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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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무단횡단으로 발생한 사망사고로 운전자에 대한 유죄 판결에 관한 소식이 알려지며 보행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2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무단횡단 사망사고, 저는 이 싸움에 사활을 걸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4월 집에 가던 중 도로를 건너던 할머니를 차로 치었다. 사고가 발생한 도로는 4차선의 자동차전용도로에 가까운 외곽도로로, 차량 통행은 많지만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사고는 중앙분리대에 가려져 있던 할머니가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내면서 대처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발생했다. 이 사고로 할머니는 운명했다.

하루아침에 살인자가 됐다는 괴로움 속에 살아가던 A씨를 더욱 힘들게 했던 것 재판 결과였다.

1심 재판부는 ‘4차선 도로였고 피해자가 갑자기 보여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운전자가 위반한 사안이 없고 피해자가 무단횡단을 시도해 좌우도 살피지 않고 건넜기 때문에 보행자 과실이 크다’는 취지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원심의 판결이 뒤집혔다. A씨는 “항소심 판결은 유죄였다. 검사는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사고를 일부러 박았다’며 범죄자로 몰고 갔다”고 호소했다. 또 사고가 발생한 도로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인적이 없는 도로’라고 판결했지만, 2심 재판부는 ‘주위에 마을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판결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언제까지 선량한 운전자들이 억울한 무단횡단 법령 앞에서 피해봐야 하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하다 목숨을 잃어야 법이 바뀔 수 있겠느냐”며 “‘무단횡단법이 개정돼서는 안 된다’, ‘보행자 잘못이 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되면 일부러 사람을 쳐서 죽이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지만 무단횡단을 안 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호소했다.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수 1487명 가운데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망자는 518명(34.8%)으로 집계됐다. 보행자 10명 중 3명이 무단횡단으로 사망한 셈이다.

도로교통법에서는 무단횡단 시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태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도로교통법시행령에 따라 그 금액은 2~3만원 수준에 그친다.

운전자의 경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근거해 교통사고로 업무상과실 또는 중과실 치사상의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무단횡단 사고 발생 시 사고 발생 경위와 과실 여부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보행자 40%, 운전자 60%의 과실 책임이 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행자의 과실이 현저하면 검찰의 구형이나 법원 선고 시 감형 요소로 작용하지만 대부분 운전자에 대해 형사책임, 민사책임, 행정책임이 전부 부과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보행자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 수위를 강화해 무단횡단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 한편 운전자의 과속예방과 방어운전이 요구된다는 엇갈리는 주장도 있다.

도로교통공단 박현배 교수는 관련 법률적 제도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무엇보다 보행자다운, 운전자다운 의식을 갖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무단횡단은 횡단보도와 지하보도, 육교 등이 가까울수록 많이 발생한다. 보행자 심리가 최단거리횡단에 목적이 있다 보니 안전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에게는 나쁜 일이 생기지 않을 거라 믿고 무단횡단을 하고 운전자는 이를 예측하기 어려워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법을 강화하고 보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행자 스스로 무단횡단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식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운전자가 운전자다워야 하는 것처럼 보행자도 보행자다워야 한다”며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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