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주 스타트업 스토리 칼럼니스트
-피칭 프레젠테이션 컨설팅 전문 기업 디테일러 대표
-IR피칭 및 프레젠테이션 스토리 컨설턴트
-현 대전MBC <FM모닝쇼: 영화사용설명서>
-현 대전대학교 이노폴리스캠퍼스 대덕특구 IR피칭 공식멘토
-현 인하대학교기업가센터 스타트업 IR피칭 컨설턴트
-현 서강대학교 인재개발아카데미 실무프레젠테이션 겸임교수
-전 아워홈 경쟁입찰프레젠테이션 전문프리젠터
-전 CMB충청방송 <뉴스포커스> 메인 앵커
-전 대전MBC <뉴스투데이: 투데이핫무비>

스파크랩 데모데이. 이 행사를 한 번이라도 들어봤다면 당신은 스타트업 업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글로벌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sparklabs)'과 함께하는 스타트업들의 사업 발표 무대. 보통 2000여명이 넘게 모이니 한 번 열릴 때마다 여느 콘서트장의 열기가 부럽지 않다.

지난달 26일,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는 어느 덧 그들의 13번째 데모데이가 진행됐다. 올해도 2700여 명이 참석하며 앉을 곳조차 없어 내내 서있어야 할 만큼 장내는 매우 북적였다. 라이프스타일, 커머스, 헬스, 바이오, 클라우드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혁신을 가져다 줄 14개의 스타트업. 그들의 피칭이 차례로 진행되는 동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열정 또한 청중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서울대학교 연구실창업벤처기업이자 인체장기칩 플랫폼을 제공하는 큐리오칩스(Curiochips), 타이베이나 도쿄와 같은 메가시티에서 여러가지 액티비티를 즉흥적으로 예약할 수 있게 돕는 어플리케이션, 펀나우(FUNNOW), 좋아하는 캐릭터와 연예인, 또는 다양한 디자인으로 나만의 스마트폰 키보드를 꾸밀 수 있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 키보드, 플레이키보드(PlayKeyboard) 등 각기 다른 스타트업의 이야기는 꽤 흥미로웠고, 그 속에서 몇 가지 공통점도 엿보였다.

특별히 이번 칼럼은 한 기업의 이야기가 아닌 본 데모데이를 보고 적어내려 갔던 스토리 플로우(story-flow)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혹 데모데이에 가보지 못했더라도 유튜브 스파크랩 공식 계정을 통해 다시 볼 수 있으니 실망하지 말자. 기업마다 각기 다른 색깔을 지닌 피칭 동영상을 재생해보며, 피칭 인사이트(pitching-insight)를 키워보면 좋겠다.

그리고 또 하나. 올해 데모데이를 여는 키노트에서 지난 제12회 데모데이에 이어 같은 멘트를 강조한 이한주 스파크랩 공동대표의 말을 옮겨본다. “저희 스파크랩에서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하나의 스타트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뛰어들어야 합니다. 여러분, 저희와 같이 이 마을에 들어오시지 않겠습니까?” 필자의 가슴이 뜨거워졌던 순간, 꼭 함께 느껴보기를 바란다.

데모데이 행사 전경<br>
▲데모데이 행사 전경

오늘의 피칭 Story-key

① 당신의 실행력은? : Just Do It !

: 빠른 실행으로 고객의 반응을 들여다보자. 반드시 출시를 해야만 고객의 반응을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새로운 제품 개발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첫 번째 테스트, ‘알파 테스트’를 비롯해 상용화 전 잠재 고객에게 일정 기간 무료로 사용하게 해 오류를 체크하는 ‘베타 테스트’, 성공 여부를 미리 알아보고자 시험적으로 집단, 지역, 영역에 적용해 보는 ‘테스트 베드’ 등 각각의 명칭과 개념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다 시범적으로 빠르게 실행해 주변 고객들의 반응을 살피고 예상되는 문제를 해결해 실제 운영 리스크를 줄여주는 장치이다.

