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층 이탈’ 위험부담 감수할 만큼의 효용 있나
거듭되는 막말, ‘심화되는 정치양극화’ 영향 미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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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정치권은 국민 이념성향에서 50% 가까운 수치를 차지하고 있는 중도층을 공략해 지지층을 확장하려 애쓴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정치권의 혐오발언과 막말은 중도층 표심의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위험부담을 수반한다.

이런 위험부담을 안고도 혐오발언과 막말이 지속되려면 그만큼의 효용성이 담보돼야 한다. 그 효용성으로는 관심과 인지도 상승, 강성 지지층 결집이 꼽힌다.

아울러 점차 심화되고 있는 정치적 양극화로 인한 정치지형의 변형도 최근 정치권의 혐오발언과 막말이 거세지고 있는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막말의 효용성…‘관심·인지도 상승과 지지층 결집’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표한 ‘2018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 이념 성향에서 중도 성향이 47.4%로 가장 많았다. 중도 성향은 ▲2013년 46.3% ▲2014년 46.8% ▲2015년 50.0% ▲2016년 47.8% ▲2017년 48.4% 등 해당 통계조사가 실시된 지난 2013년~현재까지 가장 높은 응답을 계속해서 기록해왔다.

해당 조사는 한국행정연구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2018년 9월 1일~10월 31일까지 전국 19~69세 남녀 8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84%p이며, 자세한 사항은 한국행정연구원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처럼 국민의 이념 성향에서 중도층이 5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 당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이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정치권의 혐오발언과 막말은 이들 중도층 표심의 이탈을 야기하는 위험부담이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위험부담을 감수할 만큼 혐오발언과 막말은 효용성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그 효용성으로 관심과 인지도 상승, 지지층 결집을 꼽는다.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김욱 교수는 “정치인들은 부정적인 관심이라도 없는 것보다 낫다는 얘기가 있지 않느냐”라며 “(막말 발언으로) 노이즈마케팅 같이 일단 관심을 끌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막말 발언이) 일부한테는 부정적이지만, 원하는 계층도 있지 않느냐”라며 “지지층이나 극단적인 성향인 사람들의 결집을 가져오는 효과도 있다고 볼 수 있겠다”고 부연했다.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이준한 교수는 “(막말 발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인지도 높이는 것 정도가 있겠다”면서도 “자신에 대한 주목을 끌 수 있는 것 외에는 얻을 수 있는 것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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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전문가인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는 정치권의 혐오발언과 막말이 강성지지층은 결집시킬 수 있겠지만, 온건층과 중도층의 이탈을 유발한다고 분석했다.

안 대표는 “자유한국당의 경우, 지난 2월말 황교안 대표가 취임한 이후 대여 강공 드라이브를 펼치면서 지지층 결집에 성공했지만,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고, 막말파문이 이어지면서 최근 모든 기관의 데이터를 보면 (지지율이) 고점을 찍었다가 하락하는 거로 나온다”며 “(막말이 효용보다) 역효과를 유발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강성보수층 등 견고한 지지층은 별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막말파문과 국회 파행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온건보수나 중도층은 다시 이탈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제1야당이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에 대해 공세적으로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지지층도 수긍하지만, 대안 없는 공세와 막말파문 등이 이어지며 역효과가 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선거를 앞두고 막말파문에 대해 국민들이 정서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를 많이 보여 왔다”며 “정치인들의 말 한마디가 지금은 지체되는 시간이 거의 없이 순식간에 퍼져버리기 때문에 그런 파장들이 실시간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심화되는 정치 양극화…막말 부르는 정치지형의 변형

이처럼 정치권의 혐오발언과 막말이 생각보다 효용성이 떨어짐에도 극심해지는 이유에는 정치적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정치지형 변화도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하대 사회교육과 정동준 교수는 “정치적으로 양극화돼 있다 보면 정당 입장에서도 중도적인 걸 하기보다는 더 양극화된 목소리를 냄으로써 자기 진영에 있는 지지자들의 표를 더 얻기 위해 노력하게 되겠다”며 “이런 정치적 양극화가 혐오나 극단적인 발언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논문 <2018년 지방선거 이후 유권자들의 정치양극화: 당파적 배열과 부정적 당파성을 중심으로(2018)>에서 지난 2018년 지방선거 직후 실시된 설문조사와 이전에 실시된 조사결과를 비교분석한 결과, 국정농단 사태를 전후해 당파적 지지자들 사이의 양극화는 더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지지자들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그들 사이의 이념적 거리는 더 증가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정당의 입장에서도 일반적인 시민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자신들의 전통적인 지지층의 표를 계속 얻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지지층들의 이념적, 정치적인 성향이 극단으로 갈수록 정치인들도 더 극단적인 발언들을 하는 것 같다”며 “지지자들도 거기에 또 반응해 더 극단적인 성향을 보이는 등 상호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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