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장치 채우지 않은 차량에 어린이 치여 사망
서울랜드, 사고 예방 위해 안내판·현수막 설치
국토부도 ‘주차장 교통안전 개선대책’ 발표
“재발방지 미흡…근본적인 대책 수립해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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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2년 전 서울랜드 주차장에서 네 살배기 아이가 제동장치를 하지 않은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여전히 재발방지 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확인돼 시민단체가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017년 10월 서울랜드 동문 주차장에서 故 최하준(당시 4세)군이 자동차에 부딪혀 사망했다. 경사진 주차장에 사이드 브레이크를 걸지 않은 차가 미끄러지며 최군과 최군의 어머니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최군의 어머니는 골반에 부상을 입었으나, 키가 차 트렁크 높이 정도밖에 되지 않은 최군은 머리를 크게 다쳤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당시 최군의 어머니는 국민청원을 통해 “이 끔찍한 사고는 제동장치를 걸지 않은 가해자의 잘못이 맞다”면서도 “만약 경사가 있는 주차장에 주차 방지턱이라도 설치돼 있었더라면 누군가 방지턱을 넘는 차를 보고 소리치지 않았을까 싶다. 아니면 경사진 곳이니 사이드 브레이크를 반드시 채우라는 방송이나 안내문이 곳곳에 있었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이런 끔찍하고 어이없는 사고는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 경사진 주차장 특히 아이들이 많은 마트와 놀이동산 등 다중이용시설 주차장에는 제동장치에 관한 안내문과 방송을 법으로 의무화해야 한다”며 “또 제동장치에 관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제정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사진 제공 = 정치하는엄마들 장하나 활동가>

이 청원은 14만6000여명의 동의를 얻는 등 국민들의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후 주차장 등의 안전사각지대 문제와 사고예방대책 필요성이 제기됐다.

서울랜드 측은 주차장 입구에 교통 및 주차 안내요원을 배치하고, 주차 시 제동장치 작동을 철저히 하도록 하는 안내 입간판 및 현수막을 설치했다. 또 주차브레이크 작동과 조향장치 조작 등 안내방송을 10분 간격으로 실시했다.

국토교통부도 지난해 4월 경사진 주차장에서는 주차 제동장치를 의무적으로 사용하고 고임목을 설치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주차장 교통안전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같은 해 9월에는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되면서 경사진 곳에 주차했을 때 차량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고임목을 설치하거나 조향장치(핸들)를 도로 가장자리로 돌리는 등의 안전장치를 하도록 하고, 이를 어길 시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료 처분 조치토록 했다.

그러나 사고 이후 1년 9개월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랜드에서 운영 중인 안내판과 안내방송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그동안 최군의 어머니는 서울시 측에 스토퍼 설치, 경사로 평탄화 작업 등 대책에 대해 수차례 문의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스토퍼를 설치하면 주차 공간이 부족해진다’, ‘평탄화 작업을 위해서는 수십억의 예산이 필요하다’ 등이었다.

4일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과 최군의 어머니는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군의 사고와 관련해 서울시에 책임을 묻고자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정치하는엄마들은 “국토부는 ‘주차장 교통안전 개선대책’에서 주차장법 개정안을 2018년 월까지 개정 완료하겠다고 공언했지만 1년 이상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며 “무능하고 무책임한 국회는 사고가 발생한지 1년 9개월이 지나도록 이른바 ‘하준이법’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주차장 주의표지판 설치에 관한 지극히 단순한 법안 하나를 처리하지 못하는 국회에 진절머리가 난다. 1년이 넘도록 기다렸지만 사고현장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라며 “오늘 국가배상청구소송을 내는 것은 서울시와 서울랜드의 책임을 끝까지 묻기 위해서다.”라고 강조했다.

정치하는엄마들 장하나 활동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선 경사로 평탄화 작업에 수십억이 든다고 하니 최소한 주변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고정식 스토퍼라도 설치될 수 있도록 사고가 발생한 서울랜드 측이 적극 조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더 넓게는 서울랜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주차공간에서 발생하는 광범위한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주차장에서 발생하는 아이들의 인사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주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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