스타트업에게는 바로 이 ‘빠른 실행력’이 강력한 무기가 된다. 인프라는 갖춰져 있을지언정 절차와 형식이 복잡해 한 발 한 발 움직이는 데 시간이 걸리는 대기업을 ‘골리앗’이라 부른다면, 스타트업은 ‘다윗’이다. 빠른 실행으로 고객들의 반응을 기민하게 살피고 만약 고객이 만족해하지 않는다면 피봇팅을 거듭해 목표에 한 발 더 가까워지는 것. 이것이 스타트업 생존의 기술은 아닐까.

구인구직/출퇴근 및 급여 관리 플랫폼 알바워치(ALBA Watch)는 그들의 실행력을 필드테스트 결과로 보여준다. “작년 겨울, 용평 스키장, 신세계 백화점, 서울대학교병원 팀에서 알바생들과 필드테스트를 진행하였습니다. 총 5만 시간이 근로시간이었죠, 그리고 5억원이 지급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6개월이 지나는 동안 단 1건의 노동 분쟁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알바워치는, 이제 여름방학이 왔죠, 정식 서비스를 런칭할 계획입니다”

SNS 인플루언서 영향력 측정 플랫폼인 피처링(Featuring)의 이야기도 눈여겨 볼 만하다. “액셀러레이팅 기간동안 우리는 여러 브랜드들과 알파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피처링 스코어 70점 이상의 인플루언서를 통한 캠페인을 말이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소다스트림’은 120만원을 투자해 3000만원의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이응이’는 30만원을 투자해 1800만원을, ‘분코’는 단 13분 만에 세트상품을 모두 완판시키는 등 평균 1600%의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수익률)를 통해 피처링 스코어의 신뢰성을 확인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3-4분기에는 베타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며...”

이 날 무대에 깜짝 등장한 SK 최태원 회장 역시 스타트업의 실행력을 강조한다.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대기업이 무섭지도, 부럽지도 않다. 저도 일부 동의합니다. 덩치와 전통, 여태까지 기존에 자기가 갖고 있는 캐시 플로우를 유지하는 것과 KPI등이 발목을 꽉 잡고 있습니다. 저희는 스피드가 떨어집니다. 여러분은 그 스피드를 항상 이용하실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게 스타트업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라고.  

보이지 않는 미래, 상상 속의 모습에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 투자자. 그들에게 ‘우리가 A를 잘 했으니, A'도 잘 할 것이다.’라는 믿음을 심어주자. 혹은 ‘A를 통해 B라는 문제점을 확인했고, C라는 보완책을 마련했으니 A'도 분명 성공할 것이다.’라는 그림을 그려주자. 그러려면 역시, 실행은 필수다 !

② 당신의 비전과 각오는? : 끝매듭으로 더욱 단단하게 !

: 중학교 실과 시간이었다. 선생님께서는 바느질을 가르쳐 주실 때, 끝매듭이 중요하다고 늘 강조하셨다. 종종 깜박하고 끝매듭을 짓지 않은 바늘은 어김없이 그대로 옷감을 통과했고 허공을 뚫고 나왔다. 실 끝의 매듭, 이것이 있어야만 홈질이든, 감침질이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피칭의 마무리 역시 바느질과 같달까. 아무리 꼼꼼하게 같은 너비로 홈질을 했더라도 끝매듭이 없다면 그 실은 그대로 옷감을 빠져나올 것이다. 즉 마지막 매듭이 잘 지어지지 않는다면, 오늘의 피칭을 청중의 머리 속에 단단히 꿰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데모데이 참가팀의 전반적인 클로징 스타일은 각오 또는 비전을 강조하는 한마디였다. 예를 들어 알바워치(ALBA Watch)는 시급제 근로자의 채용과 계약, 출퇴근 승인관리 등이 이뤄지는 원스톱 HR서비스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아르바이트생을 위한 앱, 플랫폼에서 그치지 않고 나아가 핀테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약속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저희는 시계를 만드는 회사는 아닙니다. (청중 웃음) 하지만, 사회를 바꾸기 위한, 세상에 없던 시계를 만들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 저희는 그들과 함께 성장하는 서비스 플랫폼이 되겠습니다” 웃음이 반전이 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입력하는 키워드에 따라 키보드 속 캐릭터나 연예인이 움직이는 플레이키보드 역시, “이제 우리는 온라인 소통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게 되었습니다. 플레이키보드가 누구나 매일 사용하는 이 키보드 앱을 혁신하여 여러분의 온라인 소통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저희는 키보드계의 ‘핵.인.싸’가 되겠습니다”라는 한 방으로 무대를 마무리했다.

