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정치권의 혐오 발언·막말 논란
불안심리자극·분노의 하방성 대한 지적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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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해지고 있는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총선을 9개월여 앞둔 정치권은 지지층 결집을 위해 혐오 발언과 막말 등 상대 진영을 향한 수위 높은 발언을 경쟁하듯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정치권의 행태에 대해 시민들의 정치혐오를 부추긴다는 지적과 함께 정치문화의 퇴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물의를 일으킨 혐오 발언, 막말 논란 당사자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면서 정치권의 설화에 대한 자정능력이 상실됐다는 지적도 거세지고 있다.

본지는 점차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정치권의 혐오 발언, 막말 논란과 관련해 이 같은 발언이 나오는 심리적 기제와 막말, 혐오 발언의 효용과 위험성에 대해 짚어보고, 이 같은 논란이 극심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정치권의 혐오 발언과 막말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지난 5월 5.18 진상규명 공청회에서 자유한국당 김순례, 이종명 의원이 5.18민주화운동과 유공자들에 대한 망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또한 차명진 전 의원과 정진석 의원도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막말 논란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외국인 노동자 임금차별 발언으로 논란이 일었다.

이와 함께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달창’ 발언, 김무성 의원의 ‘청와대 폭파’ 발언 등과 관련해 막말 논란이 일었고, 이 같은 발언 논란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범여권도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도둑놈’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서로 독한 말을 주고받으며, 막말, 혐오 발언 논란은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이처럼 점차 심화되고 있는 정치권의 막말, 혐오 발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도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좋은 말을 골라 사용하는 것도 민주주의의 미덕”, “막말과 험한 말로 국민 혐오를 부추기며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키는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 등 잇달아 정치권을 향한 우려의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정치권의 독한 말은 계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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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혐오 발언의 심리적 기제는?

이 같은 막말이나 혐오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심리적 기제에 대해 심리전문가들은 관심을 얻기 위해 대중들의 불안 심리 자극과 우월주의를 기반으로 한 분노의 하방성을 지적했다.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막말과 혐오 발언 당사자들의 기본적인 심리로 ‘관심’을 꼽았다. 그는 “특히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관심 받는다는 것에 이점을 얻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이들이 단순히 관심을 받으려 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중들의 불안한 심리를 자극하고 이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임명호 교수는 “사회적으로 과거보다 더 불안한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불안하기 때문에 막말에 더 동조하게 된다”며 “개인적으로 불안할 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되는 편향이 심화되는 것처럼 사회가 불안할 경우, 근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믿게 되는 동조, 집단의 편향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과거보다 성취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고, 지나치게 경쟁적이고, 미래에 대해서도 굉장히 불안하다. 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중산층도 하방위험에 대한 불안이 있다”며 “그 불안심리를 이용하기 위해 사행적으로 막말을 하고, 가짜뉴스로 선동하는 등 잘못된 동기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어떻게 보면 이런 불안한 사회를 만든 사람들이 정치인들이나 경제인들인데, 그들이 막말을 통해 사람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부추기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무책임한 것”이라며 “아직까진 방관자들이 많아 막말이나 혐오 발언들을 지켜보기만 하고 있어 그렇게 선동하는 사람들이 얻는 이점이 많은 상황이라 본다”고 평가했다.

심리연구소 ‘함께’의 김태형 소장은 ‘우월주의’를 심리적 기제로 지적했다. 그는 “일률적으로 얘기할 순 없지만, 혐오라는 감정 자체의 특징이 ‘자신을 괴롭힌다’, ‘해롭다’는 전제로 깔고 있어야 한다”며 “그 대상이 강한 대상의 경우에는 혐오가 아니라 분노나 증오의 감정이 발산되고, 자신보다 약한 대상에 대해서는 보통 혐오로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런 사람들은 약자 대상으로 혐오발언을 한다고 봐야하는 건데, 한마디로 우월주의를 추구하는 성향이 있는 경우 혐오발언들을 많이 할 수 있다”며 “이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세상을 우열의 관계로 바라보는 사람들”이라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또 이처럼 혐오 자극을 통한 분노의 하방성에 주목했다. 이 같은 혐오의 감정이 건물주와 싸울 수 없는 영세소상공인이 자신보다 약한 존재인 알바생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을 혐오하는 등 ‘을 대 을’의 갈등을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혐오의 제일 좋지 않은 점은 지배층들을 향해 올라갈 수 있는 분노를 아래쪽으로 돌려버린다는 것”이라며 “원래는 사람들이 분노를 모아 자신들을 괴롭히는 강한 사람들을 향해 발산해야 하는데, (혐오로 인해) 그 감정이 밑으로 하방해버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혐오 발언을 하면서 자신들의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을 수 있고, 크게 보자면 지배층의 입장에서는 혐오를 부추기면 대중을 분열시킬 수 있기 때문에 통치하기가 유리하다”며 “대중을 분열시켜 통치하는 건 고전적인 수법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과거부터 지배층은 혐오를 부추겨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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