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조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어린 시절 필자는 MBC에서 오랜 시간 동안 방영됐던 대하드라마 시리즈인 “조선왕조실록”을 매우 즐겨봤다. “조선왕조실록” 시리즈에서는 여러 시리즈에 걸쳐서 ‘설중매’, ‘한중록’, ‘뿌리깊은 나무’ 등의 제목으로 조선시대의 주요 사건들을 다뤘는데, 그 가운데 ‘임진왜란’은 판옥선과 거북선 미니어처를 특별 제작하는 등 엄청난 스케일 때문에 필자의 기억에 남았다. 

‘임진왜란’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것은 아무래도 충무공 이순신의 활약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못지않게 임진왜란 3대 대첩, 왜군 내부의 사정도 리얼하게 다뤄졌고, 무엇보다도 의병의 활약도 대부분 반영됐다. 필자가 곽재우[郭再祐, 호 망우당(忘憂堂), 1552-1617]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들은 것도 MBC 대하드라마 “조선왕조실록”의 ‘임진왜란’ 시리즈에서였다.

이후 필자가 곽재우를 다시금 상기하게 된 몇 차례의 계기가 있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계기는 어느 어린이 영양제의 이름을 듣게 된 것이었다. 그 어린이 영양제의 이름은 “홍○장군”이었고,  실제 영양제의 포장에 빨간 옷을 입은 어린 장군 캐릭터가 있다. 제품의 이름은 이름에서 곽재우의 별명인 “홍의장군(紅衣將軍)”을 차용한 것으로 보이고, 캐릭터 역시 필자로 하여금 곽재우를 연상하게 만들었다. 필자의 예상으로는 이 영양제에 홍삼 성분이 들어있다는 것과 홍의장군 곽재우의 캐릭터를 차용했다는 것을 동시에 노린 것으로 보인다.

곽재우는 홍의장군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전투 때 붉은 색 옷을 자주 입었기 때문이다. 김범의 연구에 따르면 1578년(선조 11) 명(明)에 사신으로 파견된 아버지를 수행해 중국 북경에 다녀왔는데, 이때 가져온 비단으로 임진왜란 때 붉은색 옷을 만들었다고 한다.1) 홍의장군의 명성은 조선 뿐만 아니라 왜군 사이에서도 많이 알려졌는데, 이것은 그만큼 곽재우의 무용(武勇)이 왜군 사이에서 유명했다고, 곽재우의 활약이 매우 컸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끄는데 큰 공헌을 세운 인물이다. 곽재우는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 가운데 가장 먼저 거병(擧兵)한 인물이다. 처음 의병을 일으켰을 때 곽재우의 의병은 노비 10여명에 불과했는데, 훗날 그 수가 2000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곽재우는 그의 고향인 의령에서 의병을 일으켰고, 본관인 현풍을 비롯한 낙동강 부근에서 큰 활약을 펼쳤다. 이 지역은 당시 왜군의 초기 진군로 부근이었는데, 이것은 왜군의 후방을 교란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경상도에서 전라도로 넘어가는 주요 나루터와 교통로를 방어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왜군이 전라도 곡창지대를 점령하지 못한 것은 선조를 빨리 잡아서 전쟁을 조기에 끝내려는 왜군의 전략, 이순신을 비롯한 수군의 활약과 함께 곽재우가 일으켰던 의병의 활약도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진주대첩에도 참전하여 제1차 진주대첩 승리에 기여했다.

곽재우 의병군의 주요 전략은 유격전이었다. 이것은 병사의 수와 화력, 훈련의 정도가 왜군에 비해 부족하지만 지리와 지형에 익숙한 의병이 쓸 수 있는 최적의 전략이었다. 특히 왜군이 장마철에 편한 길을 표시한 것을 몰래 험한 길로 바꾸고, 험로에서 혼란에 빠진 왜군을 기습하여 전과를 올리는 등 의병의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는 기록은 유명하다.

곽재우가 일으킨 의병의 활약은 임진왜란의 전황을 바꾸는 결정적인 요소 중 하나였다. 그 결과 훗날 곽재우는 충익(忠翼)이라는 시호도 제수 받았다. 그러나 곽재우의 전공은 당대에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고, 곽재우는 생애 동안 조선 조정과 좋은 관계보다는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았다.(다음 편에 계속) 

※향후 본 칼럼에서는 우리 역사에서 잘 알려진 인물의 의외의 면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1)김범, 장선환, 「곽재우-임진왜란의 대표적 의병장, 홍의장군」, 『인물한국사』.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74777&cid=59015&categoryId=59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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