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기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 소비자 불만
LG전자, “10년 무상 보증...성능은 문제없어”

왼쪽부터 커뮤니티에 올라온 건조기 콘덴서 속 먼지와 트롬건조기 제품 사진(사진출처=엘지건조기 자동콘덴서 문제점 밴드/LG전자)
왼쪽부터 커뮤니티에 올라온 건조기 콘덴서 속 먼지와 트롬건조기 제품 사진(사진출처=엘지건조기 자동콘덴서 문제점 밴드/LG전자)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LG전자가 자사 건조기 제품의 자동세척 응축기(콘덴서) 불량 논란이 확산되자 ‘10년 무상 보증’ 카드를 꺼내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성능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 환불 등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LG전자는 9일 입장문을 통해 “저희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들께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콘덴서에 일정 수준의 먼지가 있더라도 의류건조기의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고객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10년간 무상으로 보증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LG전자가 제작 판매 중인 ‘트롬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의 콘덴서 자동세척 시스템에 대해 온라인 등을 통해 고객 불만이 쏟아진데 따른 것이다.

앞서 ‘네이버 밴드’ 등 소셜네트워크(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LG전자 건조기에 탑재된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먼지를 제대로 씻어내지 못해 콘덴서에 먼지가 쌓이고 악취를 유발한다는 소비자 불만이 잇따랐다. 이 같은 문제를 공유한 네이버 밴드 회원 수만 1주일 만에 1만여명이 몰리기도 했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으로도 이어졌다. 지난 8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소비자 우롱하는 LG건조기 리콜 및 보상 요청합니다’는 제목으로 제품 리콜과 소비자 보상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글에는 “1만명의 항의와 수백 건의 증거도 묵살하고 제대로 되지도 않는 콘덴서 자동세척기능으로 먼지, 세균 및 악취를 유발하는 것도 모자라서 지금까지도 계속 과대과장 광고로 전 국민을 우롱하고 있는 LG건조기 리콜과 강력한 처벌 요청한다”고 밝혔다. 해당 청원 동의자는 단 하루만에 1만명이 넘어섰다.

LG전자는 제품 성능에는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LG전자는 입장문을 통해 “옷감의 습기를 빨아들인 고온 다습한 공기가 차가운 콘덴서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일부 먼지가 콘덴서를 남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콘덴서에 일정 수준의 먼지가 있더라도 의류건조기의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신 LG전자가 꺼내는 카드는 ‘10년 무상보증 서비스’와 향후 제품 개선 노력이다. 현재 무상보증기간은 건조기 핵심 부품인 ‘인버터 컴프레서’만 10년이고 나머지 기능은 1년을 적용하고 있다. 고객들이 요구한 환불 여부에 대해서도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LG전자는 “일부 고객이 우려하는 상황에 대해 고객 입장에서 고민했다”며 “고객들이 제품을 사용하는 환경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 다를 수는 있지만 보다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10년 무상보증 서비스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또한 “건조기를 사용하고 있는 고객들의 의견을 겸허히 듣고 개선할 필요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고객에게 만족을 주는 제품을 선보이도록 하겠다”며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느낀 불편에 대해서는 겸허한 자세로 대안을 마련해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LG전자가 무상수리 기간 확대를 앞세워 수습에 나섰지만 환불 요구까지 확산되고 있는 소비자 불만과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LG전자의 이번 조치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LG전자는 지난 5월 보도자료에서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을 홍보하면서 “건조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먼지들은 콘덴서 표면에 쌓여 공기순환을 방해하고 건조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입장문에서도 “의류건조기의 콘덴서에 먼지가 달라붙는 것은 콘덴서 세척방식이나 제조사에 관계없이 동일하므로 어떤 방식이든 건조효율을 유지하는 순준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수동세척의 불편함이 컸고 세척할 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해 LG 의류건조기는 자동세척 기능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LG전자가 “성능에 영향은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은 모순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네티즌들의 부정적 반응도 이어졌다. LG전자 입장을 담은 온라인 기사에는 “분명 LG에서 콘덴서 수동세척일때 콘덴서를 주기적으로 세척해주어야 건조기 성능에 이상이 없다는 문구를 보았는데 콘덴서가 자동세척을 못해서 먼지가 조금 묻어있어도 성능에 이상이 없다는 건 뭔 말인 건지”, “자동세척기능 때문에 비용을 더 지불하고서라도 구매한 건데 타 사 제품처럼 콘덴서에 먼지가 있을게 당연하다면 자동세척기능이 왜 필요한 건지 모르겠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또 “AS나 청소로 될 일인가. 리콜을 해서 결함을 없애든지 환불을 하든지 둘 중에 하나가 답이지”, “아니 일일이 전화해서 점검 받으란 소리인가” 등의 불만도 이어졌다.

‘백색가전 명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LG전자로서도 건조기 성능을 둘러싼 품질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실제로 LG전자 일부 건조기 결함과 관련해 소비자 피해 상담도 많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이날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LG전자 건조기 관련 소비자 피해가 530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LG전자 건조기와 관련된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 관련 피해는 지난해에는 2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6월까지는 29건으로 늘었고 이달 들어 1일부터 8일 사이에는 147건이 추가 접수됐다. 주요 불만은 자동 세척을 해준다는 콘덴서 안에 먼지가 잔뜩 끼어있고 건조를 마친 의류에서 냄새가 난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의 경우 LG전자가 차별적 기능으로 광고해 판매했음에도 소비자 불만이 꾸준하게 제기되었으나 이를 신속하게 원인규명 등을 하지 않고 안이하게 대처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LG전자에 원인규명과 함께 피해 소비자들에 대한 대책을 요구할 예정이다.

한편, LG전자는 지난 2014년 ‘6모션 3세대 통돌이 세탁기’에서도 다량의 먼지가 붙어 나와 논란이 됐다. 해당 제품은 먼지망 없는 세탁조를 탑재, 최신 기술로 보풀과 먼지를 제거해준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세탁 후 먼지가 묻어나오는 현상이 나오면서 고객 불만이 쏟아졌다. 이에 LG전자는 당시에도 고객에게 세탁조 무상 교체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소비자가 불만을 제기해야만 서비스가 진행된다는 불만이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오는 등 부실 조치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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