어난 만큼 만일 우리공화당이 불법천막을 자진철거하지 않고 2차 행정대집행이 진행된다면 청구 금액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조 공동대표는 같은 날 TBS 교통방송 <색다른 시선 이숙이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당 대표가 당의 행위에 대해 모든 법적인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면 누가 당대표를 할 수 있겠나”라고 반박했다.

또 “국회의 진상조사, 행자부·서울시의 진상규명이 이뤄진다면 바로 철거할 것”이라며 “(서울시가) 또 철거한다면 그 두 배의 천막을 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우리공화당에 27일 오후 6시까지 불법천막을 자진철거하라는 계고장을 보냈다.

이에 조 우리공화당은 “27일 저녁 6시를 기해 행정대집행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움직일 수 있는 당원 동지 여러분께서는 오후 5시까지 최대한 광화문 광장에 집결해 달라”고 ‘당원 총동원령’을 내렸다.

우리공화당 홍문종 공동대표는 2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29~30일 방한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경호상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는 (서울시의) 말이 마음에 걸린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기간까지는 텐트를 자진철거하는 것도 옳은 생각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자진철거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행정대집행법 제4조에 따르면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행정대집행을 할 수 없다. 다만 해가 지기 전에 행정대집행을 착수한 경우에는 일몰 후에도 대집행을 이어갈 수 있다.

따라서 당초 자진철거 시한인 27일 오후 6시부터 일몰 시간 전인 오후 7시 57분 사이 행정대집행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으나 시는 우리공화당 측의 자진철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강제철거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공화당이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불법천막을 파이낸스빌딩 인근 청계광장 앞으로 이동하기 위해 짐을 나르고 있다. ⓒ뉴시스
우리공화당이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불법천막을 파이낸스빌딩 인근 청계광장 앞으로 이동하기 위해 짐을 나르고 있다. ⓒ뉴시스

우리공화당 천막 이동…끝나지 않은 ‘불법천막’ 싸움

조 공동대표는 28일 오전 0시 30분경 “자진철거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우리공화당이 자진철거를 거부함에 따라 행정대집행을 진행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우리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는 기간 동안 천막을 파이낸스센터 앞으로 일시이동 하기로 하면서 행정대집행은 이뤄지지 않게 됐다. 다만 우리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마친 후인 다음주 중 천막을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옮길 계획을 갖고 있어 시와 우리공화당의 마찰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공화당은 이날 오전 광화문광장의 천막을 해체한 뒤 파이낸스센터 앞에 천막 6동과 대형 확성기를 설치했다.

우리공화당은 언제든 다시 광장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예고했으나 서울시는 불법천막이 다시 들어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앞서 시는 서울 종로경찰서에 시설물 보호를 요청하기도 했다. 우리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이후 불법천막 재설치에 나설 것을 우려해 광화문광장 일대에 대한 시설물 보호를 요청한 것이다.

때문에 우리공화당이 광화문광장에 천막 재설치를 시도할 경우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또 천막이 재설치 된 후 강경 대응을 예고한 서울시가 2차 행정대집행에 나설 수 있어 마찰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와 우리공화당의 갈등이 천막 일시이동으로 소강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이후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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