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제3인터넷전문은행 재추진 
규제완화 유권해석 나오며 우려 증폭 
관련법 개정안 발의, 규제완화 가시화
시민단체 공동기자회견 열고 규탄 나서
“불공정한 기업들에 기회 줄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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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는 정부의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인터넷전문은행 규제완화 기조를 일제히 규탄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최근 법제처는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적격성 심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놨다. 김 의장이 카카오의 계열주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식을 직접 소유하지 않으니 심사대상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이었다. 

시민단체에서는 곧바로 반발에 나섰다. 이들은 이번 결정이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한 우회적 규제완화라며, 자격이 없는 자들의 은행업 진출을 위해 과도한 혜택을 주려한다고 규탄했다. 특히 은산분리 훼손에 이은 대주주적격성 규제완화 등 명분 없는 특혜 가능성에 잇단 우려를 나타내며 주요 가치를 저버리면서까지 인터넷전문은행을 추진할 필요가 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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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뱅크와 키움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승인에 탈락함에 따라 정부는 승인절차를 재정비 하고 신규인가 절차에 돌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제3인터넷전문은행의 불발, 승인절차 재정비 돌입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신규인가 추진방침을 발표한 건 지난해다. 이후 올해 3월부터 예비인가 신청을 접수받고 5월께 심사에 들어갔다. 계획대로라면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에 이은 제3인터넷전문은행이 오는 2020년부터 출범할 예정이었다. 

금융위원회 외부평가위원회가 이를 위해 지난 5월 24일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위원회는 금융‧법률‧소비자‧핀테크‧회계‧IT보안‧리스크관리 등 민간전문가 7명으로 구성 됐으며 위원들은 2박 3일간 사업 신청자들의 서류를 심사하고 사업계획을 청취했다. 또 사업계획 관련 질의응답을 주고받으며 검증에 나섰다. 

최종후보는 키움뱅크와 토스뱅크였다. 키움증권은 하나은행, SK텔레콤, 11번가, 코리아세븐, 롯데멤버스, 다우기술 등 28개 주주들과 함께 키움뱅크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가를 신청했다. 자본력을 갖춘 주주들의 참여로 허가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토스뱅크도 누적가입자 1000만명을 넘어선 금융 앱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서비스의 확장성에 있어서 큰 장점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둘 모두 예비인가를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고배를 마셨다. 키움뱅크와 토스뱅크의 발목을 잡은 것은 각각 ‘혁신성’과 ‘자본력’이었다. 위원회는 키움뱅크는 사업계획의 혁신성‧실현가능성이 미흡하다고 판단했고 토스뱅크는 지배주주의 출자능력, 자금조달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의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금융위 최종구 위원장 역시 모두 탈락은 예상 못한 결과라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곧바로 신규 인가 추진 계획을 밝혔다. 승인 절차를 재정비해 올해 3분기 중 예비인가 신청을 받고 4분기 안에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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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적용 제외를 포함한 대주주적격성 규제완화에 앞서 특례법 제정을 통해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보유 한도가 늘어났다. ⓒ뉴시스

규제완화 움직임 솔솔…공정거래법 적용 제외될까

인터넷전문은행에 모든 후보자가 탈락한 이후 규제완화의 움직임이 수면위로 오르면서 시민단체의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 내부는 물론 정치권 및 학계에서는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키움뱅크와 토스뱅트의 혁신성과 자금력 부족은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고 탈락의 핵심은 대주주 적격성 문턱이 높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인터넷은행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대주주의 자격 요건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을 영위하고자 하는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관련 법령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조세범 처벌법 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이중 특히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규제가 과도하는 지적이 나왔다. 시민단체는 인터넷은행 역시 이 원칙에서 배제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지만 이와 관련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는 한편 공정거래법 위반 등 일부 규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에도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을 이끌기도 했다. 이 법안의 통과로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보유 한도가 은행법 기준 4%에서 34%로 높아졌다. 

이밖에도 지난 2일에는 ‘제3인터넷전문은행 불발로 본 한국인터넷전문은행의 위기 원인과 발전 방안’ 토론회에서 규제 완화의 필요성에 대한 보다 강도 높은 주장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한국금융ICT융합학회 오정근 회장은 대주주 적격성 규제가 모기업의 역량 활용에 제한을 두게 한다며 정보통신기술(ICT)업종 특성을 고려한 완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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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금융당국의 인터넷전문은행 규제완화 움직임을 비판하며 금융위원회 최종구 위원장의 해임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정부의 규제완화, 명분도 논리도 없는 원칙 훼손”

이처럼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와 관련한 규제 완화의 움직임이 가시화 되면서 주요한 기준을 해치면서 까지 제3인터넷은행을 도입할 필요가 있냐는 ‘무용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업계 내외에서는 현행 인터넷전문은행의 업무가 기존 은행들의 어플리케이션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신규 인가 필요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등도 이같은 맥락에서 지난달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인터넷전문은행 규제완화 움직임을 한 목소리로 규탄했다. 일각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을 확대하려는 정부가 무리해서 맞춤형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은 “정부·여당이 비공개 당정협의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자격을 완화하는 법 개정 검토를 공식화했다”라며 “2018년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하는 인터넷전문은행법이 통과된 후 사후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지 채 일 년도 되지 않아 지배구조 원칙까지 훼손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주주의 적격성은 금융회사를 소유하고자 하는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산업자본이라고 해서 그 요건을 달리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라며 “오히려 이는 모든 업권의 대주주 자격 완화를 초래할 위험이 농후하다”꼬집었다. 

또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 자격 완화는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배가 용이하도록 하는 것일 뿐”이라며 “명분도 논리도 상실한 채 막무가내 식으로 밀어붙인 은산분리 원칙 훼손 역시 시대적 필요성이 아니라, 산업자본 즉 재벌대기업의 은행 소유를 가능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고 힐난했다. 

금융산업노동조합 역시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내는 한편 금융위원장의 퇴진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26일 집회를 연 금융노조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앞장서서 특례법을 제정해 은산분리 규제를 저버렸다. 재벌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막고 경제위기의 금융산업 전이를 막기 위한 금융공공성 사수 최후의 보루를 금융위원장 스스로 무너뜨렸다”라며 “그것도 모자라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상황에 처하자 이제는 이 기준마저 풀어주겠다고 한다. 금융산업의 안정성을 사수해야 할 책무를 저버리고 오히려 금융산업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금융위원장이 계속해서 그 자리에 앉아 있어야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실련 재벌개혁본부 권오인 국장도 인터넷전문은행의 필요성 자체에 대한 회의론을 제기하며 규제완화를 통해 자격이 없는 기업들에게까지 금융업 진출의 기회를 주는 정부의 정책 기조를 비판했다. 

권 국장은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어떻게 해서든 확대를 시키고 싶어 하고 이 과정에서 대주주적격성이 걸리니까 맞춤형으로 건드리려고 하는 것 같다. 공정거래법 관련 내용까지 손대면서 불공정한 기업들에게까지 기회를 주는 게 맞는가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오히려 강화해야할 부분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문제고 규제완화와 인터넷전문은행 추진을 중단해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어 “은행은 무엇보다 예금자 보호 기능이 중요한데 산업자본은 금융산업에 대한 경험이 매우 부족하다”라며 “은행의 사금고화도 당연히 문제지만 경영자체가 잘못될 경우 은행이 휘청이면 피해가 국민들에게 전가된다. 국민경제에 큰 리스크를 안길 수 있는 만큼 (규제완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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