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불산으로 테스트하다 폭발사고
불산 노출 직원에게 관리자 사고 축소 지시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공업용 합성 다이아몬드를 생산하는 일진그룹 계열사 일진다이아몬드가 지난해 1월 공장 내 발생한 불산 누출 사고를 축소‧은폐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일 금속노조 일진다이아몬드지회(이하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1월 22일 오후 일진다이아몬드 음성공장 내에서 불산으로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공장 내 산처리실(후처리실)에서 작업 중이던 A씨는 갑자기 폭발음과 함께 후처리실 한 방에서 연구소 직원들이 문을 열고 뛰쳐나오는 모습을 목격했다. 폭발음이 난 방은 노란 기체로 가득차 있었다. 테스트하던 방에는 국소배기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따라서 당시 장치가 한 번에 빨아들일 수 없는 수준의 상당량의 불산이 노출 된 것으로 파악된다. A씨와 함께 작업하던 B씨는 이를 확인하고 함께 밖으로 뛰쳐나갔다.

A씨는 “연구소 직원들은 당시 작업장 내 방 안에서 불산으로 테스트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연구소 직원들은 전신 방진복이랑 기본적으로 필요한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방 밖에서 작업을 준비하던 나와 동료 B씨는 평상복 차림 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지만 같이 있던 동료 B씨가 수면 중에 가슴통중과 호흡곤란 등 이상증세를 느꼈다. 이에 B씨는 다음날 사측에 정밀검사를 받고 싶다고 요청, 회사 협력병원에 방문했다. 해당 병원에서는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으라는 진단을 받게 됐다.

B씨는 이를 사측에 보고하자 관리자가 “비커에 소량의 불산을 넣고 테스트를 하다 비커가 깨져 누출됐다고 설명하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다행히 정밀검사 결과 큰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B씨는 회사 관리자로부터 “병원에 뭐하러 다녀왔냐”는 질책만 듣게 됐다.

회사가 직원의 안전 보단 비용 등을 이유로 사고 축소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불산 누출 사고가 일어났음에도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화학물질관리법상 유해화학물질 누출 시 인체나 환경에 영향이 있을 때에는 유출량에 상관없이 15분 안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환경당국은 위해성 여파가 큰 불신의 경우 사업장에서 판단하지 말고 즉시 신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A씨는 “회사가 불산 누출 싸고를 축소 은폐하려고 했다”며 “B씨의 경우도 회사에서 비용을 아끼기 위해 공상처리하려고 대학병원에 사고를 축소시켜 설명케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A씨는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업무를 하기 때문에 2년마다 교육을 받아 불산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었다”며 “최근 구미사태만큼 대량은 아니지만 위험물질이 노출된 것임에도 회사에서는 전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대응해 놀라울 따름이었다”고 토로했다.

회사가 직원 안전과 보호에 소홀하다는 주장도 뒤따랐다. A씨는 “작업 성격상 황산‧질산‧염산도 취급하고 있어 간접적으로라도 유해물질에 노출이 돼 있어 회사에 1년에 한번씩 호흡기 관련한 정밀검사 요청했지만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조 측에서는 지난 불산 누출 사고 외에도 공장 실내작업장에 국소배기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거나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장치가 설치되는 등 안전보호 시설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노조는 지난달 임금협상 과정에서 사측을 상대로 성실교섭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가운데 사측이 안전교육을 받지 않은 대체인력을 투입, 안전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지난달 변정출 일진다이아몬드 대표와 공장장 등 안전 관리 책임이 있는 임직원을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위반 혐의로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한편, 불산 누출 사고 등과 관련해 일진그룹 측 관계자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