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철거민 괴롭히는 토건마피아 고발 및 개선 촉구 간담회
토건마피아 부패한 준동에 개발지역주민들 분노 계속해서 증폭
“개발, 국가 발전 위해 불가피…그러나 철거민 가치 존중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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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중구 소서문로 환경재단에서 열린 ‘철거민 희생만 강요하는 사회구조를 혁파하자’ 간담회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개발지역주변에서 주민대책위원회의 활동을 방해하거나 돈으로 타협하려는 이른바 ‘토건마피아’의 행태를 고발하고 이 과정에서 철거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구조 개선을 촉구하고자 철거민들이 한데 모였다.

전국철거민협의회 중앙회 (이하 전철협)은 5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철거민 희생만 강요하는 사회구조를 혁파하자!’는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 사회는 전철협 이호승 상임대표가 맡았으며 이주를 강요받은 30여명의 실제 철거민들이 참석해 함께 진행했다.

이날 전철협은 부패한 검찰, 경찰, 지역 공무원 등의 엄청난 지원을 등에 업고 건설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헌법에 명기된 단결권을 유린하면서 개발지역주민들이 힘을 합치지 못하도록 회유와 협박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철거민들은 토건마피아의 준동으로 철거민의 희생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개발지역주민들의 분노가 증폭되고 있다는 의견에 모두가 공감하며, 개발 진행 과정에서 자신들이 토건마피아들로부터 실제 겪은 피해를 공유했다.

대치3지구 전세 세입자 이종원씨는 “오는 8월 15일까지 퇴거하라고 통보받은 상태다. 그런데 어제 아이가 혼자 있는 집에 법원 관계자라는 사람들이 찾아와 문을 열어달라고 했다.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따고 들어가겠다고 엄포를 놔서 열어줬더니 집 안에 가처분 고시 안내를 붙이고 갔다. 퇴거통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 일”이라고 증언했다.

같은 지역 주민 최현숙씨도 “그날 동네에 10여명이 찾아와 집집마다 문을 두드려 사람이 있으면 가처분 고시 안내를 붙이고 가고 없는 집은 문을 따고 들어가 붙였다. 판사가 무엇을 집행한다고 했을 때는 주민들에게 우선적으로 일러주는 게 옳은 것 아닌가”라고 호소했다.

흑석7구역 주민 김금화씨는 “은행권에서 돈을 빌려 건물을 사 1,2,3층은 세를 주고 4층에 우리 식구가 거주했다. 2016년 2월 6일 동네에 예고도 없이 300여명이 깔려있었다. 외출 중 어느 집 집행이 들어가느냐고 물었는데 대답이 없었다. 느낌이 이상해 집에 돌아가 보니 세입자들의 집을 강제집행하려고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용역들이 달려들어 세입자를 끌어내고 그의 짐을 트럭에 실었다. 2월이면 겨울인데 세입자는 맨발로 자다가 쫓겨나 하루아침에 갈 곳을 잃었다. 나 또한 집으로 갈 수 없도록 3층 비상계단을 못질해 막고 비어있는 세입자 집에 살도록 강요했다”고 말했다.

구룡마을 주민 이재팔씨는 “구룡마을은 토건마피아의 본거지다. 1986년, 1988년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치르며 서울 각 지역의 철거민들이 집합한 장소가 바로 구룡마을이다. 각 지역의 이권, 토건마피아가 개입돼 설립된 마을이기 때문에 마을 운영을 빌미로 세대수를 마음대로 늘리는 일이 빈번했다. 공익 개발이 결정되고 나니 기초수급자나 독거노인, 장애인 등을 임대를 빌미로 내쫓으려 하고 있다. 때문에 과거 구룡마을은 3000여 세대였지만 현재 남아있는 세대수는 620세대 정도다"라고 말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검찰과 경찰이 나서서 토건마피아의 실체를 밝혀내기 위한 대대적인 수사를 실시하고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세워 이들을 척결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호승 대표는 “현재 우리 사회는 검찰과 경찰, 시청 공무원, 건설사까지 다수가 개발비리에 연루돼 있다. 군사정권 시절의 법과 제도가 유지되는 한 철거민은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 30여년의 시간 동안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며 "이렇다 보니 토건마피아들이 개발지역 주변을 맴돌며 일부 타락한 검찰, 경찰, 공무원과 함께 철거민들을 돕는 척 돈 몇 푼으로 일을 해결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무조건적으로 개발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는 개발은 불가피하다"며 "다만 철거민 운동의 본질은 있는 것을 보장해달라는 뿐이다. 주거민의 생존권과 주거권, 재산권 그리고 소상공인들의 영업 가치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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