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 5월 부터 지주사 HDC 주식 매입
주가 바닦권에 집중 매입...승계 관련성 주목

정몽규 HDC그룹 회장ⓒ뉴시스
정몽규 HDC그룹 회장ⓒ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HDC그룹이 지주사 전환 이후 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몽규 회장과 아들들이 주식매입이 나서고 있어 뒷말이 무성하다. 주가 방어 차원의 매입이라는 시각부터 주가 하락세를 기회 삼아 후계 승계 등 오너일가 지배력 강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 회장의 장남 준선씨와 차남 원선씨는 지난 8일 HDC 주식 1만주와 7000주를 각각 장내 매수했다. 지난 3일에는 삼남 운선씨까지 포함한 정 회장의 세 자녀는 각각 1만주와 3만3000주, 4만1000주씩 모두 8만4000주를 장내에서 매수한 바 있다.

정 회장 세 아들들은 지난 5월부터 매달 지주사 HDC 주식을 사들여왔다. 올해 5월 HDC 주식을 각각 6만주, 3만주, 1만주씩 장내에서 첫 매수한데 이어 6월에는 장남 준선씨가 주식 2만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이들은 5월부터 이달 초까지 종가 기준으로 약 32억원을 들여 총 20만4000주의 주식을 매입했다. 이로써 정 회장의 세 아들 준선, 원선, 운선씨는 각각 지주사 HDC의 지분 0.17%, 0.12%, 0.09%을 보유하게 됐다.

지주사 주식 매입에 정 회장도 나섰다. 지난해 11~12월에 걸쳐 HDC 주식을 대거 사들였던 정 회장은 지난 5월 29~31일 종가 기준 약 29억원을 들여 HDC 주식 8만 7438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로써 정 회장의 지분율은 33.04%에서 33.36%로 높아졌다.

최근 이 같은 오너일가 주식 매입 행보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지주사 주가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책임경영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HDC그룹은 지난해 6월 디벨로퍼로서 새로운 변화를 제시하며 지주사로 전환했다. 하지만 주력 계열사인 HDC현대산업개발 실적 부진 등으로 주가가 하락하며 고전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는 인적 분할 이후 거래가 재개된 지난해 5월 2일 7만5600원에 달했던 주가가 오늘(10일, 종가기준) 3만7850원까지 하락했다.

HDC 또한 지주사 분할 직후 3만2850원하던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며 1만3400원으로 급락했다.

거듭되는 주가 부진에 연기금도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 2대주주인 국민연금의 HDC 지분율은 3월 11.29%에서 지난달 10.89%로 낮아졌다.

반면 신저가 시점을 기회로 오너일가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주식 매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장남 준선씨가 지분 매집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3세 승계와의 관련성도 주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 회장과 자녀들의 잇단 주식 매수로 지주사 체재 전환 이후 오너일가의 그룹 지배력은 한층 강화됐다.

정 회장이 지주사 HDC주식 33.3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치면 36.60% 수준이다. 이는 정관변경이나 이사 감사 해임 등 특별 결의를 위한 자격 요건인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을 갓 넘긴 수준이다. 여기에 자회사 HDC아이콘트롤스의 HDC 지분(1.78%)도 지주회사 자격 요건 위배로 1년 내에 처리해야한다. 정 회장으로서는 지주사에 대한 지배력을 키워야할 이유가 있다.

낮은 주가도 주식 매입에 유리하다. 실제로 HDC가 신저가로 추락했을 시점에 정 회장 세 아들이 주식 매입에 나섰다. 올 2월 2만1500원 선을 넘나들던 HDC 주가는 3월부터 하락세가 두드러지며 5월에는 1만5000원, 6월에는 1만4000원대까지 주저앉았다.

주가 부진이 주식 매입 호기일 수 있지만 오너의 책임경영 차원에서는 논란이 예상된다. 사실상 기업 부진을 승계나 그룹 지배력 강화의 기회로 삼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특히 HDC그룹의 경우 지주사 전환이 사업영역 확대 뿐 아니라 정몽규 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지배구조 강화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주사 전환 이전에는 총수 일가 지분율은 18.56%에 불과했지만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정 회장은 신설되는 사업회사 보유 주식을 지주사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높였왔다.

결과적으로 HDC그룹은 지주사 전환 이후 주가 하락으로 기관투자자의 손실은 커지고 있지만 오너일가 지배력은 강화된 셈이다.

한편, 오너일가 지주사 주식 매입과 관련해 HDC그룹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개인의 주식 거래로 회사에서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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