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중심으로 집값 상승하자 추가 규제 나서
업계 전문가 부정적 의견…국토부 추진 의지 강해
강남권 재건축 단지 분양가 20~30% 하락 전망
관리처분계획 인가 받은 단지도 대상에 포함되나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 ⓒ뉴시스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정부가 공공택지뿐만 아니라 민간택지에 건설하는 아파트에도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주변 시세의 최대 105% 이내로 분양가 통제를 강화하는 등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할 조짐을 보이자 추가 규제에 나선 것.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민간택지도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됐다”며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서 지정 요건을 개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 장관은 “아파트 상승률보다 분양가 상승률이 2배 이상 높다”고 높은 분양가 상승률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무주택 서민들이 부담하기에는 지금의 분양가가 상당히 높다”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검토 배경을 설명했다.

김 장관의 말대로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크게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서비스 직방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지난해 2959만원으로 2016년 2125만원 대비 무려 39%가량 급등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서울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는 고분양가를 통제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분양가상한제는 아파트를 분양할 때 땅값과 건축비 등을 고려해 분양가가 과도하게 책정되지 못하게 규제하는 제도로 참여정부 시절 분양가상한제를 민간부문에 도입해 효과를 본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도 주택시장이 위축되고 공급시장이 교란되는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적용 요건이 강화됐고 현재는 사실상 공공택지에만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당장은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서울내 재건축 단지가 분양을 재개하는 등 공급이 쏟아져 청약시장을 과열시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이 줄어 집값이 오르는 것을 막긴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분양가 저렴하게 책정해도 결국 분양 이후 주변 시세까지 집값을 상승시키는 ‘로또청약’만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책 도입에 대한 우려를 전하는 전문가들도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되면 당장은 과열 조짐을 보이던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무주택자가 내 집 마련할 기회도 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도입시 강남 분양가 최대 30%까지 하락 가능성 제기돼

건설업계에서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가 20∼30%가량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감정평가 한 토지비를 바탕으로 정부가 정해놓은 기본형 건축비를 더해 분양가를 정하는 방식으로 현재 분양가 자율화 제도 하에서 책정한 분양가에 비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7년 상한제 도입 당시 국토부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하고, 상한제 적용 이후 전국의 분양가가 16∼29%, 평균 20%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서울의 전용면적 84㎡ 규모의 한 아파트는 분양가가 자율화에 비해 25% 떨어지고, 동일 주택형의 주변 시세에 비해서는 29%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토부는 이번에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분양가가 강남 재건축 단지의 후분양 예상 금액은 물론이고, HUG의 기준 금액보다도 대폭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건설업계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시 전체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70% 이상을 차지하는 땅값 즉, 감정평가를 통해 결정하는 택지비를 정부가 얼마나 인정해줄지가 관건이 분양가 인하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가 통상 토지비를 감정평가 하면서 시세의 50∼60% 선인 공시지가를 토대로 진행하는 만큼 시세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평가금액이 시세의 80%를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정비업계에서는 현재 강남 재건축 사업의 경우 분양가가 HUG 요구 금액보다 20∼30% 이상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6일 오전 강남구 은마상가 내 공인중개소 앞에 시세표가 붙어 있다. ⓒ뉴시스
6일 오전 강남구 은마상가 내 공인중개소 앞에 시세표가 붙어 있다. ⓒ뉴시스

재건축·재개발 사업 중단되나…추진 중인 단지도 재검토 들어가

반면 재건축조합 입장에선 수익성이 악화돼 사업 지속 여부를 고민해야 할 처지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민간 택지에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검토하는 방침을 공식화하자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은 내부적으로 사업성을 재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부가 이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재건축 단지도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이미 후분양제 채택을 확정했거나 검토하던 단지들도 내부적으로 사업성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강남권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혼란에 빠진 것은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점을 현행 관리처분계획 인가에서 입주자모집공고 승인으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보통 이주, 철거 전 단계인 관리처분계획 인가에서 분양가와 조합원 분담금을 포함해 사실상 모든 사업계획이 확정된다. 

하지만 상한제 적용 시점을 늦추면 분양가와 조합원 분담금을 확정했던 조합들도 이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빠진다. 

이에 국토부 측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단지가 있는 상황에서 적용 시점을 개정하지 않으면 같은 강남권이라도 적용을 받거나 받지 않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정비업계는 분양가가 현재보다도 20∼30%나 떨어진다면 조합 입장에서는 재건축 사업에 대한 매력이 사라지고, 조합원들간 견해차가 커 사업을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반분양 분이 많고, 적음에 따라 분양가 인하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 조합원분은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분양분이 적은 경우보다 많은 경우에 분양가 인하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건설주 분양가 상한제 도입 소식에 주가 일제 하락

민간택지의 경우에도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국토부의 수장 입에서 나오면서 건설업종 지수가 하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될 경우 민간택지 시행사업을 하는 시행사에 부담이 되는 만큼 건설업종에는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발언이 나온 지난 8일 이후 건설업종 대다수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하나금융투자 채상욱 연구원은 “분양가 상한제는 개념상 원가 수준에서 분양하라는 것”이라며 “개발이익이 대폭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채 연구원은 “분양가 상한제가 재건축 향 규제라 하더라도 민간택지 시행사업을 하는 시행사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향후 행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안타증권 김기룡 연구원은 “지난 6월 5일 HUG의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 변경안 발표에 이어 이번 분양가 상한제 도입 가능성 시사 발언 등 현 정부의 주택가격 인하 유도 의지는 지속되고 있다”며 “현재의 정책 기조가 지속된다면 분양가 인하로 인한 사업성 저하로 건설업종에는 부정적인 이슈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일부 단지에서 추진 중인 후분양제 역시 고분양가를 통한 사업성 유불리 이전에 민간택지에 적용되는 분양가 상한제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분양가 상한제 도입은 신규 분양 축소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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