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1일 학대당한 뒤 인천 만월산터널 인근에서 발견된 유기견. 이 강아지는 몸 곳곳에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지난 6월 24일 숨졌다. 사진제공 = 인천길고양이 보호연대 고수경 대표
지난 6월 11일 학대당한 뒤 인천 만월산터널 인근에서 발견된 유기견. 이 강아지는 몸 곳곳에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지난 6월 24일 숨졌다. 사진제공 = 인천길고양이 보호연대 고수경 대표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지난달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양이를 폭행하고 살해한 범인을 강력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에 따르면 지난 6월 5일 새벽 경기 화성시에서 한 행인이 고양이를 잔인하게 학대해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청원자는 “CC(폐쇄회로)TV 확인 결과 한 행인이 고양이를 기절시키고 벽에 내려친 뒤 검정 비닐봉지처럼 한쪽 발목을 잡고 질질 끌고 갔다”며 “주인 집 옆 공터 풀숲에 던져 버릴 때까지 6번 이상 바닥에 내려쳤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행인이) 제발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보다 하루 앞선 지난달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생후 1달 정도 된 강아지가 비닐에 꽁꽁 묶인 채 버려졌다’는 내용의 청원이 게시됐다.

이 청원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인천 만월산터널 인근에서 누군가가 생후 한 달도 되지 않은 강아지를 배변패드 비닐에 넣고 꽁꽁 묶어 유기했다.

청원자는 “최초 신고자가 처음 비닐을 열었을 때 따뜻한 물이 흘러내렸다고 한다”며 “강아지가 못나오게 배변패드 비닐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뒤 단단히 묶은 것”이라고 밝혔다.

강아지를 병원으로 옮겨 정밀검사를 진행한 결과 전신에 화상과 피멍 자국이 있었으며 한쪽 눈은 함몰돼 핏줄이 터져 있었고 두 다리는 꺾여 있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이 강아지는 결국 지난 6월 24일 숨을 거뒀다.

이 청원을 작성한 인천길고양이 보호연대 고수경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병원에서는 강아지가 뜨거운 물에 의해 전신화상을 입었다고 했다”며 “얼굴, 다리, 겨드랑이, 배 등에 담뱃불로 지진 흔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고 대표는 “강아지가 발견된 곳 주변에 CC(폐쇄회로)TV가 3대나 있는데 경찰에서는 범행 장면이 찍히지 않았고 산 진입로가 많아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다고 한다”며 “경찰은 탐문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수사가 빨리 진행됐다면 인근 차량의 블랙박스 등을 활용해 붙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8조는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도구·약물 등을 이용해 물리적·화학적 상해를 입해는 행위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 △동물의 유기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동법 제46조 제2항은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처벌은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외의 경우 한국보다 동물 학대에 대해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독일은 동물을 스트레스 받기 쉬운 환경에 노출하는 것, 동물에게 심각한 고통, 질환이나 상해와 연결되는 조련 행위 등 동물보호법에 동물학대에 대한 항목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사각지대가 없도록 하고 있으며 위반 시 최대 징역 3년형에 처할 수 있다.

스위스의 경우 모든 동물에 대해 살해, 폭력, 유기 및 방임 등 13가지 금지 항목을 두고 있으며 돼지·가금류·어류 등 특정 동물들에 대한 특별 규정도 두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또 미국 네바다주 법원은 2015년 개 7마리와 고양이를 학대한 28세 남성에게 1마리당 4년씩 총 28년의 징역형을 선고한 바 있다.

때문에 해외 사례처럼 처벌 수위를 강화해 동물학대가 범죄라는 인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 대표는 “구조활동을 하다보면 그냥 유기되는 동물보다 학대당한 뒤 버려지는 동물이 많다”며 “동물학대범을 처벌한다고 해도 벌금 100~200만원 정도에서 그치고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처벌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물을 잔인하게 학대하는 사람들은 자신보다 약한 이들을 공격대상으로 삼는다. 나아가서는 아동 여성, 노인을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동물학대범에 대해 벌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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