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 김정자·엮음 김현선·기획 새움터/154*224mm/344쪽/2만2000원/한울아카데미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한반도에서 군위안부의 역사는 ‘일본군 위안부’만 알려져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해방 직후 그 존재가 사라지지 않고 한국군과 유엔군이 운영한 ‘위안소’,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기지촌 정화사업’을 통해 위안부는 계속 있었다. 이른바 ‘양공주’, ‘양색시’로 불리던 미군기지 주변 성매매여성들은 한국 정부와 미군의 계획적인 관리와 통제를 받으며 군위안부제도의 희생양으로 살아온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위안부 기지촌의 숨겨진 진실>은 미군 위안부로 살아왔던 한 여성이 군위안부의 피해자로서, 기지촌정화사업의 목격자로서 자신이 당했던 피해를 직접 증언해 엮은 책이다. 증언자와 엮은이는 증언자가 처음 인신매매되어서 간 곳인 ‘파주 용주골 기지촌’부터 마지막 기지촌인 ‘동두천 보산리 기지촌’까지 증언자가 거쳐왔던 전국의 기지촌들을 함께 여행하면서 증언자가 겪은 기지촌여성으로서의 삶과 고통에 대한 기억을 글과 사진으로 담았다.

그녀는 미군 기지촌의 성매매가 한미 양국 정부에 의해 직접 관리됐었다는 사실을 자신의 목소리로 밝히며 이제 그들에게 책임을 묻고자 한다. 아직까지 한미동맹이 굳건하게 지속되고 있고 여전히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미군 기지촌여성들의 기억을 잃어버리지 않고 지금까지도 그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 미군 위안부 기지촌여성들의 피해를 정당하게 인정받고 조금이라도 보상받기 위해 증언자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시작된 것이다.

증언자인 김정자씨는 기지촌 여성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열여섯 살에 기지촌으로 인신매매돼 평생을 기지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기지촌에서 만들어진 이름으로 평생 살아왔지만, 증언만큼은 부모가 줬던 이름을 썼다. 그는 자신을 위해서, 동료들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고 있을 이름 모를 어떤 이들을 위해서 기지촌여성운동을 하는 새움터의 활동가다.

엮은이 김현선씨는 스물한 살에 기지촌여성들을 처음 만난 뒤 기지촌에서 그 여성들과 20여 년을 함께 보냈다. 처음에는 기지촌 여성들을 돕는 일인 줄 알고 시작했지만, 살다 보니 나를 돕는 길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기지촌 여성들의 고통을 목격할 때마다 이런 일들이 누구에 의해서 왜 일어났는지 밝혀내고 싶다는 생각은 더욱 더 간절하다고 한다.

새움터는 1990년대의 기지촌에서 기지촌활동을 하던 대학생들과 기지촌여성들이 함께 설립한 여성단체로 동두천 및 평택, 의정부, 군산 등 전국의 기지촌에서 기지촌여성들을 만나왔다. 기지촌 여성들의 고통을 사회에 알리기 위해 노력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을 고민하고 기지촌 여성들이 기지촌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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