그런가하면 생산자와 소비자를 바로 연결시켜주는 직거래 플랫폼 ‘어레인지(Arrange)’는 “에이임팩트는 농업 분야의 혁신을 위해 시작했지만, 동일한 문제를 지닌 수산물, 축산물 등 모든 직거래 분야로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직거래를 어레인지하는 임팩트있는 기업이 되겠습니다”라는 말로 앞으로의 각오를 내비치며 청중에게 성큼 걸어왔다. 다음은 당신의 차례다. 한 땀 한 땀 소중하게 수놓은 당신의 이야기를 이제 청중의 귓가에 단단하게 묶어낼 우리만의 끝매듭을 찾아보자.

③ 당신의 기업가 정신 : 누구보다 진지하게, 누구보다

: 스타트업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개념,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 이 단어를 검색해보면 꽤 다양한 정의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윤을 창출하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잊지 않는 정신’,‘혁신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생산 활동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키려는 도전 정신’,‘외부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항상 기회를 추구하고, 그 기회를 잡기 위해 혁신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고, 그로 인해 시장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자 하는 생각과 의지’ 등 여러 갈래로 나타난다. 그만큼 하나의 정의로 명확하게 표현하기 꽤 어려운 단어인 셈이다.

필자에게 ‘기업가 정신’이란 다음과 같다. 자기가 하는 일을 너무나 즐겁게 즐기며 일하는 사람, 동시에 정말 이 사업이 실패해 내가 망하는 한이 있어도 이 일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면 기꺼이 모든 노력을 쏟아붓는 사람. 이런 사람이라면 부족한 인프라, 부족한 자본쯤이야 내가 채워주고서라도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을까.

물론 나는 투자자가 아니다. 오히려 투자자 앞에 서는 스타트업의 피칭 플로우를 만들고 그들의 발표를 돕는 사람이다. 본 데모데이의 모든 피칭이 좋았지만 유독 노인요양/헬스케어 분야의 케어닥(CareDoc)을 보며 내 수중에 돈이 있다면 이곳에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전국 2만여 개 노인요양시설의 데이터, 3만5000개의 시설 평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요양업체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하고, 예산 및 건강상태 등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추천 시스템을 통해 최적의 요양업체 선정을 돕는 케어닥. 단순히 ‘잘 할 수 있다’의 수준을 넘어 발로 직접 뛴 흔적,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심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저희는 요양 시설의 정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년간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친절성, 전문성, 노인 인권 등 주요 5개 항목에 대한 실사용자 후기 5000개를 확보하였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저희는 자체적인 요양시설 인증 시스템을 도입하였습니다. 정부 평가 등급 2등급 이상 실사용자 후기 8점 이상의 업체를 저희가 직접 방문하여 안전, 청결, CCTV 등 10가지 항목 이상을 직접 점검한 후, 이를 통과한 업체들에게만 착한 요양시설이라는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케어닥 팀 구성원을 소개할 때도 그들이 부산에서 독거노인 봉사활동을 통해 처음 만났고 가족요양원을 운영하며 요양산업의 문제를 발견하였다는 사실. 그리고 이 문제를 누구보다 진정성 있게 해결하기 위해 IT와 요양 문제의 전문가들이 뭉쳤다는 부분 역시 충분한 개연성을 바탕으로 그들의 자부심이 전해진 부분이었다.

누구나 알고 있다, 이 세상 누구도 노인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케어닥 대표는 말한다. 76세 된 본인의 부모님도 언젠가는 요양원에 모시게 될 것이고 그 때 꼭 안심하고 부모님을 모실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클로징 순간, 나의 마음도 그들에게.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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