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의사가 환자의 심적 부담을 고려해 병명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청원글에 관해 환자의 알 권리 및 자기결정권 침해 지적이 일고 있다. 게다가 관련 소송에서도 환자가 패소하면서 의료분쟁 사각지대 문제점도 제기됐다. 

지난 2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암이지만 네가 알 필요는 없어, 이게 병원입니까?’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청원자의 어머니는 오래된 기침 증상으로 서울시 금천구 소재 한 병원을 찾았다. 엑스레이와 흉부 CT를 촬영한 후 의사는 폐에 염증이 가득 찼다고 진단한 후 입원을 권유했다.

입원 기간 중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환자는 의사와 간호사에게 여러 차례 걸쳐 정확한 진단명을 설명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고 추가적인 검사도 진행되지 않았다.

이후 병원을 옮겨 pet CT와 기관지 내시경 등 추가적인 검사를 실시한 결과 ‘소세포폐암’이 확진됐다.

청원자는 “첫 내원 병원의 담당의사는 어머니가 소세포폐암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미 다 소용없는 상태였고, 환자 본인이 이 사실을 알 경우 심적으로 부담을 느낄 수 있어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소견서에도 기록돼 있다”며 “대증치료를 했다는데 어머니가 해당 병원에 머무는 동안 처방된 약은 해열제, 염증성 부종완화제, 코푸시럽 등 소세포폐암 치료와는 관계없는 것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머니는 자신의 병명이 무엇인지,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 선택하고 동의하는 과정을 의사에게 위임한 적이 없다. 그 권리를 도둑맞았다. 환자의 알 권리와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한 개선의 움직임이 일곤 있으나 기본적인 것조차 지켜지지 않는 상황은 여전하다”며 어머니가 환자로서 마땅히 누려야할 알 권리와 자기결정권을 침해받았다고 호소했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 진료받을 권리 ▲ 알 권리 및 자기결정권 ▲ 비밀을 보호받을 권리 ▲ 상담·조정을 신청할 권리 등 환자의 권리가 규정돼 있다. 이중 환자의 알 권리 및 자기결정권은‘환자는 담당 의사·간호사 등으로부터 질병 상태, 치료 방법, 의학적 연구대상 여부, 장기이식 여부, 부작용 등 예상 결과 및 진료 비용에 관한 충분한 설명을 들을 수 있고 자세히 물어볼 수 있으며 이에 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정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자단체연합) 최성철 이사는 이 경우 환자의 알 권리 및 자기결정권 침해 사례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최 이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청원 내용만 살펴봤을 때는) 환자의 알 권리와 자기결정권 침해 사례로 볼 수 있다. 해당 의사의 주장대로라면 불치병 환자에게는 진단명을 알려서는 안 된다는 건데, 가끔 환자의 충격을 고려해 가족을 통해 고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어떤 식으로든 환자에게 알리고 이후 치료 방법 선택은 환자가 하는 것이다. 의사는 옆에서 도움을 주는 역할이지 치료방법에 주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설명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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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자는 이와 관련해 소송을 진행했지만 패소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청원자는 “의료진의 독단적인 행태로 환자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점에 대한 소송이었음에도 단순 사건을 처리하는 소액 재판 범주로 분류돼 판결 이유조차 알 수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의료중재원)에 따르면 의료사고로 손해를 입은 환자가 의료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을 때 부분 승소 등 전체 승소율은 55% 정도이며, 완전 승소율은 2~4%다.

실제 2012~2015년 의료사고 손해배상 소송 3778건 중 환자 측(원고)이 완전히 승소한 경우는 단 41건(1.1%)으로 조사됐다. 다른 소송에 비해 승소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편에 속한다.

최 이사는 “의료분쟁에 관한 재판은 입증 책임이 환자에게 있다. 의사의 과실이 있다는 것을 환자가 입증해야 하는데 결과만 가지고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게 어려워 대부분 진료기록을 근거로 하는데 기록 자체가 부실한 경우가 많고 전문 지식이 없으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환자의 승소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분쟁에 있어 의료인이 자신의 진료에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바꿔달라고 목소리를 냈지만 무산됐고, 절충안으로 나온 게 의료중재원이다”라며 “의료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환자나 보호자가 조정신청을 하면 전문가가 판단해 주는 곳인데 현재는 의료중재원이 최선책이다. 의료중재원이 아니면 직접 소송해야 하는데 승소율이 낮고 보상이 크지 않아 권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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